[권영규 칼럼] 과학적 근거를 가진 한의학의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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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규 칼럼] 과학적 근거를 가진 한의학의 장점
  • 승인 2008.06.2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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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에는 현대의 모든 의학이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의학=서양의학=첨단(과학적)의학’으로, 한의학은 이에 대비하여 ‘전통의학=한(방)의학=철학(비과학적)의학’으로 도식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한의학은 비과학적(혹은 反科學, 前科學이라 하여도 별반 차이가 없다)이므로 과학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식이 지배적이다. 안타깝지만, ‘국악을 음악화해야 한다’거나, ‘동양건축을 서양건축화해야 한다’는 식의 문화적 문제와 일맥상통하지만, 의학은 생명을 대상으로 하므로 문화적 문제와는 구별된다.

지난 6월 5일 대한한의사협회가 ‘한의학의 가치와 미래’라는 주제로 개최한 국제세미나(서울 라마다르네상스호텔)에서 영국 Exeter대학 Peninsula의대 교수이며, Acupuncture in Medicine의 편집장인 White박사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통해 “침은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아마도 비용효율적이어서, 적절한 적응증의 환자들에게는 추천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하였다. 그 믿음은 20여 년간의 개인적 임상경험에 근거할 뿐만 아니라, 양의사들의 모임(British Medical Acupuncture Society, BMAS)에서 1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하여 3만 여명의 환자로부터 수집한 침의 부작용과 관련된 체계적인 자료에 바탕하고 있었다.

분석결과는 침의 부작용은 증상의 악화 1%, 침시술중 통증 1%, 출혈이나 혈종 3% 만 나타났고 95%는 아무런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치료라는 것이었다. 한의학에 대한 가치를 과장하지도, 근거없이 비난하지도 않고, 더도 덜도 없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경험을 수많은 데이터를 근거로 입증하고 있었다. 그는 이와 같은 연구에 필요한 임상데이터를 한국에서는 쉽게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곁들였다.

침에 대한 과학적 근거 이외에도 2007년 3월 대한비뇨기과학회지에는 발기부전 치료에 이용되고 있는 한약복합 추출분말이 안전한지와 효과적인지에 대한 임상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 발기부전을 호소하는 성인 남성 9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하겠다는 동의서를 받고 추적관찰이 가능한 실험군 40명(52.40±11.67세), 대조군 40명(52.12±10.96세)에게 무작위 이중맹검의 방법으로 산수유 복합추출분말을 4주간 투여하였다.

연구결과는 경험적으로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것처럼 역시 효과적으로 나타났다. 산수유 복합추출분말의 복용은 위약에 비하여 유의하게 성기능을 개선시키고, 혈액학이나 혈액화학검사에서 이상을 초래하지 않았으며, 성기능개선 효과는 성기능 장애가 심한 집단일수록 개선정도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부작용은 두통과 오심이 있었지만 위약집단과 같은 정도인 7.5%이었고 별다른 치료없이 해소되는 경미한 증상이어서 안전하게 평가되었다.

과학적인 근거는 개인적 경험을 뛰어넘는 객관성과 논리성을 가지고 환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우리는 과학적이라고 하면 꼭 첨단과학만을 생각한다. 영국의 침 부작용에 대한 연구논문이나 우리나라 양방대학병원의 한약효과에 대한 논문 둘 다 첨단기법을 사용하지 않은 평범한 연구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예비연구가 필요없을 정도로 임상의 경험이나 고전의 문헌만으로 충분히 결론을 짐작할 수 있는 단순한 내용을 연구주제로 삼고 있다. 너무나 평범한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수 천년의 경험으로 볼 때, 침이나 한약을 이용한 치료는 간편하고 부작용이 적으며 안전한 치료방법으로써 부작용이 많은 양약이나 수술요법의 대안치료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장점의 과학적 근거는 오늘도 만들어지고 있다. 한의학의 과학화에 대하여 부정적이지도 말고, 과학적 접근에 효과가 없을까 두려워도 하지 말자. 임상가의 우수한 경험은 그것만으로도 의료라는 차원에서 충분히 과학적이다. 다만 논문으로 발표될 때에 한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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