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수 교수의 본초이야기25] 깽깽이 풀과 毛黃連
상태바
[강병수 교수의 본초이야기25] 깽깽이 풀과 毛黃連
  • 승인 2008.06.20 1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필자는 가끔 학회 여러분과 같이 식물탐사여행을 다니곤 한다.
올 초여름도 생태분류학의 원로인 전의식 선생님, 박용석 총무님 등 여러분과 같이 동강 일원을 돌아다니면서 특히 깽깽이 풀(Jeffersonia dubia)의 열매를 보고 돌아오면서 車안에서 왜 깽깽이라고 식물학자들이 명명하였는지 그 유래에 대해서 대화하는 중에 전의식 선생님은 “일본 문헌 중에는 일본 군함이 항해 중에 이 식물을 발견하였다고 하여 그 배의 이름을 따서 龍田草라고도 기록하였으나, 깽깽이라고 불려진 책은 없으며 우리나라 초기학자들이 대개 자생지역의 유래나 방언을 기초로 명명하였으나, 그 기록 내용에 대한 설명이 없는바 아마도 후학들이 해금(奚琴)의 음색을 따서 깽깽이 풀이라고 이름 지은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해금의 오동나무로 만든 둥근 머리 형태와 줄 모양이 毛黃連의 열매와 줄기 형태가 유사하여 해금의 음을 따서 깽깽이 풀이라고 불렀을 가능이 높다는 것이다. 이 유래에 대한 흥미를 느껴 집에 돌아와 여러 책을 찾아보았다.

원래 해금(奚琴)의 해(奚)는 중국의 열하(熱河)지역으로 1955년 열하성과 다른 성이 합한 동북부 지역으로 옛날에는 해족(奚族)이 많이 살았으며, 그들이 주로 즐겨 사용하였던 악기란 뜻이며, 금(琴)이란 거문고와 같이 줄로 타는 악기라는 뜻이다.
이와 같이 소수민족이 속악(俗樂)에 쓰던 악기였지만 해금은 다른 어떤 악기보다 8가지 음색을 나타내는 훌륭한 악기로 관악기와 현악기 사이에 음의 균형을 잡아주는 국악에서는 피리, 대금과 같이 빼놓을 수 없는 악기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때 들어와 국악과 더불어 대중화된 악기가 되었다. 이 악기는 오래 된 큰대나무의 밑뿌리가 해 묶고 마디가 촘촘한 오반죽(五班竹)을 재료로 하여 몸통을 만들고 몸통 끝에는 오동나무로 둥굴게 울림통을 만들어 붙이고 그 위에 두 가닥의 줄을 연결하여 놓고 말총으로 만든 활줄을 서로 안 줄과 바깥 줄을 사이에 넣고 문질러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의 음색이 깡깡이 또는 깽깽이로 들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악기의 울림통과 줄 모양이 곧 깽깽이풀의 열매와 줄 모양이 거의 닮았다는 것이다.
1955년에 만든 조선식물명집을 보면, 그 때 원로식물학자들이 이 약을 우리나라에서는 토황련이라고도 불렀던 모양이다. 지금은 잔뿌리가 많다고 하여 한의계에서는 毛黃連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향약집성방이나 동의보감, 방약합편에는 기록이 없으며, 申佶求 선생의 申氏本草學(1973년 발행)에는 이 약을 常黃連(보통황련)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일본기록에는 잔뿌리가 많다고 하여 한국에서는 毛黃連이라 쓴다고 하였고, 중국에서는 조선에서 많이 사용한다고 하여 鮮黃連이라고도 한다고 하였다.
이 약은 황련과는 식물학적으로 과가 다른 약이지만, 근래에 황련의 주성분인 Berberine 이란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이 확인 되어 황련대용으로 쓰고 있지만 효능은 비교적 약하다. 주로 열과 염증을 치료하는 약으로 청열(淸熱), 명목(明目), 이질(痢疾), 설사(泄瀉)에 이용한다.

그런데 이 식물의 열매는 골돌(蓇葖;裂果의 하나)과에 속하는 넓은 타원형이며, 부리 같은 부속물이 있고 한쪽으로 갈라져서 열리는데 씨는 타원형의 검정색을 띠며, 광택이 있는데 그 밑에는 작은 받침 형태의 부속물이 한쪽으로 붙어 있는데 개미들이 이 씨앗을 물고가 그 부속물을 먹고 버리기 때문에 이 식물이 다른 곳에서 번식한다는 것이다.
이 식물은 중부 이북에 많이 자생하며 이른 봄에 보라색의 아름다운 꽃이 핀다. 관상가치가 높아 일반인들이 마구 채취하여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강병수
동국대 한의대 명예교수·본초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