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우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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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우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3)
  • 승인 2008.06.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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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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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락과 장부의 체계 ■

경락과 장부와의 밀접한 관련성은 한의학적 인체관의 대전제이지만 역사적으로 보자면 경락과 장부가 처음부터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체계로 인식된 게 아니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즉 경락은 경락 자체로 논의가 전개되었고 장부는 장부 자체로 논의가 전개되어 가다 일정 시기에 이르러 이들이 이론적, 실질적으로 융합되어 유기적인 관계가 설정되었고 그러한 결과 12경맥이 “안으로는 腑臟에 속하고 밖으로는 肢節에 絡한다”(『靈樞·海論』)는 식의 표현이 나타난 것이죠.

그런데 경락과 장부가 아무리 서로 밀접한 유기적 관계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일단 경락은 경락이고 장부는 장부입니다. 즉 경락은 경락의 논리가 있고 장부는 장부의 논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장부의 기운이 운행하는 통로이자 발현되는 출로로서 경락의 기능이 설명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사실 경락은 장부보다 포괄적이고 상위 개념입니다.
이는 장부의 생리가 經氣의 흐름이라는 氣機운행의 측면에서 이해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이시다 히데미가 그의 저서 『氣 흐르는 신체』에서 언급한 바를 빌어 표현하자면 ‘흐르는 신체’로서 설정된 경락에 해부학적 대상으로서 ‘머무는 신체’인 장부가 기능론적으로 스며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경락론과 장부론이 통합이 된 이후에도 경락은 12개의 체계를, 장부는 5행론에 기반한 체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다른 이유는 차치하고라도 경락이 10개가 아닌 12개라는 사실을 통해 경락의 체계가 기본적으로 오행이 아닌 三陰三陽론에 입각하여 성립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원이 다른 경락과 장부를 이론상으로 연결시켜주는 고리도 기본적으로 三陰三陽론이었습니다.

현행의 장부론에서는 臟은 陰에, 腑는 陽에 배속되고 이들이 표리 관계를 이루어 기능적 보완을 이룬다는 측면에서 그 생리체계가 논의되고 있지만 지난 회에 『素問·陰陽離合論』을 통해 살펴보았듯이 먼저 三陰三陽론에 입각하여 인체가 표리내외로 분획되었으며 이 분획에 경맥의 배치가 이루어지고서 이와 해부적, 기능적으로 연계되는 장부들과의 연계가 확립된 것입니다.

장부론상 각각의 장부는 肝-膽, 心-小腸, 脾-胃, 肺-大腸, 腎-膀胱, (心包-三焦)의 연결로 표리관계를 이루지만 이 때 해부적인 실제 위치나 기능적으로 肝-膽, 脾-胃, 腎-膀胱의 배합은 타당하나 心-小腸과 肺-大腸의 배합은 쉽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방식의 설명이 있지만 三陰三陽의 표리관계에 입각한 手少陰經-手太陽經과 手太陰經-手陽明經의 배합이 먼저 이루어지고 이들 경맥이 장부와 연결되면서 자연히 心-小腸과 肺-大腸이 배합되는 결론이 도출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따라서 경락과 장부의 유기성과 경락이 장부의 생리적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은 명백하나 경락이 기능적으로 장부에 복속된 것으로 설명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장부의 허실이 해당 경맥의 허실과 일치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大腸虛의 상황에 大腸正格을 운용한다 하여 大腸正格의 모든 적응증이 반드시 大腸의 허함을 전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경맥과 장부의 유기적 관계에 의해 手陽明經의 허함이 大腸虛를 초래할 수 있고 大腸虛로 인해 手陽明經이 허해질 수는 있으나 手陽明經의 허함이 반드시 大腸虛를 전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大腸正格이 요통에 다용되는 것은 널리 알려졌습니다만 과연 그 적응증이 실제 장부론상 大腸虛를 전제한다고 할 수는 없지요.
마찬가지로 견비통 환자에게 大腸勝格을 운용하여 효험을 보았을 때 이를 手陽明經의 실증이었다고 규정할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를 大腸實의 상황이었다고 규정할 수도 없는 것이죠.

그러나 특정 장부의 허실을 다스리기 위한 침구학적 수단이 결국 해당 경맥을 조절하는 것이다 보니 장부의 허실과 경맥의 허실이 동일시되었던 것입니다.
즉 大腸正格은 手陽明經이 허한 상황이나 大腸虛의 상황에 모두 유용하게 운용될 수 있지만 이들을 동일 상황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는 장부의 허실을 표리 관계로 확장시켜 肺가 허하면 大腸이 실하고 肺가 실하면 大腸이 허하다는 도식적 전제에 입각하여 침법을 운용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장부의 허실과 경맥의 허실을 기계적으로 동일시한 오류에 해당합니다.
표리 관계에 해당하는 경맥들이야 원칙적으로 길항, 대대 관계로 배치되기 때문에 手太陰과 手陽明의 허실이 서로 반대급부로 작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표리 관계의 장부는 원래 기능상 상호 보완적이라서 확률적으로 肺虛가 반대급부적인 大腸實보다는 大腸虛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手陽明經이 실하면 手陽明經을 직접 사하는 방법 이외에도 手太陰經을 보하는 방법을 통해 이를 다스릴 수 있지만 肺虛의 상황에 기계적으로 大腸實을 전제하고서 大腸을 사하는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오류에 해당한다는 것이죠. 〈격주연재〉

김관우
전북 군산 청정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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