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기중 사임한 이형주 한국한의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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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기중 사임한 이형주 한국한의학연구원장
  • 승인 2008.06.0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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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들고 예산이 움직이는 길목 지켜”
“임계규모 확보가 내몫 … 2년내 기초원천기술 개발 확신”

2003년 10월 한국한의학연구원장에 취임했던 이형주 원장(57·사진)이 임기만료를 1년 4개월 앞둔 지난달 26일 4년 8개월여만에 사임했다.
이 원장이 급작스럽게 사임하자 일선한의사들은 놀랍고 아쉬워하는 모습이다. 재임 중 이 원장은 한의학연구원 발전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가 부임하던 2003년 10월 당시 30여명에 불과하던 연구원이 200여명으로 늘어난 것이나 60억원이던 예산이 300억원으로 늘어난 것만 봐도 재임중 성취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이렇듯 현저한 성과를 거둔 그가 사임한다는 소식은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는 담담했다.
“임기 마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정치적 상황이 변화가 올 수밖에 없었으므로 별다른 소회는 없습니다. 다만 ‘내 역할이 여기까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아쉬움은 있지만 내 역할을 충분히 해 떳떳합니다.”

■ “내 몫은 여기까지”

한의계에 오기 전 이미 한의학정책관, 식약청 차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의계와 인연을 맺은 이 원장은 안재규 한의협 회장 당시 연구원을 제대로 된 연구기관으로 키웠으면 하는 한의계의 바람으로 한의학연구원의 4대 원장으로 부임했다.
이런 요구에 따라 그는 국책연구기관이라면 적어도 임계규모의 전문연구인력과 연구예산을 확보하고 연구방향을 정립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하나하나 추진했다. 우선 예산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돈’을 만들기 위해 그는 정보통신부, 보건복지가족부, 특허청 등 기획담당자와 혼연일체가 돼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예산당국자를 만난다고 돈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원하는 예산지출계획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이 공감할 만한 연구기획이 필요했다.
이렇게 안팎에서 기획안을 만들고 설명하고 설득하자니 단체의 총회에 참석해 축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생리적으로 구색갖추기나 모양갖추기에 관심이 없던 탓도 있지만 시간이 없었다.
“연구를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시급했습니다. 그것이 제가 할 일이었지요. 그런데 한의학 연구비는 정부에서밖에 나올 데가 없더군요. 그래서 축사나 하는 행사는 일체 가지 않고 오로지 예산이 움직이는 길목을 지켰습니다.”

■ 사생활 접고 일에만 집중

이 원장은 맡은 일을 적당하게 해 본 적이 없다고 자신을 소개할 정도로 재임기간 매사에 강한 집중력을 보였다. 그는 어떤 자료와 어떤 사람을 동원할 것인지에 집중했다. 그가 상대했던 사람은 오직 과학기술부, 기획예산처,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특허청 공무원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의 친정이었던 보건복지가족부와 식약청의 옛 동료와 후배에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다.

■ 이젠 연구인력 관리방안 짤 때

그의 부임 초기 한의학연구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2004년 2월 대전 대덕연구단지로 이전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그해부터 예산이 20~ 30억 원씩 늘었다. 연구소 건축이 포함됐지만 예산이 70%가 늘어난 해도 있었다. 침구경락, 중풍, 사상의학의 연구과제의 단위는 15~25억으로 커졌다. 연구원들도 주변에 산재한 연구기관을 통해 자극을 받았다.

이 당시 상황에 대해 이 원장은 “연구비 단위가 커지면서 연구책임자들이 과거에 하지 않던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고 함께 협력해준 연구원과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자, 서울대와 카이스트 출신의 연구자 등 다양한 인력이 지금도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연구실적에 따라 보상하는 등 연구자 관리를 위한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 국내외 한의학 네트워크 시급

이 원장은 취임 당시 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의협과 한의대를 잇는 네트워크의 중심에 한의학연구원이 있다’ ‘안 되는 것은 되게 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은 움직이게 하는데 연구원 발전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스로 한 약속을 지켰을까 궁금했다.
“한의학자만 하는 연구는 물 건너갔습니다. 연구예산의 45%가 다학제간 연구에 사용될 정도니까요.”

협력연구가 불가피해진 이상 네트워크는 필연이라는 설명인 셈이다. 실제로 한의학연구원 과제 중에는 혼자 하는 연구가 없다고 한다. 삼성의료원, 전자통신연구원, 원자력연구원 등과 같이 연구하고, 11개 한의대와 양방 의·약대도 이미 협력 중이라고 한다. 다만 한의대학장모임체를 구성해 비전을 제시하려는 중에 사임해 불발로 끝나 아쉽다고.
그는 또한 국제지향적으로 나아가길 희망하면서 중국일변도에서 벗어나 미국과 영국으로 넓혀갈 것을 기대했다.

세계시장은 미일보다 한·중간의 경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그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면서 대표적인 분야로 3년 전부터 진행 중인 이제마프로젝트를 들었다.
그는 “조급할 필요는 없지만 정부가 지원 규모를 늘린 만큼 한의계도 진단기기, 침구경락 원리 등의 개발로 화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자신도 향후 2년 이내에 한의학 관련 부분에서 세계전통의학을 주도할 기초원천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확신했다.
후임원장과 관련해서 그는 “기관 운영은 단순한 연구자보다 관리능력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대학에서 보건복지 강의 희망

산행과 골프, 낚시를 즐기는 이 원장은 올해 말까지는 가급적 조용히 보낸다는 계획이다. 이 기간동안 지나온 공직생활을 정리하고 다음에 자신에게 주어질 역할을 담담하게 기다린다는 생각이다.
그는 대학에서 보건복지와 과학기술 분야의 강의를 맡고 싶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한의계와의 인연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그는 부인 차철희(55) 여사와의 사이에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아들 청운(27) 군을 두고 있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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