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우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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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우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2)
  • 승인 2008.05.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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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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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암침법은 병위에 입각한 합리적인 치법 체계

■ 三陰三陽과 인체분획체계 ■

12경락에는 太陽, 少陽, 陽明, 太陰, 少陰, 厥陰이라는 三陰三陽의 명칭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현행의 12경락 체계가 갖추어지기 이전부터 초기 경맥의 명칭은 三陰三陽에 입각하여 이름 지어졌다는 점에서 그 연원은 꽤나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청대 말의 의가인 周學海는 『讀醫隨筆』에서 “사람 몸에서 三陰三陽의 이름은 부위를 나누어 이름을 정한 것이지 기혈의 다른 성질에 입각하여 뜻을 취한 것이 아니다”고 하여 경맥에 연계된 三陰三陽은 원래 인체의 구역을 분획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라고 주장합니다.

아시다시피 기본적으로 사지는 내외(medial과 lateral)로, 체간부는 표리로 음양의 영역이 분획됩니다. 그런데 陰의 영역은 少陰, 厥陰, 太陰으로, 陽의 영역은 少陽, 陽明, 太陽으로 다시 분획됩니다.
즉 인체를 표리내외에 입각하여 음과 양의 영역으로 대별한 다음 이를 다시 3범주로 분획하고 이에 명칭을 부여한 기호 체계가 三陰三陽이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三陰三陽으로 분획된 특정 영역을 지나가는 경맥에 三陰三陽에 입각한 명칭이 부여됩니다.

그래서 周學海는 “(三陰三陽의) 부위가 이미 정해지고서 경락의 血氣가 太陽의 영역을 지나가는 것을 太陽經이라 이름하고, 少陽·陽明의 영역을 지나는 것을 少陽·陽明經이라 이름하고, 三陰의 영역을 지나는 것을 太陰·少陰·厥陰經이라 이름하였다”고 하여 경맥에 부여된 三陰三陽의 명칭이 원래 기혈의 다소나 성상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아니라 인체의 분획 구분을 위한 기호 체계임을 밝힙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三陰三陽에 의한 인체의 분획 체계에 대해 이해를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단서는 『素問·陰陽離合論』에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聖人南面而立, 前曰廣明, 後曰太衝,
太衝之地, 名曰少陰,
少陰之上, 名曰太陽, 太陽根起於至陰, 結於命門, 名曰陰中之陽.
中身而上, 名曰廣明,
廣明之下, 名曰太陰,
太陰之前, 名曰陽明, 陽明根起於厲兌, 名曰陰中之陽.
厥陰之表, 名曰少陽, 少陽根起於竅陰, 名曰陰中之少陽.

外者爲陽, 內者爲陰, 然則中爲陰, 其衝在下, 名曰太陰, 太陰根起於隱白, 名曰陰中之陰.
太陰之後, 名曰少陰, 少陰根起於涌泉, 名曰陰中之少陰.
少陰之前, 名曰厥陰, 厥陰根起於大敦, 陰之絶陽, 名曰陰之絶陰.

이에 의하자면 몸통(body trunk)은 체표 부위가 양, 체강 내부가 음이라는 전제에서 앞면은 廣明, 뒷면은 太衝으로 규정됩니다.
그리고서 太衝의 안쪽, 즉 척주와 접한 체강의 후면이 少陰으로, 그 바깥 표면이 太陽으로 규정됩니다.
한편 廣明을 상반신으로 좁히고서 그 안쪽, 즉 흉강과 상복강의 전면을 太陰으로, 그 바깥 표면이 陽明으로 규정됩니다.
따라서 체강 내의 후면이 少陰, 전면이 太陰이 되고 체표에서는 등의 표면이 太陽, 배의 표면이 陽明으로 규정되고 이들의 중간인 측면의 내외에 厥陰과 少陽이 배치되는 구조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그리고서 이들 각각의 영역을 유주, 관통하는 경맥에 三陰三陽의 명칭이 부여되는 것입니다.
이는 입체적인 인체를 매우 간결하면서도 합리적으로 분획시킨 배치로서, 이를 통해 체표에 경혈들을 이은 선으로 잘못 이해된 경맥의 이미지를 다시 바로잡게 해줍니다.
기본적으로 경맥은 “伏行分肉之間, 深而不見”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맥동처를 제외하고는 체표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足少陰經의 예를 들자면 이 경맥은 경혈도나 銅人에서처럼 任脈 양쪽 5푼처의 복피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체강 후면 척추 주위 영역을 관통하며 그 주위에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한의학에서는 해부학적, 구조적 유사성과는 다른 차원에서 인체를 三陰三陽으로 층위적 배치를 하고 이에 경맥을 연계함을 통해 동일 층위에 기능적 동질성을 부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분획 구분을 위한 기호적 개념이었던 三陰三陽에 육기가 결부되어 太陰-濕土, 少陰-君火, 厥陰-風木, 太陽-寒水, 陽明-燥金, 少陽-相火의 배합이 구성된 결과 육기는 해당 三陰三陽의 본질적 속성에 해당하는 本氣로서의 의미를 부여받습니다.
그리고 三陰三陽은 육기라는 本氣에서 파생된 標氣로 상정되면서 本氣의 현상적 측면으로서 이해되기도 하였고 각 경맥의 氣血多少를 설명하기 위한 체계로 확대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三陰三陽과 六氣의 대응은 처음부터 필연적 속성에 의해 연계된 것은 아니었기에 周學海는 “(三陰三陽은) 단지 영역, 방위, 표리로써 이름을 정한 것이지, 風寒燥火暑濕의 육기에 입각하여 뜻을 취한 것은 아니다”고 하지요.

결국 周學海의 표현대로 “氣는 風寒暑濕燥火의 六氣요, 處는 인체 12경맥의 부위”이므로 병리적 상황에서 三陰三陽은 處, 즉 병위로 환원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진단이라는 과정을 통해 병위를 파악하고 특정 병위에 선택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경맥과 경혈을 운용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침구학의 원초적이고 본연적인 측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암침법은 이러한 측면에서 병위에 입각한 매우 합리적인 치법 체계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격주연재〉

김관우
전북 군산 청정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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