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황금연휴도 끝나고, 챙겨야 하는 기념일도 다 지나고 나니 왠지 허탈한 느낌이 든다. 이럴 때 예전 커피 광고처럼 편안한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껴본다면 삶의 피로회복제가 될 것이다. 거기에 음악이 있는 영화 한 편을 함께 한다면 봄과 여름 사이의 허전함을 메워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최근 한 CF에서 남자 둘이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때 그들이 연주한 음악이 나오는 영화가 대만 영화인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이 영화는 연기자 겸 가수로 중국어권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주걸륜이라는 스타의 감독 데뷔작으로 각본까지 직접 썼다. 또한 그의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까지 들을 수 있는 멜로 영화로 주걸륜의 매력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예술학교로 전학 온 상륜(주걸륜)은 아버지(황추생)의 영향을 받아 피아노에 천부적인 소질을 보인다. 학교를 둘러보던 중, 신비스러운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는 옛 음악실을 발견하게 되고, 그곳에서 샤오위(계륜미)라는 소녀를 만난다. 그들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둘 사이에는 애틋한 마음이 싹튼다. 하지만 상륜이 샤오위를 더 알고 싶어 할 때마다 그녀는 비밀이라고 일관하며 사라진다.
제목 그대로 영화는 비밀 투성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비밀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영화는 아니다. 물론 나름대로 반전이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장르가 멜로드라마이다 보니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그 대신 상륜과 샤오위의 묘한 사랑 이야기와 다양한 피아노 선율에 집중하는 것이 영화를 더욱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이다. 감독의 첫사랑을 모티브로 해서 제작되었다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고등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통해 관객들도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으로 빠져들게 한다.
우리나라 개봉 전부터 네티즌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올해 초에 개봉했을 때의 성적은 저조한 편이었다. 그러나 관객들의 입소문만으로 이 영화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많은 이들에게 반전에 대한 충격과 아름다운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주걸륜의 피아노 배틀과 샤오위와의 공동 피아노 연주 등 음악과 함께하는 명장면이 영화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피아노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 정도이다. 허전하고 나른한 5월, 한 번쯤 볼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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