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한약재 우대가 안전성 대책 난맥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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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한약재 우대가 안전성 대책 난맥 부추겨
  • 승인 2008.05.0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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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업소 포장 가능으로 국산 둔갑·검사면제
제조업소 제조 의무화, 수급조절제 폐지 시급

벤조피렌 사건 이후 600g에 1만 3~5천원에 거래되던 국산 건지황 가격이 2만원선을 육박하고 있다. 그나마 물량이 부족해 숙지황 제조업소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입 지황도 상황이 좋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정부와 한의계에서 벤조피렌 2ppb 이하를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에서 이 기준에 맞는 건지황을 찾는 게 쉽지 않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지금이야 재고를 가지고 어떻게 넘어간다고 해도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국산 건지황과 수입품은 1만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나지만 국산 지황은 수요가 별로 많지 않아 수입품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예가 많지는 않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나 국산 지황의 수요가 늘어날 경우 국산과 모양이나 크기가 비슷한 토매지가 식품으로 들어와 원료의약품으로 대거 유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나마 숙지황은 제조업소에서만 취급할 수 있는 품목이어서 다행이다.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추궁할 곳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나머지 약재들이 문제이다.
한약재는 매번 수입할 때마다 관련규정에 따라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식품은 동일 품목에 대해서는 한차례만 검사를 받으면 1년간 계속해서 수입할 수 있다. 식품으로 수입된 농산물이 원료의약품으로 둔갑하는 품목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수급조절용 한약재다.
구기자를 예로 들면 2006년부터 지금까지 의약품으로 수입된 적이 없고, 최근에서야 수입이 결정됐다. 그런데 약업사에서는 수입 구기자가 오래전부터 계속 유통되고 있다.

2006년에 시호, 시황, 황금, 맥문동, 백수오, 작약, 천마, 황기, 오미자가 수입된 이후 시호와 지황을 제외하고는 공식적으로 수입된 적이 없다. 수급조절품목은 가격이 낮아 금방 품절이 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지금도 수입 백수오·황기 등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만약에 이들이 식품으로 수입된 것이라면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국산한약재와 농민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허술하게 운영되는 수급조절제도가 한약재의 안전성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산 한약재 보호를 위해 수입을 금지한다는 것도 허울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약업사에서 국산 오미자는 600g에 2만 6천원 정도에 거래된다. 그러나 대형 할인점에서는 5만 2800원으로 두 배나 비싸다. 유통마진이 적고 한의원 사용량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에는 가격차이가 너무 심하고, 한방의료기관에서는 국산보다 수입품을 훨씬 많이 소비하고 있어 설득력이 부족하다.

결국 수입품과 섞였을 가능성이 존재하며 비싸더라도 양질의 국산한약재를 사용하려는 한의사는 피해를 보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농민들도 국산품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동일한 피해자다.
도지 약재인 ‘영하 구기자’보다 길이가 짧고 작은 우리나라 구기자와 같은 모양을 한 것이 현지에서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국산으로 둔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국산 한약재는 도매업소에서도 자가 포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수입 중국산이 국산으로 쉽게 둔갑할 수 있는 것이다. 도매업소에서 포장된 국산 한약재는 식약청의 감시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돼 있다.
대다수 제조업소는 약업사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고, 국산은 약업사 명의로 취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조업소 이름으로 취급할 경우 검사비 등이 추가로 들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어쩔 수 없다는 게 이들 업소들의 하소연이다.

위해물질 기준만 강화한다고 한약재의 안전성이 확보되지는 않는다는 건 관련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책임의 소재가 분명해야 되고,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곳에서만 한약재를 취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국산한약재도 제조업소에서만 제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당초 2010년까지 완료할 방침이었으나 관련단체의 반발로 잠시 주춤거리고 있는 수급조절제도 폐지도 계획대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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