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주 칼럼] 좋은 연구의 생산과 공유를 위하여 한의학회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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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주 칼럼] 좋은 연구의 생산과 공유를 위하여 한의학회에 바란다
  • 승인 2008.05.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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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약 안전성에 관한 논문 작업을 하면서, 한의학 논문들을 검색하고 원문을 찾아보아야 할 일이 자주 있었다. 한의학회 사이트 등을 통해서는 충분한 검색이 되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고 화가 나기조차 했다.
다른 검색 엔진을 사용하거나, 수작업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관련 논문을 찾았다 해도 원문을 보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인터넷으로만 학회 회원 가입을 하면 원문을 볼 수 없는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학회마다 운영원칙과 입장이 다를 수 있고 양방학회들도 학술지 내용을 전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곳이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도서관에 가서 학회지를 뒤져 논문을 찾는 일은 매우 드물다.
또 SCI 등재 등 학술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연구자들이 많이 보고, 많이 인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므로, 아무 제한 없이 무료로 원문을 볼 수 있게 하는 저널이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한약 관련 간 손상에 대한 논문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내고 있는 대한간학회지의 예를 들어보자. 간학회 사이트에 들어가면 회원가입도 필요 없이 누구나 간학회지의 모든 내용을 검색하고 바로 다운 받아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얼마 전부터 간학회지는 대한의학회지, 소화기학회지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의학 검색 사이트인 Pubmed에서 바로 원문을 볼 수 있게 링크시켜 놓고 있다. 그런 노력 때문인지, 약인성간손상과 관련된 최근의 영어논문들에는 한국의 증례보고나 논문들이 점점 더 자주 인용되고 있다.

반면 한약의 안전성에 대해 이제까지 한국 한의계에서 어떤 연구들이 이루어졌는지는 한의사들조차 제대로 찾아보기 어렵고 읽어보기는 더더욱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계나 일반인들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될 수 있을까? 이전 연구의 한계를 똑같이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한계를 극복하는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재정적 비용, 기술적 문제라는 어려움이 있겠으나, 학술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한의학 연구자료 들을 총망라한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과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시급히 이루어져야만 한다. 한의학회는 한의사협회에서 어느 정도의 예산 지원을 받고 있다.

협회 회비를 내는 한의사라면 한의학회 사이트 한 곳을 통해, 적어도 한의학회 소속 분과학회의 학술지는 모두 자유롭게 볼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연구의 생산 단계일 것이다. 연구를 위한 연구, 논문을 위한 논문이 아니라, 한의계가 절실히 필요로 하고, 개원가의 실제 임상에서 활용될 수 있는 연구로 무게중심이 이동되어야 한다.

SCI 점수라는 실적을 내기 쉬운 실험실 차원의 연구를 넘어서서 한의학의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연구가 더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백가쟁명 식의 여러가지 치료기술의 옥석을 가리는 학술적 검증 작업 역시 학계의 몫이 되어야 한다.
인력이나 인프라 모두 의대에 비해 아직까지는 턱없이 열악한 개별 한의대나 교실, 교수 개인의 한계를 넘어서 이런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개원가를 아우르는 학회 활동의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개원가의 치료 사례, 풍부한 환자군과 임상연구 방법론, 논문 작성능력을 갖춘 학교의 인력이 결합될 때 빠른 성과를 내리라고 기대한다.
대학병원이나 한의대 교실 소속의 교수, 전공의, 조교들로 주로 활동이 이루어지는 폐쇄적인 학회들이 많은 듯하다.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회의 구성, 운영이나 학술활동 모두에서 개원가 한의사들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해 나갔으면 한다. 이렇게 될 때 학회는 명실 공히 한의학 발전을 힘차게 이끌어가는 견인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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