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 DVD]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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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 DVD]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 승인 2008.05.0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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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사의 선택으로 되돌아본 가족

5월이다. 평소 이래저래 행사가 많은 달이기도 하지만 올해는 공교롭게도 휴일이 연속으로 월요일인 까닭에 학생들은 단기방학이라는 명목으로, 회사원들은 연휴라는 명목으로 푹 쉴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실로 오랜 만에 온 가족들이 여유 있게 가정의 달 5월을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도 있는데 특히 최근 한국영화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유괴나 납치 사건들도 그 중 하나이다. 영화에서는 주로 어린 아이가 유괴되고, 그 사건으로 인해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데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은 기존의 영화와는 달리 어머니가 납치되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는 자식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의 가족에 대한 풍자를 하고 있다.

강도범(강성진)은 교도소에 수감된 채 출산이 임박한 아내의 보석금을 위해, 문근영(유해진)은 국제결혼 맞선 사기로 날린 어머니의 틀니 값을 위해, 그리고 서종만(유건)은 백수로서의 품위유지비를 위해 통 크게 한 탕을 터뜨리기로 마음먹고 국밥 재벌인 권순분 여사(나문희)를 납치하게 된다. 납치범들은 권순분 여사의 몸값으로 5천만원을 제시했으나 권순분 여사는 스스로 500억원으로 몸값을 올리고, 자식들과 신경전을 벌이게 된다.

일본 소설인 <대유괴>를 원작으로 한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은 왁자지껄한 코믹 영화의 대가인 김상진 감독의 작품으로 2007년 추석에 상영되었다. 이 영화는 김상진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웃자고 만든 영화이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거액의 재산을 물려받은 자식들이 어머니가 납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습은 얼마 전 뉴스에 나온 부모를 해외에 고려장 시키는 자식들과 별반 차이 없을 정도로 점차 황폐화 되어 가는 우리네 사회의 단면을 엿보게 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누구라도 그러한 입장에 놓인다면 어떤 결단을 내렸을지 궁금하다.

오히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3인조 납치범들이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하고, 다시 가족의 끈을 연결시켜주는 에피소드는 매우 아이러니하다. 비록 과장된 듯한 이야기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5월 가정의 달에 온 가족들이 모여 앉아 보면서 웃음 속에 숨겨진 의미들을 찾으며 많은 대화들을 나눌 수 있는 꺼리들을 제공하고 있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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