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대응책 부재로 후유증 우려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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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대응책 부재로 후유증 우려 증가
  • 승인 2008.04.2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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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불신 확대에 수급 불균형 초래할 수도
한의협, 수입 지황 제조 숙지황 사용 중지 요청

숙지황 사건과 관련해 한의계가 취할 수 있는 대응방안이 너무 협소하다. 그리고 이번 보도(18일, KBS1TV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 중국산 숙지황에서 발암물질검출·사진)가 잠시 사회적 파문을 이는 것으로 마감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경우 후유증이 매우 클 것이라는 우려다.

벤조피렌은 세계보건기구에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해 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기준은 세우지 못했고,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는 식용유지에 대해 2ppb 이하로 기준을 마련했다. 담배나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 포함돼 있어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들어와 해를 준다는 사실은 입증됐으나 소화기관 섭취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검증된 것이 없다.

그런데도 한의계는 “한약재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간다는 사실에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했고, 방송을 앞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청 전문가회의에서 숙지황 벤조피렌은 해가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 다소 안도의 한숨을 쉬는 정도여서 한약의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무기력하기까지 하다는 평가다.

벤조피렌과 관련해 한의사협회는 ▲탕전시 벤조피렌의 함량 변화 ▲소화기를 통한 섭취시 위해도 ▲표준화된 검사시스템 부재 ▲검사 결과에 대한 심각한 편차 ▲미·일 無규제 및 각국 기준 차이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구체적인 연구결과 없이 한약을 위해 한 것으로 모는 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한다”고 밝혔지만 과연 어떻게 대응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숙지황 벤조피렌이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다는 결정에 방송국 측에서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건이 완전히 종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흑삼’ 사건과 연결될 경우 벤조피렌 문제는 법정으로까지 비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어서 논란이 계속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의사협회는 한약제조협회와 14일 “벤조피렌 검사를 필한 후 안전이 확보된 숙지황만 공급하고, 구매한다”는 내용의 ‘안전한 숙지황의 공급 및 사용에 관한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그리고 한의협과 일부 시·도지부한의사회는 일선 한의원에 수입 지황으로 제조한 숙지황은 사용을 중단하고 반품하도록 요청했다.

“관련 규정상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반품을 지시한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지적에 한의협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한의계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 이외에 무엇이 있냐”라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한의협의 이러한 태도가 한약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을 증대시키고, 숙지황의 수급에 불안을 줄 소지가 높다고 지적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함께 모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위와는 관계없이 ‘중국산 숙지황=발암물질’이라는 공식이 세워지고, 약효와는 별개로 ‘국산 숙지황’만을 찾게 될 공산도 크다.
그러나 국산 숙지황은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으며, 국산 건지황도 매물이 다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9~10월 수확기가 돼도 수량 자체가 모자라고, 생지황 가격이 높게 형성이 돼 있는데다가 건지황을 만들려는 수요까지 더해질 경우 가격 폭등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토매지(국산과 형태가 똑같은 외산 농산물) 지황이 대거 우리나라로 밀려들어 올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국산 숙지황 사용 포스터’까지 붙여 놓을 계획을 세우며 안전성을 강조한 결과가 효능과는 관계없이 국산만을 선호하는 풍조를 만들어 거꾸로 한의사들의 운신 폭을 좁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한약재를 고가에 구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한의계는 국민 불안감 해소와 숙지황의 안정적 수급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지적이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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