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70] 愚岑雜著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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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70] 愚岑雜著②
  • 승인 2008.04.1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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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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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침으로 好生起死, 조선 鍼灸醫案

지난 회에 겨우 의안 하나를 소개했을 뿐인데, 수록 내용이 특이하고 새로워 원저를 보고 싶다는 독자들의 성화가 빗발친다. 전문을 모두 실을 수는 없지만 흥미로운 부분 몇 가지를 간추려 궁금증을 좀 달래보고자 한다.

우선 자신만의 독자적인 침법을 기재해 놓은 것이 있어 주목을 끈다. 이른바 火水未濟鍼法이 그것인데, 이 침법은 子午流走의 화수미제괘효를 합하고 臟腑와 補瀉, 五腧穴의 生剋을 배합한 것이다. 또 火水未濟藥法도 수재되어 있는데, 오장육부별로 要藥을 藥名歌로 정리해 놓았으며, 침치료를 행한 뒤에 복약한다고 적혀 있다. 이하 침구치료 의안도 역시 여러 건이 기재되어 있다.

의안에는 자신의 가족과 지인으로부터 동네 인근의 주민과 먼 곳에서부터 왕래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여러 계층의 환자들이 기록되어 있어 당대 생활상도 엿볼 수 있다. 치료 방제 중에서는 간혹 상용방을 합방하여 사용하거나 기존의 처방을 변형하여 응용한 경우, ‘新劑’라는 접두어를 붙여 방제명을 표기해 놓았기 때문에 원작자가 애용한 자작경험방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대체로 그가 활동한 영역은 순천, 장성 등지로 현재 전라남도 일원을 근거지로 활약했던 의학인물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또 의안 중에는 간간이 성명의 이름자를 먹자로 지우거나 필획을 감춘 경우가 있어 혹시라도 개인의 신상이 남에게 드러나게 되어 난처할 경우를 가상하여 감추어 둔 것으로 여겨진다.

또 安胎와 求嗣, 胎驚에 관한 장문의 글을 통해 자신의 의론을 전개하기도 했는데, 靈樞, 入門과 東垣, 仲景, 陶節庵 등 의가들의 立論과 방제를 거론하여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당대 최고의 학식을 갖춘 일류 의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언급된 방제로는 大料芎歸加蔘湯, 淸心補血湯, 加味歸脾湯, 調經育子湯, 烏鷄丸, 加劑六味地黃丸, 盤石散 등이다.

한편 의안에 기록된 내용 가운데 魯城사는 崔啓元이란 사람이 쫓아와 가르침을 구하는데, 두 사람이 같은 환자를 두고 연달아 參診해 본 다음 병증과 약리에 대해 서로 논증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기술되어 있어 체험 위주의 현장학습을 통해 인인전수하는 전통적인 교습방식으로 의학을 교육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또한 본편의 뒷부분에는 ‘附警用針絶瘧者’란 편이 있는데, 침치료로 학질을 고칠 때 경계하는 글을 붙여 놓은 것이다. 저자는 저자거리에서 용렬한 침의와 마주쳐 그의 미숙함을 지적하고 자오유주와 오장육부의 성쇠와 사시음양에 따른 치법의 운용을 가르쳐 준 일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뒤늦게 깨우친 이치에 따라 침법을 운용하면 북소리가 울리듯이 효험이 따를 것이라고 전제하고 다만 虛羸와 勞瘦로 기혈이 虛乏한 사람의 경우에는 침치료 보다는 약을 쓰는 것이 낫다고 하였다.

마지막 후반부에는 드디어 궁금하게 생각하던 저자의 서문이 붙어 있는데, 이 책 의안록의 서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호인 ‘愚岑’에 관한 자작해설에 가깝다. 의미인즉 자신의 어리석음은 亞聖이라 추앙받는 顔淵의 뜻을 옮기지 않는 어리석음에 빗대어 말한 것으로 好生起死하는 자신의 어리석음에 마땅한 글자라 하면서 生長化收藏하는 四時五行의 발현처가 바로 ‘岑’이어서 자신의 아호로 삼았다는 의미를 덧붙여 놓고 있다.

이어 자작시인 ‘愚岑詩’ 3수가 수록되어 있고 ‘次張愚岑壁上韻’이 역시 3수 적혀 있는데, 원고에 시귀를 교정한 흔적이 남아 있다. 맨 마지막에는 환산제가 등재되어 있는데, 香連丸, 烏梅丸, 獨聖散, 七制金鈴丸, 消積保中丸, 一掃光, 生肥散, 生新去舊散, 生新合瘡散, 萬病通神膏 등의 방제가 올라있다. 또 夢恊八卦란 침구의안 3례가 수록되어 있고 拾遺에는 麻脚瘟疫諸方, 淸瘟解毒丸, 解毒湯方(我國所出方) 등이 있어 이래저래 눈길끄는 조목이 많은 의약경험록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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