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열 칼럼] 사람이 한의학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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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열 칼럼] 사람이 한의학의 미래다
  • 승인 2008.03.2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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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미래를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현재의 모든 일들이 과거의 어느 때로부터 시작되었듯이 미래에 일어날 모든 일들도 현재에서 새롭게 시작되거나, 과거에서 시작되어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흘러간다. 따라서 현재를 잘 들여다보면 미래가 어떠할지를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현재는 미래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앞으로 펼쳐질 한국 한의학과 한의사의 미래는 어떨까? 우리는 한의학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또 어디에 어떤 투자를 해야 할까? 미래를 향한 이런 질문들은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는 이런 질문들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던져야 하고 또 이 질문들을 통해서 우리의 미래로 가는 발걸음을 점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런 질문들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우리가 미래는 고사하고 현재 우리가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 조차도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현재를 모르면 미래도 알 수 없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현재에 대한 무지와 불확실성에서 온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현재를 알려면 과거를 잘 알아야 한다. 과거를 잘 알면 현재가 어떤 흐름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역사를 아는 것과 현재를 과거와 미래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는 역사의식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한의계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한의계 지도자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덕목이 된다.

한의학의 미래를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의학을 둘러싼 제도일까? 한의사들이 동원할 수 있는 정치적인 힘일까? 아니면 한의사들이 돈을 잘 버는 것일까? 이 모든 것들이 다 중요하겠지만 한의학의 현재와 미래는 많은 부분 한의계를 구성하는 사람에게 달려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어떤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본질적으로 그 사람이 속한 시대의 철학과 사상과 문화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람의 역할과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주체는 사람이고, 시대의 한계를 극복해서 새로운 생각과 행위를 창조해 내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은 역사와 문화의 주역이다.

한의계 지도자의 수준은 한의계 구성원 전체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한의계 구성원들 속에서 지도자가 나오고 구성원들의 선택에 의해 지도자가 탄생한다. 한의계 전체 수준은 한의계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수준이다. 그러므로 좀 더 나은 지도자를 원하고, 좀 더 나은 한의학과 한의사의 미래를 원한다면 먼저 우리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좀 더 사람에게 관심을 집중해야 하고 사람을 기르는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는 한의계의 지도자들을 아껴야 한다. 우리 자신의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한 분출구로 지도자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의 지도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개인의 뼈를 깎는 성찰은 물론이고 오랜 세월의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사람을 아낄 줄 모르는 집단에게 미래는 없다.

교육은 사람을 길러내는 중요한 장치다. 한의대 교육을 통해 배출되는 인재를 보면 한의학의 미래를 알 수 있다. 한의계 지도자들은 한의대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배우고 있고, 또 어떤 한의사가 되려고 하는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한의사들은 학생들의 역할 모델(role model)로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봐야 한다. 한의원 수입에 도움이 될 일에만 관심을 가지고 쫓아 다니는 선배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아카데미즘은 발견할 수 없다.

한의대 출신 조교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기초학 교실에서 한의사들을 위한 연구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염치없는 짓이다.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사람이 한의학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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