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의협 회장선거에 나타난 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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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한의협 회장선거에 나타난 표심
  • 승인 2008.03.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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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내세운 투사형 후보에게 칼자루 쥐어줘

제39대 한의협 회장선거<사진>에서 당초 박빙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김현수 후보의 낙승으로 끝나자 일선한의사들은 표심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 하면서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이번 선거에서도 김현수 후보가 큰 표 차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는 게 일선한의사와 대의원, 지부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따르면 대의원들은 대체로 한의사가 처한 시대정신에 대한 해석과 그것을 표로 연결시키려는 후보의 선거전략과 선거운동기법 등에 큰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대의원들의 선택을 좌우한 키워드는 ‘변화’였다. 오랫동안 경영악화에 시달려온 한의사들은 이 상태를 헤쳐 나가고픈 열망이 매우 강렬했다. 이들 대의원들은 유기덕 후보에게 더 이상 칼자루를 쥐어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환자 감소를 촉발시킨 정률제와 의료보호환자의 의료기관 선택제, 그리고 양의계와 언론의 한의약 폄하공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냉정한 판단이 작용했다.

유 후보는 이런 결과를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신 g당 고시를 통한 부형제의 감소 등을 내세워 돌파하려 했으나 일선한의사의 피부에 다가가지 못했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담은 동네한의원 살리기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자인한 것만으로도 한계를 드러냈다. 홍보에서도 열심히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인식을 주지 못했다는 평이다. 정책 자체보다 정책 수행과정에서 돌발하는 사건에 대처하는 모습 속에서 후보의 역량을 평가하는 대의원의 일반적인 성향에 비추어 유 후보는 회원의 머릿속에 각인될 만한 이미지를 주지 못했다.

반면에 김현수 후보는 회원들의 위기의식을 적절하게 자극했다. 공격자의 입장에서 김현수 후보는 각종 선거토론회에서 싸움꾼 혹은 투사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강한 어조로 열정적인 연설을 하는 그는 현실을 답답해하는 한의사에게 상대방의 공세를 더 잘 막아낼 수 있다는 투사의 이미지를 심어줬다.

선거운동의 차이를 지적하는 사람도 많았다. 다수의 한의사는 부정하지만 이번에도 연고주의 선거는 여전했다. 동과 서의 구분이 확연했다는 선거관계자의 분석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사실인 듯이 보인다. 의협신문기사에서도 예고됐듯이 김현수 후보가 얻은 표는 예상치에서 3표밖에 차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지연과 학연에 따른 선거양태를 설명해준다. 상대적으로 유기덕 후보는 전통적인 연고주의 선거에서 요구되는 치밀한 표 분석과 지지그룹의 대의원에 대한 접촉강도가 약했다.

유기덕 후보의 안정지향성 사고와 선거공약도 패배의 중요원인으로 거론된다. 한의계의 문제를 한의계 내부에서 찾고 대안으로 대통합을 주창한 것 자체가 한계를 내재했다는 지적이었다. 반면에 김현수 후보는 한의협을 기업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등 뭔가 판을 확 뒤집어엎을 것 같은 기대감을 주었다.
결국 김현수 후보는 경영악화로 위기에 처한 한의사의 변화 열망에 부응해 전통적인 선거운동인 연고주의 선거운동을 잘 활용해 치밀하면서도 강력하게 대의원들을 파고든 결과 온건하고 느슨한 선거운동으로 일관한 유기덕 후보의 수성전략을 압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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