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일원화’ 속에 감춰진 ‘검은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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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일원화’ 속에 감춰진 ‘검은 욕심’
  • 승인 2008.03.2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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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풍을 둘러싼 양의계의 반응을 보고 -

지난 2월 15일 한국한의학연구원(KIOM)은 ‘중풍 융합기술 포럼’을 개최하고 ‘5개 변증 61개 지표’를 내용으로 하는 한국형 중풍 변증진단 표준을 발표했었다. 우수한 임상능력이 있지만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약점이었던 한방에게는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주는 계기로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KIOM은 7일 이 표준안을 확정하고, 이어 한의사협회에서 중풍과 관련한 소책자를 만들어 한의원 등에 배포하자 양의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가 17일 ‘한방은 뇌졸중에서 손 떼라’라며 발표한 성명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의료계에 이기주의가 얼마나 팽배해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성명서는 “뇌졸중은 시각을 다투는 중한 질병으로 과학적인 진단과 검증된 현대의학적 치료만이 제대로 된 예방과 치료를 할 수 있다”며 “검사와 검증보다는 설문과 합의에 의한 진단표준이 얼마나 신뢰성이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리고 “진정 한방으로 뇌졸중, 한방용어로 소위 중풍을 치료하고 한방이 우월하다고 주장하려면 한방만으로 진단하고, 한방 독자적인 치료가 가능해야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현대의료기의 사용이 분명히 필요하고, 한의사는 제도적 장벽에 막혀 양의사 고용 등 편법적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의사 없이 한의사만으로 뇌졸중을 볼 수 있는가”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심하기까지 하다.
한의사협회도 다음날 반박 성명을 통해 “질병치료영역에 대한 배타적 영유권을 주장하는 마인드는 의학을 공부한 학자적 양심도 아니며 오직 상업적 마인드로 접근하는 패권주의적 발상”이라며 “모든 질병의 치료 영역과 마찬가지로 중풍도 양방과 한방으로 나눠 배타적으로 연구하고, 영유권을 주장할 만한 영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인정하고 있는 중풍 치료에서 손을 떼라는 것은 억지일 수밖에 없다. ‘일원화’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으면서 “중풍은 내 영역이니 건들지 마라”는 식의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소책자에서 “현대적 검진과 양약투여 그리고 한방의 우수한 치료가 병합될 때 좋은 치료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한 것처럼 환자가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의료인의 도리이다.

한방에도 한계가 있듯이 양방의 중풍 치료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 두 부분이 협력해 치료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기본이며, 서로간의 흠집 내기는 국민들에게 불신만 부추길 뿐이다.
한의협의 대응을 지켜보고 싶다. “내 것”이라고 우기는 추태가 계속 될 경우 감기 파동 때처럼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나약한 모습은 재연하지 말았으면 한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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