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68] 疑獄集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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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68] 疑獄集②
  • 승인 2008.03.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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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白吏가 반겨했던 醫獄案

366회에서 다루었던 『疑獄集』 원문이 생각보다 빨리 입수되어 고려와 조선에서 이 책이 간행된 의의와 수록 내용에 대해 다시 한번 알아보기로 하자. 이미 언급했다시피 『高麗史』에는 고려 文宗조에 異善貞 등이 『肘後方』, 『川玉集』과 함께 이 책을 새로 찍어 秘閣에 비치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런데 현전본들은 대부분 후대의 조잡한 내용이 추록된 것으로 『四庫全書』에 조차 후대의 변형된 판본을 저본으로 삼았기 때문에 현재 중국과 일본에 전해지는 대부분의 책들은 사고전서본과 거의 동일하고 이번에 알려진 이 조선판 『의옥집』의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고 한다.

오늘날 남아 있는 조선판본도 역시 이때에 새로 찍은 고려본을 저본으로 삼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현전본 가운데선 이 조선판이 가장 원본에 가까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이다. 특히 이 책에는 지금껏 공개된 적이 없는 원작자인 和凝(898~955)의 서문이 실려 있고 수록된 의옥사안들도 후대 판본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하니 판본가치가 매우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간행 당시의 발문과 마지막 몇 장의 원문이 떨어져 나간 상태여서 간행시기와 경위를 정확하게 고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이 책은 고려본을 저본으로 다시 간행한 조선 전기 간본으로 보이는데, 태종 18년(1418) 충청도 洪州(지금의 홍성지방)에서 通善郞 洪州儒學敎授官인 田藝가 발문을 붙여 간행했다고 한다. 田藝는 고려 말에 활약했던 문신 田祿生(1318~1375)의 손자로 1399년 己卯式年試에 급제하여 量田敬差官을 지냈던 인물이다. 전녹생도 1366년에 중국 연경에 사신으로 갔을 때 서당의 주요 교재로 사용된 『古文眞寶』를 처음으로 들여온 인물이다.

본문은 상권에서 「猪灰驗夫」로부터 시작하여 「歡誘首盜」까지 29건의 사안이 수록되어 있고 중권에는 「縛奴賺婢」에서부터 「誘愚積財」까지 21건의 사안, 그리고 하권에는 「認方知賊」에서부터 「辨僧誣叔」까지 16건의 사안이 실려 있는데, 원래는 24건의 사안이 실려 있었으나 현전본에는 후미가 일부 결실되어 있다.

따라서 상중하 3권 전체로 보아서는 총 74건의 사안이 실려 있었으나 지금 남아 있는 것은 66건의 사안이다.
또한 의옥사안의 제목이 주요내용을 중심으로 사자성어로 이루어진데 반하여 후대 판본에서는 ‘張擧辨燒猪’, ‘陳表求情’, ‘魏昶留書’, ‘崇龜集屠刀’, ‘敏中疑無贓’ 등 주요인물과 사건의 내용을 4~5자로 맞추어 변형시켜 놓았기 때문에 이 책은 원래의 모습에 한결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연구자에 따르면 후대의 전본에 비해 오자가 거의 없는 善本으로 원문의 내용이 정확하다고 한다.

헌데 없어진 田藝의 발문 내용 일부가 李仁榮의 『淸芬室書目』에 실려 있다. 발문에는 ‘永樂戊戌五月日洪州刊’이라는 刊記와 ‘資憲大夫忠淸道觀察黜陟使孟思誠, 經歷朴操’ 두 사람의 列銜이 실려 있다고 하였다. 한편 발문의 골자도 略記해 놓았는데, “宜寧通判 南珪가 자기 집안에서 간직해온 의옥집을 判牧 李養蒙에게 보였다. 그가 말하길 임진년에 우리 조정에서 무원록을 頒賜하여 獄事를 다루는 자로 하여금 모두다 刑律을 다루는 방도를 알게 하였다. 이 책이 비록 無寃錄에 미치지 못하지만…… 인출하여 널리 배포하고자 하여 監司였던 孟相國 思誠에게 고하니 그도 또한 좋아하며 이에 장인을 모으고 재료를 구할 방도를 마련하니 며칠 되지 않아 책 찍는 일을 마쳤다.”고 적혀 있다.

맹사성(1360~1438)이 누구던가? 세종대 황희 정승과 함께 최고의 文治盛世를 이끌었던 청백리가 아니던가. 당시 충청도관찰사로 부임해 있던 그가 만사를 제쳐두고 刻手와 자금을 끌어대어 날을 재촉하여 간행을 서둘렀던 책이 바로 이 법의학서인 『의옥집』이었던 것이다. 고려조로부터 조선 초기까지의 법의학적 검험지식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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