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 칼럼] KM의 세계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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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칼럼] KM의 세계화를 위하여
  • 승인 2008.03.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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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의사협회에서 한의학의 영문명을 ‘Korean Medicine’이라 하고 경우에 따라 ‘Traditional Korean Medicine’을 병기할 수 있도록 했다. 적절한 결정으로 크게 환영하는 바이다. 그동안 과학계서도 ‘漢醫學’이 아니고 ‘韓醫學’이라면 그에 걸맞는 영문명을 가져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던 터이다. 이제 필자의 소속 기관인 연구원도 영문명칭을 개정할 때가 되었다. 기쁜 일이다.

우리는 세계에 우리나라 고유의 KM을 선포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한의학을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의 일부로 보고 있는 중국, 또 TCM이 이미 널리 알려진 서구세계에서는 KM이 TCM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하고 물을 것이다. 중의학 교과서를 번역한 책들이 그대로 교재로 쓰이고 있는 한의학의 현실 앞에서 우리는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물론 한의학은 중의학과 다르다. 역사적으로 보면 세종대왕의 향약집성방으로 한약의 국산화를 이루고, 200년 후 허준의 동의보감으로 체계적 의학의 대중화를 이루었으며, 다시 300년 후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으로 고유의학체계를 갖게 되었다. 여기에 태극침법 등 오행론을 철저히 적용하는 매우 이론적인 침법을 갖게 된 것도 한의학의 고유 특성이다.

동의보감은 기존 의서와 달리 상한 잡병을 논하기 전에 정신기혈, 오장육부와 신체 각부에 이르기까지 생리학을 먼저 논하고 있다. 현대 의학의 생리학과 해부학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그 후 많은 동의보감 아류 의서들에 의해 우리는 질병 이전에 인체를 먼저 생각하는 사고에 자연스레 젖어들었다. 그런 토양속에서 자연스레 사상의학이 태어났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중의학과 다른 한의학을 학교 교육에서, 풀뿌리 의료 시스템에서 확립해 나갈 과제를 스스로 천명했다. 그렇다면 학교는 KM 고유의 교육체계와 교재를 확립하고, 각 병의원 또한 우리나라 고유의 진단 및 치료기술을 확립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사상의학을 생리학, 병리학 한 귀퉁이에 작은 chapter로 밀어놓을 것이 아니라, 각 chapter마다 기존 생리병리론과 체질 생리병리론을 함께 서술하여 비교해가며 공부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사상변증은 장부허실에 바탕하여 8강 변증을 재구성한 것이 아닌가? 체질 약리학이 빠져 있는 본초학의 경우 약재마다 사상의학적 용약법을 함께 서술해주면 어떨까? 태극 침법이나 체질침법 등도 좀 더 적극적으로 교과서 체계로 끌어들여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렇게 되려면 논리적 조합을 위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몇 년을 두고 추진 로드맵을 세워 시작은 해야 하지 않을까?

현대자동차의 목표가 세계 탑5에 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 수준이 생존의 커트라인이기 때문이란다. 학문이든 임상이든 세계 고유의 혹은 세계 일류의 가치가 없으면 명맥을 이어가기 힘든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우리나라 한의학은 세계 어디 내놓아도 자랑할 만한 민족유산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 유산도 우리가 소중히 여겨 잘 가꾸고 발전시키지 않으면 언제 남대문처럼 될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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