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약재 되살리기 운동본부 창립 1주년 기념 특별기고(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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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약재 되살리기 운동본부 창립 1주년 기념 특별기고(5)
  • 승인 2003.03.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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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을 ‘한약’답게 관리하는 法 마련돼야

표준제조공정서․임상본초학 연구 절실
도매상의 ‘임의포장 규격품’ 유통도 문제

김 주 영(한의사․우리한약재 되살리기 운동본부 사무총장)


5. 한약 문제의 해결을 찾아서(上)

지금의 한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통에 중심을 두고 있는 한약 관리 체계를 바꾸어야 한다. 즉 유통 중심이 아니라 제조 중심으로 바꾸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농산물과 의약품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는 현재의 한약 정책을 바로 잡아야 한다.

모든 한약재는 제조업체에서 세척 - 절단 - 건조 - 검사 단계를 거친 후 규격품으로 포장되어야 하고, 도매상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친 한약규격품만 판매하도록 유통을 일원화해야 한다. 또한 한의사들도 생산(수입) - 제조 - 유통의 단계를 거친 한약재만 구입해야 한다.

도매상에서 검사 없이 임의로 포장을 해서 유통시키는 규격품이 한약의 품질을 저하시키고, 유통 구조를 왜곡시키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각 단계를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정책만 실행하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이러한 과정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약을 “한약”답게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복지부 고시로 한약을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시는 정식 법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와 사업지원을 위한 예산을 별도로 편성할 수 없고, 엄격한 처벌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한약”다운 한약이 생산 - 제조 - 유통될 수 있도록 관리할 수 있는 법률이 최우선으로 제정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한약 관리법이 만들어지면 한약이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우선 생산단계에서부터 한약은 의약품으로 관리될 것이다. 의약품으로 쓰기 위한 한약재는 종자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관리를 받게 되고, 재배지(밭)에 대한 토질, 수질, 공기의 오염 여부를 확인한 후 별도의 코드 번호를 부여받게 된다. 물론 이에 대한 정부의 연구지원과 사업지원도 마련될 것이다.

또한 농민에 대한 재배교육 및 재배에 따른 기술지원이 실시될 것이다. 여기에는 경험이 풍부한 한의사와 한약사, 그리고 한약관련학과 졸업생이 팀을 이루어 “한약”다운 한약이 생산되도록 파종시기, 재배방법, 병충해 방지법과 처치법, 채취시기, 현장 가공방법, 제조공장으로 납품 방법 등이 무상으로 지원된다.

이렇게 되면 생산지에서의 오염 문제나 안전성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것이다.

그 다음은 제조업체를 정부에서 집중 지원하여 고품질 한약재를 제조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지금의 생산자 단체가 직접 제조업 허가를 얻어서 생산현장에 접목되어 있는 제조업체를 설립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지금처럼 통째로 건조된 한약재가 전국의 주요 시장으로 이송되고, 여기에서 다시 재가공 되어 도매상에서 임의포장 되는 방식은 수입 한약재의 혼합 또는 위․변조의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농협이나 한약 전문 생산자 단체가 제조업소를 보유하게 되면 한약재를 재배하는 농민 조합원들에게 한약재를 수매하여 “세척 - 절단 - 건조 - 검사”의 단계를 거친 후 한약규격품으로 포장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제조된 한약규격품을 전국의 도매상에게 공급해서 한의원과 한방병원으로 판매토록 하면 한약 문제는 빠른 시일 내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제조업소에서 꼭 필요한 품목별 “제조표준지침서”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이 큰 문제이다. 언제 채취하고 어떻게 가공해야 고품질의 한약재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황기의 경우 몇 년근 이상이 되어야 하고, 껍질을 벗기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껍질이 있는 채로 절단해야 하는지, 또한 절단 각도는 어떻게 해야 하고, 건조는 햇볕에 말리듯 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늘에 말리듯 해야 하는지를 우선 연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한의대 본초학 교수와 한약학과 교수로 공동 연구진을 구성하여 각 품목별로 “표준제조공정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약이 임상에서 직접 활용되는 현실을 감안하여 지금처럼 본초학을 순수학문으로 취급하지 않고, 일주일에 얼마 동안이라도 본초학 교수로 하여금 환자를 보면서 한약 문제를 고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나의 사례로 어느 교수님이 한의원에 왔다가 저온 보관을 해야 하는 한약재를 일정 시간 이상 상온에 방치했을 경우 저절로 변하도록 특수잉크로 표시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셨다.

그렇게 되면 관리가 소홀했던 한약재를 금방 구별할 수 있으므로 한의사들이 구입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왜 이런 아이디어가 이때까지 나오지 못했을까?

한의사들에게는 원전에 입각한 이론 본초학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임상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임상 본초학이 더욱 절실하다. 어쩌면 본초학이 기초 학문으로 분류되면서부터 한약 문제가 출발했는지도 모른다. 임상 현장에 꼭 필요한 한약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생산 - 제조(가공)해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일을 본초학 교수들이 해야 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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