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창립50주년 기념특집’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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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창립50주년 기념특집’을 마치며
  • 승인 2003.03.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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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전략사령부급 지휘조직 절실
‘한방의료관리학회’ 결성, 정책브레인 결집해야

학회 - 대학 - 연구원 - 병원, 상생관계 구축을
기록의 수집·정리·보관에도 관심 가져야

◆ 한의협사 어떻게 봐야 하나?

한의협 50년사를 뒤돌아볼 때 항상 느끼는 문제는 한의학이 양의학에 비해 그렇게 한계가 많은 의학이냐는 점이다. 협회 발전사를 중심으로 보면 늘 법적 제도적 정치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 힘의 열세에 있는 한의계는 늘 피해의식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한의계는 양의계에 비해 힘이나 자금력으로나, 혹은 사고의 측면으로 보나 현대 사회의 가치체계에 부응할만한 내용을 갖지 못했다. 그러므로 서양의 합리적 사고방식이 전세계를 지배해온 근세 100년 동안 전통집단은 사회에서 밀려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거기에다 식민지 지배까지 받았으니 주도적 위치는 고사하고 명맥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을 법하다.

그러나 전통의학이 시련을 겪었던 이유는 단순한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사회경제적 맥락이 숨겨져 있다. 한약분쟁기간 동안 일어난 사건을 다룬 논문만도 수십편이 될 정도라니 역사적 평가의 복잡성을 알 만하다.

그러므로 역사를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기술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후 한의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 결과 한의계는 어디서 와서 지금 어느 단계에 위치해 있으며 앞으로는 어디로 갈 것인지 판단하고, 그 이후로도 새로운 자료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수정하고 현재를 재해석해 비전을 보다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 학술적 근거 갖는 정책조직 시급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가 뭐냐고 말할 때는 이미 과거 역사를 총체적으로 서술한 바탕 위에서 대답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결론이 나오기 이전이라도 필요하다고 싶은 것은 빨리 찾아내 현실화시키는 자세도 중요한 일이다.

지금까지 나온 담론들을 점검해 보면 한의계가 가장 필요한 조직은 ‘학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책을 제시하는 조직’이다. 그 중에서도 타 학문의 성과를 받아들여 한의학을 제도화하는 일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보건행정학, 보건경제학, 역학, 지역보건학, 보건통계학, 인구보건학, 환경보건학 등은 한의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들이다.

이런 학문의 집합체가 가칭 ‘한방의료관리학회’다. 이 학회의 구성원은 보건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다수의 한의사와 다양한 전문분야에 종사하는 한의사들로 구성될 수 있다. 학회의 결성을 전후로 해서 각 한의대에 한방의료관리학교실을 설치한다면 여기에서 배출되는 석·박사들도 학회의 회원이 될 수 있다. 물론 학회만 결성한다고 곧바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연구력이 확보된 양질의 회원들이 많아야 학회결성의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한의대도 한의학만 전공한 한의사들 일색으로 구성돼서는 안 된다. 다양한 전공을 한 사람들로 채워져야 한의학이 객관화되고 그 가치가 외부에 드러나게 된다. 한방의료관리학회는 이런 다양한 전공자들이 한의학을 중심으로 모이는 어우러짐의 장이다.

◆ 진정한 한의협 되려면

지난 50년의 역사는 한의협의 역사가 한의학의 역사요, 한의계의 역사였다. 그만큼 한의협은 한의계를 대표하는 조직이었다. 그러므로 한의협은 지부와 분회의 중앙조직으로서의 역할 못지 않게 한의학회-한의대-한방병원-한의학연구원을 이끌어나갈 책임도 크다. 지금까지는 전자로서의 역할이 많았다면 앞으로는 후자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인접단체의 힘을 이끌어내려면 무엇보다 비전을 개발하여 단체와 공유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의 각 단체는 한의협의 역량을 갉아먹는 조직이라기보다는 한의협을 外護해주는 세력이라고 인식함은 물론 이들 단체가 보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활동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회무를 펼쳐야 할 것이다.

최종적으로 이런 활동의 총괄적 지휘부로서 군대의 전략사령부에 해당하는 지휘조직을 갖춰는 일이 요구된다. 단순한 일은 지부와 분회 및 관계단체들에게 과감히 이양하고 한의협은 명실상부하게 한의 각 단체의 중앙조직으로서 두뇌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회원들도 믿고 따를 수 있고 미래한의학의 견인차 역할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의 주인은 民이다. 한의협의 주인도 한의사다.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있어야 조직은 탄력을 받는 법이다. 내 작은 힘으로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한의사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한의사는 자신을 과소 평가하거나 역사의식이 없는 사람이다. 자신의 지도자를 잘 뽑고, 회비 잘 내고, 그 회비의 쓰임새를 감시하는 일 등 기본적인 일 몇 가지만 잘 해도 한의협은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특집시리즈를 준비하면서 느낀 아쉬움 중 하나는 한의학 관련 자료가 체계적으로 수집·정리·보관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는 기록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임을 이제라도 깨닫기를 당부한다.

◆ 위기와 기회는 공존

한의협의 역사는 시련의 역사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패배했다거나 퇴행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늘 위기와 기회가 공존해왔다. 한의학도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객관화하거나 표준화하는 데 다소 애를 먹었지만 여전히 미래의학의 총아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사실, 우수한 인력의 지속적 유입 등이 오늘을 살아가는 한의사에게 희망을 준다.

이제 50년의 역사를 뒤로하면서 과거를 거울삼아 실패는 최소화하고, 기회는 늘려 가는 역사를 창조해내야 할 것이다. 이는 지난 세월을 옹골차게 살아온 모든 한의계 성원들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김승진 기자
본지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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