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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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격자
  • 승인 2008.02.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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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고 쫓기는 숨 가쁜 하루

기나긴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국보 1호인 숭례문이 화재로 소실되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일상생활로 복귀했지만 연휴의 후유증은 쉽사리 가라앉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주는 무엇인가가 필요해서인지는 몰라도 설 연휴가 끝나고 난 후에 극장에는 액션과 스릴러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되는데 그 중 연쇄살인범에 대한 내용을 담은 한국 영화 <추격자>가 눈에 띈다.
대략 이 영화에 대한 소개를 접한 관객들이라면 2004년 대한민국을 경악하게 했던 유영철 사건이 떠오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추격자>는 화성 연쇄살인범을 쫓았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던 <살인의 추억>과는 또 다르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며 관객들을 긴장시킨다.

출장 안마소(보도방)를 운영하는 전직 형사 엄중호(김윤석)는 최근 데리고 있던 여자들이 잇달아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자 조금 전 나간 미진(서영희)을 불러낸 손님의 전화번호와 사라진 여자들이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번호가 일치함을 알아낸다.
하지만 미진마저도 연락이 두절되자 중호는 미진을 찾아 헤매게 되고, 그러던 중 우연히 지영민(하정우)과 마주치게 된다. 중호는 영민의 옷에 묻은 피를 보고 그놈인 것을 직감하고 추격 끝에 그를 붙잡게 된다.
그리고 영민은 실종된 여자들을 모두 죽였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경찰에게 담담히 털어 놓지만 증거가 없고, 중호는 어딘가 살아있을 미진을 찾아 나선다.

지난 해 미국 드라마 같은 한국형 스릴러로 호평을 받았던 <세븐 데이즈>에 이어 개봉 이전부터 웰 메이드 스릴러 영화로 평가 받는 <추격자>는 침체 되었던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의 구태의연하고 과잉된 스토리텔링 전개에서 벗어나 탄탄한 구성과 감각적인 연출이 잘 어우러지면서 새로움을 원하던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다.
우선 <추격자>는 우리가 흔히 영화에 볼 수 있었던 형사와 범인과의 쫓고 쫓는 관계를 뒤집고 악랄한 인간이 더 악랄한 인간을 쫓는다는 설정과 그동안 많이 지적되었던 어설픈 반전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영화 시작하자마자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과감한 장르 뒤틀기를 꾀하고 있다.

말 그대로 다 알려진 범인을 어떻게 해서 잡을까라는 명제를 가지고 만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영화 속에 담으며 경찰들의 무능력에 대한 비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미 여러 영화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김윤석과 하정우의 연기는 이 영화를 더 돋보이게 하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물론 영민이 왜 살인을 저지르는지, 악랄한 중호가 왜 미진을 위해 그토록 뛰어다니는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이제 데뷔하는 감독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고민해야 될 부분으로 남겨두어도 될 정도로 전반적으로 영화는 큰 기대 없이 봤다가 만족감을 얻고 나올 만하다. 비록 잔인한 장면이 많아 모든 계층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기존의 한국 영화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주기에 손색이 없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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