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공방 가열, 제2 감기파동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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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공방 가열, 제2 감기파동 조짐
  • 승인 2008.02.0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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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양의사 약화사고가 더 큰 문제”
양, “한의사 한약이 독성간염 주원인”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국면을 어떻게 전환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져있다. 일선 한의사들은 경기가 나빠져 가뜩이나 울상인데다가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는 양방의 공세에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태다. 득실을 생각해 가며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다가 한의사들의 눈치도 봐야하는 한의사협회 입장에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서울 강남에 개원하고 있는 한의사 K씨는 “투약이 필요한 환자를 앞에 놓고도 눈치를 보며 말을 꺼내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 울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국민들에게 한약을 설득해 낼 방법을 찾지 못하면 얼마 못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한약에 대해 그리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게 사실이다. 양생약 수요가 있기 얼마 전이면 꼭 방송을 타고 나오는 한약재 오염 보도를 보고 부정적인 사고를 갖는다. 세밀히 따지고 들면 양약이 문제이지 한약은 문제될 것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대중들은 한약을 한 덩어리로 인식해 “건강에 나쁠 수 있을 것”이라며 거부감을 갖는 반면 양약은 위험한 것은 피하고 전문가의 지시에 따르면 된다고 나눠 생각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의협은 “일부 의사들이 일으키는 약화사고가 더 큰 문제다”라며 “한의약에 대한 중상모략을 즉각 중단하라”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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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의료일원화추진위원회는 즉각 “한약의 안전성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현대의학의 약화사고 사례, 심지어 처방약 개수를 운운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일”이라며 “우리는 현대약품에 존재하는 부작용을 부정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해왔다.

한의협이 식약청의 연구보고서를 지목하며 한약재 안전관리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연구의 주된 결론 중 하나는 ‘한약, 그중에서도 한의사에 의한 한약이 독성 간염의 가장 큰 원인이다’라는 것”이라며 “식약청은 진실을 밝히라”고 목청을 높였다.
현대의약품은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친 후 시판되며 그 용법과 부작용이 정확히 규명되어 있는 반면 한약재는 기초연구조차 부족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양의계의 주장대로 잘못 투약된 한약은 부작용을 일으키기 마련이고, 초오·부자와 같이 독성이 강한 약도 존재한다. 일반인이 한약을 잘못 이해할까봐 이 사실을 먼저 꺼내 놓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대중들이 한약재를 하나하나씩 나누어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한의사의 진찰 없이는 모두 위험하다고 주장하며, 일반인과 한약을 담 쌓게 하자는 것은 아니다. 개별한약에 대한 우수한 효과를 설명해 주며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위험한 약과 상호작용을 통해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미국 FDA에서 감기약으로 인한 유해사례 분석 결과 증상을 완화시킬 뿐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지 않으므로 2세미만의 영·유아에게 안전하거나 효과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는 자료를 내 놓았다. 일부 한의사들은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의협도 “어린이 감기 한약으로 한방(韓方)에 해결하자”는 포스터 안을 제작해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식약청의 발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2세미만 영·유아에게 감기약을 먹이지 말라는 내용이 아니라 의사에게 진단을 받고 ‘처방된 약’을 먹이라는 것이었다. 한의계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차이가 있었다. 아무튼 검토 중인 포스터를 전국 한의원에 배포해 게시했을 경우 또다시 감기를 둘러싼 대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감기 파동 때 “구체적인 준비 없이 터트리고 보자는 식이 한·양방 갈등을 부채질 했고, 얻은 것이 없다”는 지적이 또다시 나올 가능성도 있다. 건강보험에 적응돼 있는 일반인들이 부담 없이 첩약을 처방받기는 어렵다. 보험제제의 질도 문제지만 일선한의사들의 의식도 거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고, 지금도 바뀐 것은 없다.

그러나 한약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주목을 받아야 하는 데 이를 어떻게 끌어 낼 것이냐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약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이나, 양의계의 간독성 주장 모두 일반인의 주목을 받기 어렵다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이익단체간의 마찰로만 비쳐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한의계는 무슨 방법이든 국민들의 시선을 집중시켜 한약을 바로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로 인해 받게 될 충격을 우려해 머뭇거릴 경우 한의계는 스스로 고사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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