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실험쥐 대상 침의 통증효과 메커니즘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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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실험쥐 대상 침의 통증효과 메커니즘 규명
  • 승인 2008.01.2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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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태 박사, “앞으로 경혈의 특이성 증명에 힘쓸 터”

한국한의학연구원 구성태 박사(36·사진)는 최근 침의 통증 효과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연구결과를 내놓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연구논문 ‘Electroacupuncture-induced analgesia in a rat model of ankle sprain pain is mediated by spinal alpha-adrenoceptors’는 통증연구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국제 저명학술지 ‘Pain’ 2008년 3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본지 644호(1월 14일자) 주요뉴스란 학술 참조>

구 박사는 “한의학을 전공한 연구자로서 전 세계에 침의 효과 기전을 밝히게 돼 큰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임상에서 널리 쓰이는 침의 진통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기전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기존에 알려진 침의 내인성 몰핀 기전 역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전의 연구가 불가피했다. 침은 통증 조절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에 치료 효과가 있으나 몰핀 기전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구 박사는 이런 한의학 기본원리를 실험적으로 확인해 보고자 우선 발목 염좌를 유발한 동물 모델을 이용해 연구를 시작했다.

흰쥐의 오른쪽 뒷다리에 염좌를 유발한 후, 왼쪽 앞 다리에 전기침을 자극하고<그림 1의 A>, 침의 효과가 경혈에 특이적인지 확인하고자 두 점(경혈)을 자극해 효과를 비교<그림 1의 B>하는 방법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염좌로 인한 통증이 있을 때는 걸을 때 딛는 압력이 감소하므로 침을 주기 전후에 아픈 다리의 딛는 압력을 측정하여 통증 개선 정도를 검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양로혈을 자극한 군에서는 아픈 다리의 딛는 압력이 증가해 진통 효과로 간주할 수 있었으며<그림 2 모델1 참조> 양로혈 근처에 있는 합곡혈을 자극한 군에서는 통증 개선 효과가 없었다. <그림 2 모델2 참조>
아울러 침의 진통 효과에 내인성 몰핀이 관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몰핀 길항제인 날록손을 투여해본 결과 침의 효과를 차단하지는 못해 염좌모델에서 양로의 진통 효과에는 내인성 몰핀이 관여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통증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경전달물질인 아드레날린과의 관계를 알아보고자 아드레날린 길항제인 펜톨라민(알파 수용체 길항제)을 투여하자 침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아드레날린 수용체는 크게 알파 수용체와 베타 수용체가 있으며, 알파 수용체는 다시 알파 1과 알파 2로 나뉜다.
침의 진통 효과가 중추에 미치는 효과인지 알아보고자 아드레날린 길항제를 척수 내로 직접 주입 후 효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알파 1과 알파 2수용체에 특이적인 길항제를 주입한 결과 알파 2수용체 길항제(요힘빈 YOH)가 침의 효과를 차단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림 3 참조>

구 박사는 실험을 통해 질환 모델을 직접 개발해 침의 효과 기전을 살펴보고, 병태모델에서 몰핀이 관여하지 않은 침의 새로운 진통효과 기전을 밝혔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다고 전했다.
아울러 통증에 효과가 있는 경혈과 효과가 없는 경혈이 존재하는 데 이는 특정한 질환이나 조건에 따라 치료 효과가 있는 특이적인 점이 존재함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아무 곳이나 찌른다고 해서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통증을 불통즉통(不通則痛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이라 해 기가 잘 통하지 않으면 통증이 생긴다고 했다.
이를 치료하려면 건강한 쪽에 침을 놓아 여유가 있는 곳의 기를 막힌 곳에 보내 기가 잘 통하게 함으로써 통증이 없어진다고 했는데 통증이 없는 건강한 쪽에 있는 경혈을 침으로 자극해 통증을 억제함으로써 한의학의 기본 원리인 거자법 이론을 증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실험이 그러하듯 이번 실험 역시 힘든 점은 있었다. 구 박사의 실험이 성립되려면 기존에 알려져 있는 통증 모델이 아닌 한의학적 특성을 살려서 침의 효과를 보여주는 새로운 동물모델이 필요했다. 그래서 염좌 모델을 만들게 되었는데 처음으로 만들어진 모델이기 때문에 통증을 측정할 방법 또한 스스로 찾아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구 박사는 온 종일 쥐가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고, 어느 경혈을 자극해야 효과 있을지도 몰라 한 점, 한 점 효과를 확인해보아야 했다고 한다.

막상 효과 있는 점을 발견했을 때는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인가의 불빛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 그 이상을 맛보았다고 전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제 실제 임상에서 한의사들은 건측에 침을 놓을 때 환자들에게 보다 쉽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게 됐다.
구 박사는 향후 연구계획과 관련해서 “침자극 효과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밝혀 경혈의 특이성을 증명하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척수 기전만 다뤘는데 뇌 기전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하며 척수에서도 다른 신경전달물질의 관계 여부도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다양한 질환 모델에서 침의 치료 효과 기전도 탐색하고 경혈 자극이 특정부위의 뇌를 활성화시키는 경로도 추적해 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구 박사는 전남 화순 출생으로 원광대 한의대를 나와 현재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WHO에서 주관했던 국제경혈위치표준화 사업에 참여했으며 일회용 침의 국제표준을 제정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민족의학신문 음영미 기자 eumym0804@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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