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64] 別抄單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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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64] 別抄單方
  • 승인 2008.01.2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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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별하게 다루어진 單方經驗

이 책에는 서문이나 발문 등이 없기 때문에 저자나 정확한 저술 연대를 알 수 없다.
다만 맨 마지막 쪽에 “原本李王職藏版 昭和二年十月謄寫”라고 쓰여 진 것으로 볼 때 구황실 소장 판본을 일제강점기인 1927년(昭和2) 10월에 다시 등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원문의 내용은 전문의료인 뿐만 아니라 약간의 의약상식을 가진 지식인들도 가까이에 두고 쓸 수 있도록 활용범위가 넓다.

한국의학대계에는 ‘경험방’이라는 서명으로 수재되어 있으나 원서명은 누락되어 있다. 또 실제 수록내용 또한 단순히 저자의 임상경험을 담았다기보다는 다분히 의학에 입문하는 사람이나 임상의를 의식한 요결 형태여서 적합한 이름이 아니다.
이에 편자는 첫 머리에 단방을 내세워 수재한 점과 본문 중에 學門別抄, 靑囊別抄, 別穴闕抄등의 소제를 사용한 점을 중시하여 ‘別抄單方’이란 이름을 대신 붙이기로 하였다.

不分卷 1책의 필사본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의 목차는 따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대략 『동의보감』을 비롯한 주요 문헌에서 필요한 내용만을 차례로 抄出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반적인 체제는 다소 정연하지 못한 듯한 느낌이 있으나 중복되거나 뒤바뀐 곳은 없다.
본문은 대체로 단방, 병증치방, 가결의 순으로 기술되어 있으며, 본문에 기술된 소주제 항목은 총 66항목에 달한다.

내용 가운데 특이한 점 몇 가지를 들어 소개해 보기로 하자. 우선 婦人常服 조항에는 부인과의 聖藥으로 알려진 四物湯의 가감활용법을 실어놓았는데, 춘하추동 4계절의 변화에 따른 약물의 가감법을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사물탕 본방에서 봄에는 방풍을 더하고 천궁의 분량을 배가한다.
또 여름에는 황금을 더해주고 작약의 양을 두 배로 더한다. 이와 같이 대표적인 보혈제인 사물탕의 구성약물의 비례를 조정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조절약재를 가미함으로써 통용방으로서의 사물탕의 효용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조기월경[經水不及期來者], 과다월경[經水過期], 월경통[經水將來作痛] 등 다양한 부인과 질환증상에 대한 가감법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 기재된 가감법은 무려 154조목에 달하는데, 부인의 여러 가지 월경질환을 비롯하여 赤白帶下, 胎漏腹痛, 임신중풍, 임신중 諸疾患, 산후잡병에 이르기까지 제반 증상이 망라되어 있다.

‘修製法’은 말 그대로 약재를 수치해서 제조하는 방법인데, 병소의 위치나 오장육부에 따라 제조법이나 부가재를 달리하는 것이다. 수제법 항목의 첫줄에는 수치법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경구가 적혀 있어 되새겨 볼만하다. “질병의 유행과 변이는 병에 따라 다르고 병을 다스리는 것은 약에 메어있으며, 약재를 수치하여 쓰는 것은 사람 손에 달려 있으니, 셋 중에 한 가지도 빠트릴 수 없다.

이어지는 ‘風升生, 熱浮長, 溫化成 ……’ 하는 내용은 오방속성에 따른 약재의 기미 차이를 논변한 것으로 羅天益의 『衛生寶鑑』에 실린 藥類法象이 원출전으로 『醫方類聚』총론에 수록되어 있다. 약재를 寒熱溫량 四氣에 따라 분류하고 이를 간단한 가결로 만들어 외우기 쉽게 배치한 것이다. 한방약물학에서 이른바 기미론의 이론적 준거가 되는 이 학설의 출발점은 『東垣試效方』·藥象門의 用藥法象이다.

이런 내용들은 모두 『의방유취』에 수록되어 있고 이를 토대로 『동의보감』 湯液序例에서는 氣味升降이란 항목에 요지를 수록한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서 역대 약리학설의 발전 경과와 지식정보의 압축 과정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소장 경과로 보아 아마도 이 책은 조선 후기 의원 집안에서 의과고시나 의학 입문자를 위한 학습용으로 주요 의서의 골자를 초출하여 편집한 것으로 여겨진다.

수록 내용은 대부분 『동의보감』과 『의학입문』등에서 임상과 기초학습에서 꼭 필요한 중요 부분만을 발췌하여 가감한 것으로 전문인이 필수적으로 기억해야 할 것들이다. 특히 鄕藥單方을 서두에 배치하여 우리 의약경험을 중시한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하겠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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