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63] 東醫寶鑑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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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63] 東醫寶鑑③
  • 승인 2008.01.1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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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國 醫學의 국제적 盛譽

이왕 『동의보감』에 대한 얘기를 꺼냈으니 오늘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 책의 국제적 성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기로 하자.
이렇게 새삼 재론하는 까닭은 이미 전고에서 언급된 일본판 『訂正東醫寶鑑』이나 중국에서 간행된 다양한 목판본과 석인본들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관련 자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중국의 光緖 10년, 그러니까 서기 1884년에 중국에서 목판으로 간행된 『體用十章』이라는 책을 통해서 가능하다. 감각 있는 독자라면 벌써 뭔가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챘을지도 모르지만 이 자료는 평범한 한의서가 아니고 漢譯西醫書이다.
광서연호가 붙어 있으니 청나라가 2번에 걸친 아편전쟁 끝에 1860년 쇄국의 빗장을 열고 영국으로부터 개항요구를 수용한지 이미 한참 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하지만 조선은 고종 재위 21년으로 대원군이 끝까지 쇄국을 고집하다가 김옥균, 박영효, 서재필 등이 갑신정변을 일으켜 외세를 등에 업은 개혁을 시도한 해이기 하다.

중국은 이미 상해와 홍콩 등 여러 항구를 개방하여 외국의 문물이 어렵지 않게 들어왔으나 이질적인 문명에 대한 자발적인 수용은 그다지 원활하지는 못 했다.
이 책의 서문을 통해 이런 정황을 짐작할 수 있는데, “……『동의보감』을 보면 해외로부터 중국에 들어온 것이지만 내용 가운데 경락, 장부, 지체, 膚주, 毛竅 및 일체의 방약에 관한 것들이 모두 『황제내경』과 『상한론』을 본받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하였고 이어서 “이제 泰西博士 哈士烈 이 지은 『體用十章』은 의론이 환하게 통하고 고증이 정밀하고 세심하여 『동의보감』에 견주어보아도 지나침이 있을지언정 미치지 못할 것이 없다.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 훤히 볼 수 있으니 외국의가가 지은 것이라도 으뜸으로 떠받들 수밖에 없다.”라고 천명하였다.

이글이 비록 『동의보감』을 직접 칭송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당대 한역서의서 出刊의 辯에 서양의술의 경이로움을 비유함에 있어 외국의학의 정밀하고 우수함을 우리 『동의보감』에 비견하여 말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적어도 19세기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중국에서 『동의보감』이 여전히 의학의 典範으로 인식되고 있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결정적 증거자료라 하겠다.

서문을 쓴 이는 蔡錫勇(1847~1897)으로 청나라 福建省 龍溪사람이다. 자는 毅若, 당호는 靜遠軒이다. 同治 연간에 廣州 同文館을 졸업하고 光緖 연간에 일찍이 주미공사관 통역을 지냈으며, 廣東洋務局, 湖北鐵政局 總辦 등의 직책을 역임하였다.
『淸朝文獻通考』에 의하면 그는 청말 개항기에 외국문물을 소개하고 철광, 무기, 직조, 탄광 사업 등을 추진하였으며, 속기학에 정통하여 『傳音快字』라는 전문서적을 펴낸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體用十章』은 어떤 책이기에 첫머리부터 『동의보감』을 들먹어야 했을까?
역시 1884년 12월에 작성한 의학박사 Jos. C. Thomson, M.D.의 서언에는 이 책의 원작자는 영국의 Huxley와 Youmans 교수로 중국어 번역을 위해서 미국 의사 Kerr가 교정을 보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본문의 첫머리에는 ‘英國哈士烈先生선 / 瀋陽孔慶高繼良氏筆譯 / 美國嘉醫士約翰氏校正’이라고 표기해 놓았다.

그들이 번역한 원저는 ‘Human Physio-logy’로 體用이란 全體 즉 골격과 근육 등 인체를 구성하는 해부학에 대하여 신체 각각의 쓰임새[功用]를 논하는 생리학을 말한다.
全體와 功用은 물질과 기능으로 대별되며, 인체의 모든 구성요소는 저마다 고유의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앞서 『體質窮源』이라는 역서를 낸 바 있다는 역자 孔慶高의 서문에는 ‘人身消長의 기틀과 血脈運行의 이치, 그리고 氣機流行과 知覺運動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지식이 상세히 갖추어져 있다’고 했다.
그들은 19세기말 처음 접한 서양의학에 대한 놀라움을 물경 3백년전에 펴낸 『동의보감』에 비유하고 있으니 1600년대 조선의 『동의보감』이 중국에 건네준 문화적 충격은 또 얼마나 대단했을까?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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