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62] 東醫寶鑑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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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62] 東醫寶鑑②
  • 승인 2008.01.1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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龜巖선생 손길 닿은 內醫院校正版

1610년에 편찬이 완료된 『동의보감』은 그 뒤로 3년간에 걸친 인출작업 끝에 1613년에야 비로소 세상에 첫 선을 보인다. 이것이 바로 허준 선생 당대에 간행된 초간본 『동의보감』이다. 당시 전쟁으로 조선팔도가 초토화된 뒤끝이라 아직 그 餘塵이 남아 모든 물자가 귀하고 대규모 간행사업을 펼치기엔 힘든 상황이었으리라.

초간본의 간행경위에 대해서는 기존에 훈련도감에서 병졸들이 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방편으로 서적을 인출했다고 알려졌다. 혹은 훈련도감에서 쓰는 활자를 내의원에서 빌려다가 책을 인출하고 되돌려주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그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현재는 내의원에서 간행한 사실만은 모두가 수긍하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 전존하는 초간본으로는 국립중앙도서관에 오대산사고본,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적상산사고본이 수장되어 있고 규장각에는 태백산사고본을 포함 초간본이 2질 있으나 완질이 아닌 결본이다. 여타 零本들까지 취합한다면 그래도 꽤 여러 권의 초간본이 전해지는 셈이다.

이번에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후보로 선정된 『동의보감』의 대상 판본은 위에서 열거한 史庫 수장 초간본 중 결본이 없는 완질본 2질이다.
여기에는 ‘宣賜之記’가 찍혀 있고 內賜記가 적혀 있어 조선시대 의학서적의 편찬과 간행 및 頒賜제도에 관한 많은 정보를 간직하고 있어 우리 의학문화유산으로 특별한 의미를 더해 주고 있다.

물론 초간본이 아니라 하더라도 내용상 크게 손색이 없으며 초간 이후에 간행된 동의보감의 여러 판본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판본이 산재되어 있다. 하지만 전라도 감영이 있던 전주에서 간행한 完營版과 경상도 감영인 대구에서 간행한 嶺營版과 같은 官板本 몇 가지를 제외하곤 제대로 간행기가 밝혀져 있는 것이 많지 않아 초간 이후 간행정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초간본의 서문 말미에는 ‘萬曆41年11月日內醫院奉敎刊行’이라는 刊記가 적혀 있다. 明나라 神宗의 연호인 만력41년은 癸丑年으로 조선 광해군 5년에 해당한다. 편찬이 완료되어 국왕에게 進上한 것은 ‘聖上卽位之三年庚戌, 浚始卒業’이라는 명문이 있으므로 광해군 재위3년이 아닌 즉위한 지 3년째 되는 해, 곧 1610년에 집필이 모두 완료되었음을 알 수 있다.

광해는 선왕의 유업이 완성되었음을 기뻐하여 그 즉시 내의원에 設廳하여 침梓케 하고 내의원 제조였던 李廷龜에게 서문을 짓게 하였다고 적혀 있다. 이조판서이자 홍문관, 예문관 양관의 대제학을 겸임하고 있었던 李廷龜가 서문을 완성한 시점은 ‘萬曆39년 辛亥孟夏’로 기록되어 있으니 해를 넘긴 1611년 4월에야 서문이 지어진 것이고 간행작업에 1613년 11월까지 만 3년 이상의 시일이 꼬박 소요된 셈이다.

또 서문의 말미에는 두 사람의 내의원 의관이 監校官으로 기록되어 있다. ‘通訓大夫行內醫院直長 李希憲’ 그리고 ‘通訓大夫行內醫院副奉事 尹知微’가 바로 그들이다. 通訓大夫는 정3품 당하관에 해당하는 品階로 내의원의 종7품직인 直長이나 정9품직인 副奉事에게는 매우 높은 품계가 주어진 것이다.
조선왕조의 行守法에 따르면 이 경우 位高職卑라 하여 현직에 진출하라는 의미에서 품계와 직명 사이에 行자를 표시한다.

이와 반대의 경우, 즉 位卑職高의 경우에는 실직을 잘 지키라는 의미에서 ‘守’자를 표기한다. 이로 보아 이들은 품계에 비해 매우 낮은 직책을 부여받아 일한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아마도 『동의보감』 刊印을 위해 두 사람에게 특별히 이일을 맡긴 까닭이 아닌가 싶다.

현재 전하는 바로는 이희헌은 1600년(庚子)에 의과에 급제하여 훗날 정2품관인 正憲大夫에 올랐으며, 10여년을 首醫로 지내면서, 향년 84세까지 장수를 누렸다. 윤지미는 1606년(丙午)에 등과하여 의관의 최고직인 내의원정을 지냈으며, 이들의 행적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하자.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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