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무관심으로 공정서 개혁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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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무관심으로 공정서 개혁 좌절
  • 승인 2007.12.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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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귀 개정 보류, 종대황은 삭제키로
대한약전 9개정·한약규격집 개정

대한약전 제9개정과 한약규격집이 개정됐다. 그러나 이번 공정서 개정에서도 한의계의 관심부족은 여전해 근본적인 개혁은 무산되고, 일부분에 만족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2년간의 연구로 개정·발표될 공정서는 우선 기원 동·식물의 혼동을 초래할 수 있는 ‘동속근연식물’ 등은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해 약제 범위를 보다 명확히 했다.

성상에서 뿌리 한약재는 대황, 반하, 천남성만 벗기고 나머지는 선택사항으로 놓아두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약성의 보존 등을 생각하면 껍질을 벗기지 않도록 하는 게 올바르지만 관행과 반발을 우려해 선택사항으로 둘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나무약재의 지상부는 코르크층을 제거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교와 활석이 한약규격집에 새로 신설됐다. 기대했던 '분방기’신설은 이번 개정에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러한 부분에서 이번 공정서 개정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농민의 반발에다가 한의계의 적극적 지지도 얻지 못해 ‘한당귀’를 신설하고 ‘중국 당귀’를 ‘당귀’로 정하려했던 것이 ‘유보’됐다. 당귀 때문에 덩달아 ‘한독활’, ‘한강활’도 유보돼 한의학 원전에서 지칭하는 약재의 수입은 여전히 불가능하게 됐다.
이번 약전 개정의 최대 쟁점사항이 의도했던 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올해 6월 이후 공정서 일부 개정에서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져 있으나 한약제제문제가 걸림돌로 있는데다가, 농민들도 가만있을 리 없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또 주목할 만한 내용은 ‘종대황’을 삭제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대황과는 전혀 다른 약재이며 한의학 원전에도 없는 품목이므로 더 이상 공정서에 존속시킬 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당귀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재배하고 있지 않아 농민의 반대가 없어 쉽게 합의될 수 있었다.
종대황 하나만 보면 당연하고,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한약재 수입업체측에서는 약재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공정서에 대황은 센노사이드 A를 0.25% 이상 함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 규정에 맞는 대황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수입업체들은 ‘대황’을 ‘종대황’이라고 속여 신고하고 수입해 왔다. 종대황이 삭제되면 이러한 방식에 제동이 걸리게 되는 것이다. 당장 수입할 길이 막혀버림으로 한방의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종대황 삭제는 대황의 기준 개정과 동시에 이루어졌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결과가 올 것을 알고 있었을 업체는 종대황으로 수입해 판매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고, 한의계도 ‘소비자’라며 남의 일처럼 생각한 것이 임상에서의 차질을 자초한 것이다.

대황의 지표물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왔으나 한의사협회나 업계 모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패오니플로린 양만을 놓고 시비를 벌이다 백작약·적작약을 작약으로 합친 것을 한의학 기준에 맞춰 다시 분리하려는 계획은 다음 으로 미뤄졌다. ‘토천궁’이라며 ‘천궁’으로 사용했던 것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도 연구부족으로 무산됐다. ‘토천궁’이라는 항목을 신설하려 했으나 현재 한방의료계에서 활용하고 있는 ‘토천궁’은 학명조차 없어 공정서 수재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과거와 같이 공정서 기준에 맞지 않아도 대충 넘어가고, 비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약재를 공급·판매할 수 있던 시기는 지났다. 기준에 맞지 않으면 유통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한의계는 현실과 맞지 않아 한약재 수급에 큰 차질을 불러 올 것으로 예상되는 중금속·이산화황 기준 강화에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것처럼, 한약재의 기준을 정하는 공정서 개정에서도 같은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의약의 전문가임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기준을 세우는 데는 무관심하고, 담당자가 알아서하라는 식의 행태가 계속될 경우 약재의 기준은 분자식에 의존하는 양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고, 진료 차질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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