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61] 東醫寶鑑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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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61] 東醫寶鑑①
  • 승인 2007.12.2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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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문명의 자랑, 미래의학의 자산

수년전 『동의보감』을 소재로 글을 쓴 기억이 있지만 근래 『동의보감』과 관련한 몇 가지 기쁜 소식이 있기에 차제에 한 번 더 살펴보기로 한다. 또 국내외 여러 가지 판본이 알려져 있으므로 그 중 대표적인 판종 몇 가지를 골라 차례대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우선 반가운 소식부터 전하자면 『동의보감』 초간본 2종이 유네스코의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문화재청의 등재후보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고 이것이 또한 2007년도 한의계의 10대 뉴스에 올랐다는 것인데 모두가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일반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여름 중국 浙江省 杭州에서 개최된 한중 전통의학문헌 학술대회에서는 고대한국의학문헌을 전공한 한중 양국의 대표적 학자들이 모두 모였는데, 여기서 중국중의연구원 의사문헌연구소의 朱建平 연구원은 『동의보감』의 방제내용에 관한 분석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동안 이 책의 개요나 서지적 측면에서는 여러 차례 논의가 되었지만 이렇게 국제학술회의에서 우리 의학 책의 내용이 심도 깊게 언급되기 시작했다는 것도 또한 진일보한 것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현재 우리 『동의보감』은 일본과 중국에서만도 30여 차례 간행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얼마나 많은 양이 유통되었는지는 상세하게 확인되고 있지 않다. 오늘 소개하는 판본은 일본의 訂正版으로 원서가 일본에 전해진 후 1723년(享保8) 醫官 源元通이 訓訂을 가하고 서문을 썼는데, 그 뒤 1799년(寬政11) 大阪書林에서 板木을 구하여 발행했다는 것으로 보아 여러 차례 상업적인 출판이 지속되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日人 藤原信篤이 쓴 ‘訂正東醫寶鑑序’에는 “古今의 여러 가지 의학설을 손바닥을 보듯이 살펴볼 수 있어 醫業을 가르치고 공부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으며, 나아가 治病을 위한 독서의 방도로 이 책이 널리 쓰이게 된다면 “뭇 백성이 질병으로 죽는 일을 면하게 될 것이요, 후세에 이르도록 衛生의 방도로써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천명하였다.

한편 源元通은 後序에서 말하기를 “성인이 敎化로써 인간의 성품을 온전하게 保全하고 의약으로써 사람의 생명을 救濟하는 도리로 삼았는데, …… 여기에 가장 적절한 책으로 조선의 허준이 펴낸 『동의보감』을 손꼽았으니, …… 실로 保民의 丹經이요, 醫家의 秘급이다.”라고 극찬하였다.

그는 이 책에 訓點을 더하여 펴내라는 大君의 명령을 받고 두루 살펴본 즉 자획이 뭉개져 흐릿해진 곳이나 문장이 서로 잘못 섞인 곳이 있어 원서를 대조하여 모두 정리하여 보충하였다고 밝혀 놓았다. 壬寅年 仲春 초하루에 시작하여 한겨울에 작업을 모두 마쳤다고 하니 1722년 1년 가까운 시간과 공력을 들여 『訂正東醫寶鑑』을 펴내기 위한 사전작업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또 그가 이일을 마치고 발문을 쓴 시점은 ‘癸卯年 春正月上元日’로 1723년 1월 15일인데 刊記에는 그 다음해인 ‘甲辰年仲夏刻成’이라고 했으니 판각하여 인출하는데 또 1년 반 가까운 세월이 흐른 셈이다. 결국 일본에서는 1724년 京都書林에서 처음 간행하였는데, 훗날 중국판의 상당수가 이 책을 모본으로 다시 간행되었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동의보감』이 일본에 처음 전해진 시점은 현종3년인 1662년의 기록이다. 『接待事目抄』에는 이 때 일본이 조선으로부터 『동의보감』과 『의림촬요』를 구해갔다고 적혀 있다.

한 가지 아이러니컬한 일은 일본에서는 源元通이 이 일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공로를 인정받아 法眼이라는 位階를 特賜받는다. 허준은 전쟁을 겪으면서 선조를 扈從한 공로로 공신이 되어 품계를 하사받는데도 여러 신하들의 반대를 겪고 삭훈되어야 했던데 반해, 일본에서는 허준의 책을 교정보아 펴낸 것만으로도 최고위직에 오를 수 있었으니 무척 대비되는 褒貶의 역사가 아닐 수 없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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