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 자기 일 불구 ‘강 건너 불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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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들, 자기 일 불구 ‘강 건너 불구경’”
  • 승인 2007.12.2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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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곰팡이, 1년 후 SO₂ 규제 강화 파장 클 듯
한의원도 한약재 안전 보관시설 마련 시급

이산화황(SO₂) 규제 강화와 곰팡이독소 규제 신설이 한방의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당사자인 한의사들은 전혀 감조차 잡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한 관계자는 “SO₂의 기준을 강화하고 품목을 확대한다고 입안예고 했지만, 시장이 조금도 변하고 있지 않아 막상 시행을 하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것이 뻔해 법안 처리를 놓고 숙의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의사들은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듯하다는 지적이다.
곰팡이독소와 SO₂는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며 곧 완결될 것으로 보인다. 3개월의 유예기간을 둔 곰팡이독소 규정은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실시되고, SO₂도 그 1년 후에는 전격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SO₂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돼 시행을 고시 후 1년으로 규정했다.

중금속이나 잔류농약은 한의사와는 관련이 없다. 한의사들이 외관상 희고, 보기 좋은 것을 찾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황찜을 할 수밖에 없다고 업자들이 주장하고 있으나 관리만 제대로 하면 막을 수가 있었으므로 SO₂는 소비자인 한의사와 관련이 없다고 강변할 수 있다.
그러나 곰팡이는 전혀 다르다. 산지에서 수확하면서부터 저장, 유통 전 과정에서 발생되므로 한방의료기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한의원에서 곰팡이가 발생된 한약재를 발견하면 책임은 전적으로 한의사에게로 돌아간다.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곰팡이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한약전 총칙에 “한약은 곰팡이 또는 다른 동물에 의한 오손물 또는 혼재물 및 그 밖의 이물을 될 수 있는 대로 제거한 것으로 깨끗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곰팡이독소에 대한 규제가 신설됨으로써 이 규정들이 물 위로 부상한 것뿐이다.
특히 한방의료기관도 규격한약재 유통 감시대상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지경에 처한 것이다.

대다수 한의사들은 장마철이 지나면 곰팡이가 발생한 약재를 골라 낸다. 하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곰팡이가 번식을 위해 포자를 만든 것으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곰팡이독소는 곰팡이가 생장하면서 발생되는 대사물질이므로 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또 높은 습도에서 하루만 보관을 잘못해도 곰팡이는 금방 발생·성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점점 아열대 기후에 가까워져 이제는 ‘장마철’이라는 표현 대신 ‘우기’로 표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도 있어 곰팡이독소는 매우 심각하다.

SO₂는 곰팡이 발생을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곶감이 잘 부패하지 않는 이유는 SO₂ 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기준 강화와 함께 제조공정과 관련된 규정도 바뀌어 편법으로 SO₂ 기준을 초과한 한약재를 유통시킬 수 있는 통로가 좁아졌다. 2009년 4~5월경 강화된 SO₂규정이 본격 실시되면 보호막 없이 한약재가 노출되는 것이다.

완전히 건조된 한약재를 규격포장지에 넣어두면 습기가 차단되므로 곰팡이 발생 우려가 적다. 그러나 투약을 위해 일단 개봉하면 건조가 잘됐건 못됐건 차이는 없다. 곰팡이를 막기 위해서는 원내에 저온 보관시설을 마련해야 하는 데 시설비용만 3~5백만원이 들고, 공간도 문제여서 감당하기 어려운 한의원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규제가 강화되면 한약제조업소에서는 약재에 따라 200g 소포장으로 공급하는 등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할 것이다. 하지만 곰팡이는 제조와 유통과정에서만 발생되는 것이 아니므로 한방의료기관에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성중 원장(서울 강남구 장수한의원)이 개발해 보급하기 시작한 ‘환풍식 한약장’과 같은 제품의 개발에 한의계가 앞장서 나서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관계자는 “한약재 위해성 기준과 관리규정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세계 일류 수준에 와 있고, 다소 무리라고까지 평가할 수 있다”며 “하지만 건강에 대한 높아진 국민의식을 되돌려 놓을 수 없는 한 한의계는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관리와는 별개로 한의사 스스로도 한약재의 위해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습득해 약재를 구입해야 하고, 단속에 대비해 한약재의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설을 하루 빨리 갖춰놓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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