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 가진 藥材 大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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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 가진 藥材 大國
  • 승인 2003.03.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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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 가진 藥材 大國

품질관리에 국가가 나섰다

한방병원을 경영, 관리하면서 많은 걱정을 하게 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걱정은 한약재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제공하는 한약의 유효성분이나 유독성 여부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을 터. 진단을 하고 처방을 하는 의사가 아무리 명의이고 설사 신의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런 저런 생각에 늘상 다소간 죄책감을 느끼면서 큰마음을 먹고 서울 근교에 만여평 부지를 확보하여 좋은 약재를 독자적으로 조달하는 약초원을 개간해 볼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토종 약재 12가지 중 10가지가 기준 미달이라는 한의학 연구원 검사자료가 공영방송을 통해 전국을 강타하자 일종의 배신감과 더불어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

마침 전주 방송에서 “우리 약초를 살리자”는 프로그램을 위해 중국 약재시장 취재가 있다하여 약초원 기획에 한수 배울 겸 따라 나섰다.

중국 3대 약재 시장 중 ‘安國’과 ‘星都’를 둘러보면서 시범재배 단지, 유통과 제약과정 등을 비교적 자세히 견학할 수 있었고 북경의 同仁堂 약국도 깊은 곳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남달리 많은 것을 보고 여러 가지를 깨우칠 수 있었고 더욱이 이방면에 문외한이라 크게 놀라기도 하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번 약재기행을 통해 내가 느낀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저가 약재시장의 거대규모는 통상개방체제(WTO) 이후 국내시장의 파탄을 예고하는 듯 하다는 점, 둘째 약재 관련 당사자들마다 입에 붙은 “중약재 질량관리 규범(GAP)”이 의미하는 바 국가에 의한 선진적 관리 시스템, 셋째 체질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복용할 수 있는 中成藥 등 표준화를 향한 제약관행의 현대화 등이다.

흔히 우리는 중국약재하면 약효도 토종만 못하고 잔류농약이나 중금속이 과다한 저질 약재의 대명사가 되는 듯 편견을 갖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크게 변하고 있어 국가의 전략사업으로서 고품질 한약재의 재배, 유통을 위한 기반 조성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며 이미 일부 한약재는 해외 시장에서 인정, 우리 토종보다 고액으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중국은 여러개의 얼굴을 가진 대국으로서 약재에 관한 한 ‘두 얼굴’을 가진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중국은 저가 저품질의 중국이지만 사실상 고부가가치 고품질 한약재의 통상국이라는 얼굴 또한 우리에게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첫째로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중국의 한약재 시장이 거대하고 값싼 농지와 저렴하고도 무한한 노동력이라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인프라에 기반하고 있어 통상개방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우리 약초시장이 파탄에 이를 것은 불보듯 분명하며 도무지 경쟁력에 있어서 우리는 게임의 상대가 되기 어렵다는 절망감이다.

현재는 수입조정품목을 정해놓고 국가에 의해 정책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 우리 약재 시장이 받게될 충격과 타격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그렇게도 자랑으로 삼고 있는 한국산 인삼에 있어서도 중국, 미국, 캐나다 등 대량 생산국에 세계 시장이 빼앗겨 국내 인삼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겨우 1%이하로 몰락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약재시장의 미래와 관련해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할 것이다.

설사 우리 인삼의 유효성분 함유량이 3배 이상이라 자랑한다 해도 저들이 대량생산을 통해 값을 1/3이하로 절하할 경우 우리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번째로 필자가 놀란 것은 GAP에 의거한 국가적 관리 시스템의 구축이 조만간 완성된다는 점이며 그럴 경우 우리는 잔류농약, 중금속 함유량이나 유효성분에 있어서도 고품질 중국 한약재를 대적할 힘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약재관련 당사자들이 공무원이건 연구원이건 제약 업자이건 재배 농민이건 할 것 없이 모두가 입에 GAP라는 말이 붙어 다니는 것을 보고서 한편 아직은 이들도 품질관리 상황이 유명무실하리라고 안도하면서도 그들의 표준화, 현대화 마인드 자체가 우리보다 월등히 앞서 품질관리의 현실화가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갔다.

그들은 2004년이 되면 이러한 규정을 통과하지 못한 약재는 유통이 금지되고 불법 유통되는 품종은 엄격히 처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만난 한 약재상은 한국에서 온 거래상들은 이구동성으로 싼 약재를 주문하고 그러면서도 깨끗한 약을 찾기 때문에 우수한 품질의 중국약재가 한국으로 가는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있다고 말한다.

결국 중국 약재시장은 국가가 관리하는 무농약 고품질 약재와 일반 생산자가 출하하는 저품질 약재로 이원화되어 있고 그 중 저품질 약재가 주로 한국 사람에 선보이게 됨으로써 중국약재에 대한 우리의 편파적 인식이 심어졌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필자가 방문했던 사천성 성도에 있는 한 시범 중약단지는 기획작물로서 천궁을 재배하고 있었는데 GAP에 의거 토질, 수질, 공기오염 등이 검사된, 도로에서 50m 이상 떨어진 농장에서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고 국제 표준치와 비교한 잔류 농약, 중금속 함유량, 유효성분 등에 있어 수확된 한약재의 우수한 검증 평가표가 전시되어 있어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품질관리 규범에 대한 그들의 철저한 마인드를 보고서 눈가리고 아웅하는 우리 약재시장의 이중성과 표준 규격화제도의 유명무실함이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끝으로 필자가 놀란 또 한가지 사실은 이미 중국은 단지 탕제를 끓여주는 후진국형 제약관행에서 벗어나 농약 잔류량, 중금속 함유량, 유효성분등의 검증을 거쳐 체질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 1만여 가지 이상의 중성약이 개발되어 있었고 지금도 끊임없이 표준화, 현대화를 위해 각종 실험실, 연구소에서 진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 현재 명과 실이 어느 정도 부합되는지 여부는 다시 문제삼을 수 있겠으나 이같은 제약과정에 있어서도 우리의 현실은 안타깝고 부끄럽기만 하다.

한의원이나 병원마다 열악한 환경속에 자리한 우리의 탕전실에서 끓고 있는 탕제들의 오염여부나 위생처리는 누가 담보할 것이며 표준화되지 못한 탕제 방식에서 유효 성분 등의 품질관리는 어떻게 보장한단 말인가.

월드컵대회를 전후해서 무수한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것이고 우리 문화에 고유한 한의원이나 한방병원 또한 찾게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 침을 맞는 등 사소한 한방체험을 넘어 더 이상 제공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보약뿐인데 그들은 신뢰하기 어려운 탕제나 탕약을 기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큰 돈 들이지 않고 가져갈 수 있는 간단한 제약들이 준비되지 않는 한 우리는 수많은 외화를 그냥 날리게 될 것이다.

이점이 극복되는 날 한방은 국가 경제에도 크게 기여하는 달러박스로서 업그레이드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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