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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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싸움
  • 승인 2007.12.1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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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터지게 싸우는 이혼 부부 이야기

요즘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 기기들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섞여있는 일명 컨버전스(convergence)의 기기들이다. 이러한 기기들이 판치는 시대에서 인간들도 살아남기 위해 2가지 직업을 가진 ‘투잡족’들이 등장하고, 어딜 가든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 컨버전스한 모습으로 변화되고 있다.

영화계에도 이러한 바람이 불면서 예전 같으면 ‘외도’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약간 경계하는 듯한 시선을 줬음직한 TV 드라마 연출을 요즘에는 영화감독들이 특별한 선입견 없이 하고 있으며, 극장가가 한산한 틈을 타 오히려 TV에서 영화 같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감독들을 섭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중에는 작년 <연애시대>라는 TV 드라마를 통해 많은 마니아를 탄생시켰던 한지승 감독도 포함되어 있다. 예전부터 감정 풍부한 멜로드라마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던 한지승 감독이 <연애시대>를 통해 이혼 부부의 애틋한 감정을 그리는데 성공하면서 그 후광을 안고 이번에는 다시 영화로 돌아와 <싸움>에서 또다시 이혼 부부의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곤충학 강사 상민(설경구)과 유리공예가 진아(김태희)는 부부였지만 완전히 극과 극인 성격의 차이로 이혼을 한다. 그러나 이혼하면서 서로의 물건을 반반씩 나누다가 상민이 유럽에서 구입한 괘종시계의 시계추를 홧김에 진아에게 넘기게 된다. 나중에 상민은 진아를 불러내 시계추를 요구하게 되고, 기가 찬 진아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 자신의 차로 상민의 차를 들이 받는다. 그리고 두 사람의 피 터지는 싸움이 시작된다.

할리우드 영화 중에 <장미의 전쟁>과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라는 영화처럼 <싸움>은 제목 그대로 부부싸움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변화된 시대의 모습을 다루면서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평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아쉬운 것은 그들이 이렇게 싸워야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지승 감독 특유의 예쁜 화면과 감독의 실제 부인인 노영심의 영화음악이 한껏 영화의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지만 연기파 배우인 설경구와 어떤 표정을 지어도 똑같은 김태희가 부부로 나왔다는 자체가 언밸런스하게 느껴지면서 관객들을 설득하기에는 약간의 부족함이 있는 듯하다.

또한 중간중간 등장하는 김태희와 관련된 간접광고(PPL)가 약간 눈에 거슬리기도 하고, 드라마 <연애시대>의 감성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지만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옛 말이 할리우드 영화보다는 강도가 약하지만 최근 우리에게 어떻게 재해석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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