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없는 규정 강화는 한약 죽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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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없는 규정 강화는 한약 죽이는 일”
  • 승인 2007.12.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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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의 비현실적 기준 강화에 업계 볼멘 소리

시중에 유통되는 한약재 중 다시 검사를 하면 불합격품이 얼마나 나올까? 업계에서는 근 30~40%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월 29일 감사원이 발표한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대한 기관운영감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한약재 35점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15개 제품에서 중금속이 과다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43%가 부적합된 것이다.

중금속에 한정된 것으로 검사항목에 이산화황 등이 추가됐으면 불합격률은 더 늘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소규모 영세업자들이 수입하는 경우가 많아 자가품질 검사를 소홀히 할 우려가 있는 만큼 수입 시점에 검사를 하는 게 바람직한데도 식약청은 이를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은 모든 수입한약재는 통관시 검사를 받아야 하고, 자가품질 검사를 할 수 있는 제조업체는 식약청장이 정한 시험시설을 갖춘 곳만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어서 조만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구기자·오미자 같이 식품과 의약품으로 동시에 사용되는 품목도 기준을 통일시켰다. 관련 규정만 놓고 보면 한약재에 대한 안전관리 시스템은 어느 정도 완성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에서 이를 받아들일 능력이 있느냐다. 곰팡이 독소 검사 대상품목이 9개밖에 되지 않아 규정상으로는 처벌 받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산화황의 기준 강화는 필연적으로 곰팡이 발생 확률을 높인다.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산지에서부터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고, 저온창고 등 저장시설 등도 갖추어놓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따를 수 있는 국내 업체들은 얼마 되지 않고, 이들이 취급할 수 있는 한약재량도 전체의 반의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되므로 문제의 심각성은 매우 크다.

기준이 강화됐으니 이를 맞추기 어려우면 이제까지 했던 일을 그만두라는 것은 과연 얼마나 혈실성이 있겠냐는 것이다. 유통 경로가 완벽히 차단되는 것도 아니고, 처벌 규정도 해당 품목 취급 정지 3개월 수준이어서 기준 미달 한약재 유통이 쉽사리 막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그런데 정부는 “소규모 영세업자가 많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해 놓고도 단속으로만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약재는 공산품과 달리 동일한 품질을 생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기준만 올려놓으면 따라올 것이라는 판단은 욕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수준은 안 되는데 기준만 강화하는 것은 범죄자를 양산하는 일이고, 한약을 아예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떻게든 한약이 안전하게 다루어지고, 한의약 산업을 발전시킬 것인가란 차원에서 접근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인위적인 조작에 의해 가해지는 것이 아닌 자연에서 검출되는 중금속 등의 기준은 현실화해야 되고, 업계가 따라올 수 있도록 지원도 따라 주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캔 커피 안쪽에 돼 있는 코팅이 뜨거운 물에 닿았을 경우 환경호르몬 등 유해 물질이 나온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침묵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약재도 대안을 모색해 가며 규정을 강화해야지 무조건 터뜨리기 식으로 일관하는 것은 말로만 한방산업의 발전을 얘기할 뿐 사실상 근본이 되는 한의학을 무너뜨리는 작용을 할 것이라는 중론이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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