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주 칼럼] 한방치료의 비용 대비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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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주 칼럼] 한방치료의 비용 대비 효과
  • 승인 2007.12.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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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이 치료의학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EBM(근거중심의학)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의 핵심 내용은 치료 ‘효과’를 증명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효과’라는 것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내용을 가지고 있다.
우선 효능(Efficacy)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이상적인 상황에서 치료효과를 나타낼 것인가의 문제이다.

세포 실험, 동물 모델 실험 등은 한약과 침구치료의 효능을 입증하기 위한 첫 단계의 연구이고, 이것은 잘 설계된 무작위배정 임상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와 같은 실험적 연구에서 최종적으로 검증된다.
효과(Effectiveness)는 보통의 임상 상황에서 치료 효과를 나타낼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그러므로 이런 의미의 효과 입증에는 실용적, 실제적인 임상연구(Pragmatic Clinical Trial)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효율성(Efficiency)은 소비되는 자원에 비해 치료의 가치가 있는가를 따진다. 치료 효과가 이전 것에 비해 약간 더 좋아졌다 해도 치료비용이 열배 이상으로 높아진다면 그 치료의 효율성은 적다고 볼 수 있다. 즉 모든 경제행위에서 비용 대비 효과(Cost vs Effect)가 중요한 결정기준이 되듯이, 의료행위도 비용대비 효과 연구(Cost Effectiveness Trial)까지 통과해야 실제 의료에 채택된다고 볼 수 있다.

한약과 침구치료의 현실은 어떠할까? 효능과 효과에 대한 기초연구, 임상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야겠지만, 효율성의 문제도 반드시 고민되어야 한다. 한방치료가 치료효과를 인정받는다 해도 단지 부가적, 보조적 치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존 치료를 대체할 수 있게까지 되려면 효율성에 있어서도 비교우위에 있음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개원가에서 한약 환자가 줄어드는 것은 양의사와 언론의 공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홍삼제품을 위시한 ‘~대보탕’류의 홈쇼핑 한약, 각종 건강기능식품의 소비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명절 전후에 한약 매출이 최고였다면, 요즘은 부모를 방문한 자녀들의 손에 들려 있는 건강기능식품들 때문에 오히려 명절 후에 약 복용환자 내원이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물리치료와 결합된 IMS 시술이 보다 확산되면, 침구치료의 비용대비 효과 또한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다.
한방치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치(효과)를 높이거나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 첫째로 건강기능식품이나 유사침구치료에 비해 치료 효과, 치료율을 높여야 함은 물론이다. 암 등 생명을 다투는 질환, 만성 난치성 질환으로 한방 치료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두 번째, 가벼운 질환에 대한 치료, 건강증진이나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치료에 있어서는 비용을 과감하게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보험 적용되는 산제를 늘리고 적극 활용하는 것, 일부 질환에 대해서라도 첩약 의료보험을 실시하는 것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지나치게 고가이거나 거품이 있는 부분을 조정해야만 장기적인 생존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은 경제학의 제일 법칙이다.

세 번째, 안전성을 강화, 홍보해야 한다. 다른 경제행위와 달리 의료행위에서의 ‘비용’은 경제적 비용 뿐 아니라 ‘부작용과 피해’를 포함한다. 인체의 건강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비용을 낮추는 중요한 방법이 되는 것이다. 침구치료가 서구에서 확대되고 있는 것은 다른 침습적 치료에 비해 비교적 간편하고 안전하며 큰 부작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약이 누려왔던 ‘자연’, ‘웰빙’ 이미지, 안전성에 대한 믿음을 체계적인 한약 관리와 안전성에 대한 연구로 하루 빨리 되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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