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사전 승인 대상에 한약도 예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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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사전 승인 대상에 한약도 예외 없다”
  • 승인 2007.11.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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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법대로 추진방침 … 한약 제품화 차질

정부가 시판되지 않은 의약품에 대한 임상시험규정대로 사전승인을 거치도록 요구함에 따라 한의학 연구기관의 한약제제 임상시험이 올스톱될 위기에 처해 있는 가운데 현실을 반영한 개선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이 없어 난항을 겪고 있다.

현행 법(약사법 34조)에 따르면 시판되지 않는 한약제제를 임상시험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사전자료에 △임상시험계획서 △임상시험 약제를 적합한 시설에서 생산했음을 입증하는 자료 △안전성·유효성과 관련해 식약청장이 정하여 고시한 자료 등이 포함돼 있어 사실상 한의계의 한약제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막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의계는 이에 대해 임상실험에 쓰이는 약물이 기존 한의서의 처방을 변경하는 것일 뿐인데 신약의 임상시험과 똑같은 조건으로 동물실험을 하고, 그것도 GMP(우수의약품 등 제조 및 품질 관리기준) 시설에서 생산된 약으로 하라고 하면 규정에 맞춰 임상시험을 할 기관이 아무도 없게 된다고 애로를 호소하고 관련 규정의 정비를 요구했다.
모 한의대 교수는 “한약 중에는 GMP 시설에서 만든 약이 없어 식약청고시대로 임상시험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법과 현실의 괴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장현 대한한의학회장도 식약청의 방침에 대해 “케토톱처럼 한의서에 기재되지 않은 약물은 처음부터 임상시험을 해야 하지만 기존 의서에 기재된 처방에 대해서는 오랜 경험으로 독성시험과 부작용 등이 이미 검증됐으므로 전 임상시험과 1상, 2상 임상시험을 면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학회장은 “한국도 중국과 같이 독성시험을 면제한 뒤 바로 임상시험에 들어가 제품을 개발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창호 대한한의학회 제도이사는 “과거에 한약제제 허가시 기성 11개 의서와 동일한 조성을 가진 약물에 대해서는 안전성 유효성 시험이 면제되고 처방 그대로 임상시험한 뒤 국내시판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기존 처방을 변경할 경우 새로운 약물로 보아 양방의약품과 같은 임상시험기준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불만을 터트렸다.

약사법 시행규칙인 의약품임상시험기준이 지나치게 규제위주라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미국의 임상시험규정은 제품의 효능, 독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과 진단·치료의 임상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연구를 분리해 후자의 경우 법률적 제재가 적은데 한국은 국제임상시험규정(ICH) E6, E9의 규정을 베껴오면서 제품임상시험은 규제하고, 임상연구는 불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한약은 한약임상시험기준이 없는 나머지 양방규정을 준용받게 돼 손발이 꽁꽁 묶이게 됐다는 불만까지 터져나왔다.
한의계는 식약청 고시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대체로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의 문제는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의계는 대안으로 원래 조성의 제형 변경을 허용해 플라시보약을 만들 수 있게 할 것, 부형제를 제외한 조성만 동일하면 임상시험을 허용할 것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한의계의 입장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약사법상 시판중인 의약품만 임상시험 승인대상에서 제외될 뿐 11개 기성한의서의 처방에 의한 한약제제를 포함한 나머지는 예외 없이 사전승인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한의사 개인이 환자에게 조제하는 것과 달리 의약품을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려면 허가과정이 필요하고, 허가를 위해서는 피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가운데 표준화된 약제를 대상으로 재현성 있는 임상시험이 진행돼야 하므로 엄격한 조건이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도 빼먹지 않았다.

결국 약사법을 개정하기 전에는 임상시험에서 한약제제를 사전승인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것이 식약청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더욱이 식약청은 올 국정감사에서 정형근 의원으로부터“‘한약은 안전하다는 대전제만으로 임상시험 승인 절차 없이 아무 약이나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해도 된다는 식약청의 안일한 태도가 큰 문제”라고 질타당한 바 있어 약사법과 식약청 고시를 준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임상시험에 대한 한의계의 법률지식이 짧은 것 같다”면서 “임상시험에 대한 예외를 주장하는 한의계의 일부 주장이 한약제제의 효능효과에 대한 임상시험이라기보다 건강기능식품의 인정기준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의문을 제기하고 “한의계가 타당한 주장이 있다면 식약청에 정식 건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대한한의학회는 장규태 감사와 한창호 제도이사를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식약청도 한의계의 박종형, 고성규 교수 등이 참여하는 한약제제관련 TF팀을 구성해 개선방안을 논의 중에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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