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62話] 허영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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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62話] 허영진 원장
  • 승인 2007.11.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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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장애아치료의 세계화 견인차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외길, 아직 젊고 꿈이 있기에 묵묵히 이 길을 가렵니다.”
10여년간 오로지 장애아동의 치료에만 전념해 온 허영진 원장(38)은 그 자신이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은 2급 장애인이다.
촉촉히 겨울비가 내리던 날, 허 원장이 매주 의료봉사를 나가고 있다는 서울 종로구 푸르메재단 ‘한방장애재활센터’를 찾았다.

■ 한의사가 된 건 운명

인천에서 건강한 남아로 태어난 허 원장은 생후 9개월만에 불운의 사고로 장애를 입었다. 느닷없이 닥친 사고로 그의 부모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아들의 치료에 매달렸다. 우연히 80을 넘긴 한 고령의 한의사를 만나게 되면서 꾸준한 치료로 눈에 띄게 증세가 호전됐으나 정상적인 보행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중학교시절은 그야말로 사색의 시간이었다. 학교생활의 1/3은 눈물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친구들과의 관계, 몸이 불편한 현실로 인한 갈등이 컸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학교행사를 주도적으로 이끌 정도로 외향적으로 변모해갔다.

어릴 적 한의사에게 치료받은 얘기를 자주 들은 탓인지 장애아들을 치료하는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 89년 상지대 한의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대학시절은 학내문제 등으로 데모의 연속이었다. 졸업즈음 진로를 고민한 끝에 법조계에 뜻을 품고, 96년 고려대 법대에 편입학했다. 다른 학문을 접하면서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법대 졸업 후 5년 간 사법고시도 준비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한의계로 돌아오기 전에 혹독한 훈련으로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었던 허 원장은 99년 3월 동아마라톤에 도전, 목발을 짚고 걸어서 9시간 55분 만에 완주에 성공했다. 그는 뼈가 부러지는 것 같은 고통이 있었지만 마라톤을 통해 비로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 장애아는 조기치료가 중요

2000년 4월 서울 서초구에 첫 개원을 한 허 원장은 초기에는 일반환자도 진료했으나 한의원의 진료시스템을 바꾸면서 장애아 위주의 진료를 하기 시작했다. 그해 9월부터는 정립회관에서 장애아들을 대상으로 한방의료봉사에 나섰고, 이후 2002년 5월에는 몇몇 한의사들과 뜻을 모아 경기 군포복지관에서 장애아들을 무료로 진료했다. 보람있는 일들이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한의학으로 장애아동을 치료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늘 아쉽다.

‘병을 못 고치면 차라리 한의원을 접을지언정 끝을 보듯 진료하자’고 마음먹은 그는 늘 올인하는 마음으로 진료에 임해 2004년부터 뇌성마비 아동을 진료한 지 2년 만에 걷게 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최근엔 자폐아치료에 매달리고 있다.
허 원장은 치료그룹을 정리해 논문을 써보니 장애아는 36개월 전후, 경기약을 복용하지 않는 경우, 혼자 앉기가 가능한 조건의 범위내에서만 치료가 가능하더라며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한방장애재활센터’를 열기까지

장애아에 대한 공공진료를 늘 고민하던 허 원장은 재단설립을 생각하다 우연히 인터넷 검색 중 비영리공익재단인 푸르메재단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무작정 재단을 찾아가 한방장애재활센터를 설치하자고 설득했다. 결국 3년 만에 재단으로부터 센터설치 허락을 얻어내고, 올해 8월 21일 재단 2층 사무실 한 켠에 ‘한방장애재활센터’ 문을 열었다. 센터에서는 매주 4차례 두시간씩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목발을 짚고 서서 울어대는 아이들을 달래가며 치료하기란 쉽지 않음에도 그는 그저 ‘보람’이라며 사람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반응이 좋아 이미 내년 3월까지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허 원장은 20평정도의 작은 규모이지만, 이러한 치료센터들이 전국의 지역 곳곳에 설치돼 많은 장애아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허 원장은 한의사협회나 회원들도 이러한 공공진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다. 그것이 한의계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의학의 미래는 밝다고 봐요. 치료적인 성장동력과 함께 치료일면에 갖춘 공공의 진료성격들이 세계로 퍼져나가 이제 의학적 한류가 와야 해요.”그가 말하는 의학적 한류란 곧 한의학이고 이미 오고 있다며 그래서 SCI급 논문들이 계속 나와줘야 한다고 했다.

■ 한방종합장애치료센터 구축이 꿈

허 원장은 장애아동의 한방치료제로 쓰이는 공진단의 치료효과에 관한 연구를 경희대 동서의학과 김선여 교수 팀에 의뢰해 진행 중으로 마무리단계에 있다. 이 논문이 SCI급 논문으로 등재되고, 장애아동의 한방치료효과가 세계적으로 인식된다면 이 약이 보험약으로 등재돼 많은 장애아들이 치료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과를 얻기까지 아직은 거쳐야 할 단계들이 남아 있지만 그에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설레임이다.

또 가까운 미래에는 한방치료시스템+복지관시스템+어린이집(보육센터) 등 세 가지 개념을 섞은 종합적인 원스톱 장애아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장애아치료에 미쳐있다고 말하는 허 원장은 이러한 내용들이 어느 정도 달성되면, WHO로 진출해 장애아의 한방치료로 세계를 돌며 한방의료의 우수성을 알려 세계 속의 한의학을 만들고 싶은 계획도 있다.

그의 평소 좌우명은 ‘steady’. 말 그대로 끊임없이 노력해나가자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마음으로 아무도 가지 않는 외길이지만 아직 젊기에 가능하다고 믿는다. “계속 북극성을 향해 가는 거죠. 많은 사람을 치료하라는 게 저의 존재이유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견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허 원장이라도 가끔은 지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소중한 가족인 부인 박선수 씨와 아들 눌(5)이에게서 가장 든든한 에너지를 얻는다고 했다.

민족의학신문 강은희 기자 leona01@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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