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59] 證脈方藥合編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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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59] 證脈方藥合編①
  • 승인 2007.11.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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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遺業, 愛人의 뜻을 기려

잘 알고 있다시피 『방약합편』은 방제와 본초의 내용을 간명하게 정리하여 널리 보급하고자 만들어진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간이방서이다. 권수는 나뉘어져 있지 않지만 처방과 본초, 그리고 活套針線이 달려있고 나중엔 補遺方과 곽亂集驗方 등 새로운 내용이 증보되어 1책 안에 임상에 긴요하게 쓰이는 다양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의 독특한 체제는 淸代의 의학자 汪昻이 『本草備要』와 『醫方集解』를 합하여 펴낸 형식을 본떠 만들었는데, 惠庵이 이전에 지은 『醫宗損益』 중의 ‘藥性歌’를 기본으로 ‘損益本草’를 상단에 배열하고 상중하 3통으로 나누어 방제를 배열한 『醫方活套』를 합편하고 아울러 용약강령과 구급, 금기 등 10여종의 내용을 더하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원작은 惠庵 黃度淵이 저술한 『醫方活套』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아는 『방약합편』의 체제가 갖추어진 것은 그의 아들 黃泌秀의 공이 크다. 그래서 혜암의 원서문은 己巳年 즉 1869년에 지은 것이고 황필수의 ‘方藥合編原因’은 甲申(1884)년에 쓴 것인데, 이 글에는 77세의 노구로 ‘방약합편’을 꾸미다가 미처 다 완성을 보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한 아비를 대신하여 간행하게 된 저간의 사정이 잘 나타나있다.

그 후에 惠庵의 제자 ‘渼隱生’이라는 사람이 이 책을 다시 중간하면서 스승에게서 가르침 받은 辨證審脈에 관한 내용을 덧붙여 『證脈方藥合編』(1887)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이 증보판을 펴낸 惠庵의 弟子가 누구인지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
원문에는 “…… 丁亥(1887)玄月受業渼隱生謹署”라고 되어 있어 혹자는 증보자의 이름을 그냥 ‘渼隱生’으로 표기한 곳도 있지만 「方藥合編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그의 본명은 玄公廉이고 字는 渼隱이라고 하였으나 근거는 들고 있지 않다. 한편 훗날의 對譯本에는 그의 號를 酉齋라고 밝혀놓았으나 이 역시 자세한 인적사항이 밝혀져 있지 않다.

한편 玄公廉의 발문에는 “이 책이 이미 세 번이나 간행되었고 活套가 세상에 널리 퍼진지 십수 년이다.”라고 하였는데, 이 말은 1869년에 『의방활투』가 나온 이래 甲申(1884)년에 황필수가 발행한 治洞原刊本과 乙酉(1885)년에 나온 美洞書坊의 刻本을 지칭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책이 나온 지 몇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글자가 무뎌져 읽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고 저자거리의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돈을 아끼지 않고 책을 구해보고자 하였다고 하니 당대에 이미 『방약합편』의 대중적인 인기가 대단하였음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 책의 겉표지에는 ‘證脈方藥合編’이라는 題下에 ‘附補遺方’이라고 적혀 있고 속표지에는 ‘惠庵先生原本/方藥合編/全載醫方活套’라고 隸篆體로 공들여 새긴 서제가 붙어있어 『방약합편』의 연원이 『의방활투』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다. 또 이 증보판을 만든 현공렴의 발문에는 ‘‘惠庵先生遺著/證脈方藥合編/內附補遺方’이라는 별도의 刊行記가 적혀있어 스승이 남기신 遺業을 기리고자 하는 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당대에도 冶洞本과 美洞本이 판을 거듭하여 여러 차례 간행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상업적인 출판으로 이어져 매우 빠른 속도로 경향 각지에 보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도 목판본과 신식연활자본, 석인본 등 다종다양한 모습의 판본이 해를 바꿔가며 발행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시중에 널리 유포되어 있다.

고종연간 국운이 기울어져 가는 시점에 저술되어 신문물을 받아들이고자 개화를 주창했던 갑신년에 세상에 빛을 발하고 이후 망국의 아픔과 일제침략의 강압을 이겨내면서 민족의학의 강인한 힘줄이 되어 주었던 한권의 책, 단지 통속의서라는 다분히 폄훼된 평가에서 벗어나 올바른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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