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북경 여행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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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북경 여행기(5)
  • 승인 2007.11.3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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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여행 셋째 날 저녁. 항주요리가 입맛에 맞을 것이라는 가이드의 말과는 달리 계속 구역질이 나서, 서울에서 가져간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었다. 전날 가이드가 극찬을 한 디너뷔페에서도 강한 향 때문에 음식을 많이 먹기 힘들었다. 비위가 좋고 고량진미(膏粱珍味)를 즐기는 편이어서 중국음식에 큰 걱정을 안했는데, 잘 먹던 중국 추석음식 ‘월병’도 특유의 향 때문에 꺼려졌다.

밤에 왕부정거리의 먹자골목을 방문했는데, 두부를 썩힌 ‘초두부’의 코를 찌르는 냄새 때문에 전갈튀김 하나 못 먹고 도망치듯 돌아왔다. 다음 날 점심때 한식당에서 만난 김치와 된장찌개가 너무나 반가웠다. 공기와 물의 소중함을 못 느끼듯이, 우리 음식의 소중함을 몰랐었다. 같은 콩으로 만든 발효식품이지만 초두부와 된장이 전혀 다른 것처럼, 음식의 재료 못지않게 조리방법이 중요한 것 같다. 같은 음식에 감동하고, 식사 후 마시는 밀크커피(일명 다방커피) 한 잔에 행복해하는 일행들에게서 한 민족의 끈끈한 동질감을 느꼈다.

북경에서 관람한 문화상품은 세 편 모두 완성도가 높았다. ‘몽고쇼 디너뷔페’는 뷔페 음식에 대한 소개만 들어서 쇼 자체에 큰 기대를 안했고, 음식을 가져다 먹느라 쇼에 집중도 못했지만, 웅장한 음악과 역동적인 춤의 감동이 오랫동안 가슴 속에서 메아리쳤다. 쿵푸와 춤을 결합시킨 논버벌 퍼포먼스 ‘쿵푸레전드’는 중국 문화상품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무언극에 무술을 접목시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점프’와 비교하게 되는데, 극적이고 아기자기한 재미는 점프가, 공연의 규모는 쿵푸레전드가 앞서는 것 같다.

공연장의 기념품상점에서 몽고쇼 배경음악 CD와 쿵푸레전드 CD, DVD를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장기 공연작품인 난타, 도깨비스톰, 점프 모두 DVD로 제작되지 않았기에 많이 부러웠다. 불법복제 DVD를 ‘따오판’이라고 부르며 불법복제의 온상 중국을 손가락질했는데, 그 불명예가 우리 차지가 되는 건 아닐지? 문화에서도 중국에 뒤쳐져 문화후진국으로 주저앉는 것은 아닐지? 단지 필자의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여행 첫날 들은 가이드의 인사말을 전하며 여행기를 마치려한다. 가이드의 할머님은 고향이 경기도 양평이고, 북한을 거쳐 연변에 정착했다고 한다. 서울 근처에서 왔다고 해서, 할머님을 ‘서울댁’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중국에는 한족 외에 많은 소수민족이 있는데, 그 중 우리 민족을 부르는 호칭이 ‘조선족’이다. 가이드는 자신을 같은 민족으로 인정해주는 ‘교포’라는 호칭이 가장 듣기 좋다고 한다.

어려서 북한 교육을 받아서 말투가 우리와 다르고, 중국에서 오래 살면서 습관과 사고방식도 중국인에 가깝게 변했지만, 백년전에는 우리 할머님의 가까운 이웃이었던 우리와 똑같은 한민족이다. 잘못된 의미의 말을 오래 사용하다 보면 그 뜻이 굳어져서 나중에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중국 교포들을 조선족이라고 부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훗날 우리 후손들이 중국 교포를 우리와 전혀 다른 민족인 조선족이라고 오해할 지도 모르니까. <여행기 편 끝>

김호민
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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