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58] 經驗神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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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58] 經驗神方②
  • 승인 2007.11.2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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臘藥과 藥性을 기록한 향약방

이 책의 表題에는 ‘經驗方’이라고 적혀 있으며, 그 옆에 보다 작은 글씨로 ‘藥性部’라고 적혀 있다. 또 卷首題에는 ‘經驗良方 卷之五’라고 적혀 있다.
이러한 사실들로 미루어 볼 때, 이 책은 단행본이 아니라 최소 5권 이상으로 이루어진 방서의 殘本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전권 가운데 다섯 번 째 卷에 해당되며, 약물에 대한 부분을 담고 있다. 현존 경험신방이 2권과 4권만 남아있는 잔존본임을 감안한다면 본문 가운데 서명이 ‘經驗良方’으로 바뀌어 있지만 필체나 겉표지가 동일한 사람이 쓴 것으로 보여 지난 호에 소개한 경험신방의 후속권으로 여겨진다.

내용은 주로 臘藥과 本草에 대한 것을 담고 있어 매우 특징적이다.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臘藥에 대해 설명한「臘藥用方(三十六種)」이 있고, 약의 채취 및 금기 등 본초학 전반에 관한 내용을 개괄하고 있는 「凡例」에는 採, 乾, 根稍, 五藏, 引經, 製, 湯散, 七方, 十劑, 煮, 服, 忌, 不見火, 相反, 六陳, 作兩, 升, 漬酒, 三品, 五味, 升降 등의 내용이 실려 있다. 마지막으로 본초를 분류에 따라 설명하고 있는데, 水(36종)·土(18종)·穀(107종)·人(23종)·禽(107종)·獸(236종)·魚(53종)·蟲(95종)·果(91종)·菜(122종)·草(269종)·木(156종)·玉(4종)·石(55종)·金(33종)部로 나뉘어져 있다.

본문의 첫 번째인 「臘藥用法 三十七種」에는 38가지 臘藥의 명칭과 주치증이 기재되어 있다. 하단 여백에 ‘方見風’, ‘方見咽喉’라 적은 주기가 달려 있고, 약제 구성 및 제조법이 나와 있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앞 권에서 이미 언급되었거나 방제의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 약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臘藥은 조선시대 궁중풍속 가운데 하나에서 연유한다. 내의원에서는 臘日(동지 뒤의 셋째 未日)에 여러 가지 丸藥이나 膏藥을 만들어 임금에게 올렸는데, 임금은 이를 신하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이때 만들어진 약을 납약이라고 한다. 이 풍습은 臘日 무렵의 기후 조건이 환을 만들기에 적합했기 때문에 한 해 동안 쓸 약을 미리 만들어 둔 것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납약은 보관하기 쉬우면서도 효과가 좋은 약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요즘 말하는 상비약과 같은 구실을 하였다. 납약에 대한 기록은 많은 의서에 보이지만, 전문적으로 납약만을 기록한 책으로는 『諺解臘藥症治方』을 들 수 있으며, 일설에 허준이 지었다는 주장이 있다.

이 책의 「臘藥用法」에는 淸心元, 蘇合元, 牛黃凉膈元, 加減薄荷煎元, 龍腦膏, 神保元, 感應元, 溫白元, 好合茵蔯丸, 九味淸心元, 至寶丹, 至聖保命丹, 催生丹, 水煮木香膏, 九痛元, 瀉靑丸, 稀痘兎紅元, 錢氏安神丸, 木香保命丹, 捉虎丹, 保安丸, 紫金丹, 靈寶丹, 萬病元, 小兒淸心元, 抱龍丸, 玉樞丹, 臘享膏, 神聖벽瘟丹, 備急丸, 解毒雄黃元, 鬼哭丹, 勝金丹, 脾寒丹, 安胎丸, 廣濟丸, 濟衆丹, 消滯丸 등 서른여덟 가지 처방을 싣고 있다.

그러나 본문 제목에는 37종, 목차에는 36종이라고 서로 다르게 적혀 있어 본문 작성시 다소 증보된 것으로 보인다. 이 편의 내용은 『諺解臘藥症治方』과 유사하나 龍腦安神丸, 牛黃抱龍丸 두 가지가 보이지 않고 약제의 배열순서와 종류에서 차이를 보인다. 또 臘香膏를 여기서는 臘享膏로 적고 있다. 특히 이 편 말미에 있는 廣濟丸, 臍中丹, 消滯丸 등 세 처방은 새로 증보된 것이다.

납약에 이어 수록된 「凡例」에는 採藥法, 乾藥法, 用根稍法, 五臟補瀉, 引經, 修製法, 制藥法, 湯散, 七方, 十二劑, 煮藥法, 服藥法, 諸藥食忌, 六陳, 漬藥酒方, 三品藥性, 五味藥性, 氣味升降 등이 수록되어 있는데 내용의 골자는 『東醫寶鑑』·「湯液序例」를 간추려 초록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어 이 책의 마지막 편인 「論藥性」이 자리하고 있다. 이 편은 책 전체의 각론에 해당하는 내용으로서 본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약재 하나하나의 性味와 채취방법, 효능, 주치 등의 내용을 설명하였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약재의 형태에 따라 水, 土, 穀, 人, 禽, 獸, 魚, 蟲, 果, 菜, 草, 木, 玉, 石, 金 등으로 분류하였는데, 이 방식은 본초를 분류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서, 특히 『東醫寶鑑』의 분류방법과 일치한다.

예컨대, 水部에는 井華水, 寒泉水, 菊花水, 臘雪水, 春雨水, 秋露水, …… 千里水, 甘爛水, 逆流水, 順流水, 急流水, 溫泉, 冷泉, 漿水, 地漿, 요水, 生熟湯, 熱湯, 甑氣水, 銅器上汗, 炊湯, 麻沸湯, 繰絲湯, 六天氣 등 33종이 소개되어 있는데, 때와 장소에 따라 여러 가지 물에 대해 설명하였다. 특히 물은 약을 끓이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로서 때에 따라서 약재의 효능을 증감시키기도 한다.

또한 蟲部에는 白蜜, 牡蠣, 龜甲, 鼈甲, 대瑁, 石決明, 蟹, 桑표소, 蟬殼, 제조, 白강蠶, 原蠶蛾, …… 白花蛇, 蛇태, 복蛇膽, 土桃蛇, 蜘蛛, 구蚓, 蜈蚣, 蛤개, 水蛭, 斑猫, 雀瓮, 강양, 五靈脂, 蝎, 누고, 穿山甲, 청령, 螢火, 鼠婦, 衣魚, 蝨子, 活師, 회蟲, 蠱蟲 등 95종이 제시되어 있다. 蟲은 글자의 의미대로라면 ‘벌레’에 해당하지만, 실제로 牡蠣, 鱉甲, 穿山甲 등 껍질이 단단한 동물들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근래 알려진 바에 따르면 1874년 미국의 선교사이자 의사인 Dr. Landis가 『동의보감』 탕액편의 이 부분을 영문으로 옮겨 홍콩에서 발행하는 「The China Review」에 연재한 사실이 밝혀져 뭇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다.
이 책은 臘藥과 本草에 대한 내용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諺解臘藥症治方』, 『東醫寶鑑』의 내용을 바탕으로 저자의 의학적 견해에 따라 기술된 책이다.

특히 鄕藥과 唐藥의 구분을 명확히 하여 鄕藥에는 향약 이름을 언해해 주고, 唐藥에는 약명 위에 ‘唐’이라고 표시하여 『東醫寶鑑』의 장점을 모방하면서도 약재 배열 순서에 있어서 唐藥을 앞쪽에 모으고 鄕藥을 뒤쪽에 모으는 등 구성을 달리 하였다. 향약 관련 자료로 보기 드문 책이 아닐 수 없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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