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57] 經驗神方
상태바
[고의서산책357] 經驗神方
  • 승인 2007.11.09 1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牧民官의 필수지식, 간이구급방

우리 의학을 관통하는 일관된 특징 중의 하나로 ‘簡易性’을 꼽을 수 있다. 사변적인 이론체계와 값비싼 唐藥(수입약)을 사용한 복합방 위주의 방제 구성을 특징으로 하는 왕실의학에 비해 鄕藥醫學은 선대로부터 쌓여온 경험지식과 향약을 위주로 한 간편함을 가장 큰 특색으로 한다. 그것은 속효와 안전성을 전제로 유효한 것이지만 지방의료체계가 부실했던 역사시대에서는 정규의료체계를 대신하여 가족과 지역구성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필수지식이었다. 따라서 전문적인 의학지식과 값비싼 약재를 사용하지 않고 간단히 대처할 수 있는 간이요법이 민간에서 성행하였으며, 구급방 혹은 간이방을 통해 의약지식을 보급하는 일은 궁벽한 시골이나 변방에 부임하는 목민관의 임무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다.

이 책은 현재 연세대 소장본으로 전서 중 2책만 남은 零本이다. 각권의 첫머리에는 ‘經驗神方’이라는 卷首題 아래 卷次가 표기되어 있다. 매권의 본문에 앞서 병증목을 상하2단(권2) 혹은 3단(권4)으로 나누어 기재한 목차가 1장씩 달려 있다. 하지만 본문의 수록차서와 목차의 기재가 서로 섞여 있어 다소 혼잡스러우며 병증항목과 ‘部’분류가 일정하지 않고 편집체제가 완정하지 못하다. 본문에서는 다시 상단 여백에 검색하기 좋게 병증명을 기재해 놓았다.

현재 남아 있는 제2권의 본문에는 風部의 中風, 厥逆部의 厥逆, 癲狂部의 癲狂으로부터 시작하여 諸毒部의 解毒, 肉毒, 魚毒, 菌毒, 菜毒, 果毒, 藥毒, 蠱毒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4권에는 婦人門 求嗣部의 求嗣, 姙娠, 産候, 産漸, 諸産, 胞不下, 産後, 乳종, 寡尼室女, 雜病으로부터 胞門 胞部의 胞, 胞經, 胞塊, 帶下가 실려 있다. 그리고 5권 經驗良方에는 小兒部에 初生(小兒初生), 變蒸, 臍風으로부터 痘瘡方, 麻疹 등의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일부의 내용만으로 이 책의 특징을 단언하여 말하기는 어려우나 현전하는 내용은 세조대에 나온『救急方』이나 金正國이 펴낸 『村家救急方』, 그리고 許浚이 펴낸 『언해구급방』과 유사성을 갖고 있다. 조선시대 구급방의 특징은 생명유지가 관건이 되는 현대의학에서의 응급의학적 측면과 의료체계가 부재하거나 의료혜택이 미치지 않는 산간벽지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의약상식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향약경험방의 성격과 복합된 양상을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특징을 諸毒部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각종 중독증상을 소상히 열거하고 이에 대한 신속하고 간편한 간이요법을 중심으로 적절한 대처법을 소개해 놓았다. 解毒門에서 모든 해독약은 뜨겁게 먹어서는 안 되며, 마땅히 식혀서 먹어야 한다고 했으며 일체 음식중독에는 감초(계로기) 달인 물이나 잔대(薺니草)를 달여 먹여야 하며 참기름을 바른 깃털로 목구멍을 자극하여 吐出시킨다고 하였다. 이외에도 백편두, 쪽잎, 녹두, 댓잎, 細茶, 臘雪水 등과 같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소개해 놓았다.

菜毒에는 苦瓠毒 , 茶毒, 海菜, 水蛭入腹, 鼠涎毒, 煙燻毒, 鹽노毒 등의 항목이 들어 있는데, 蔬菜 자체의 중독 증상 뿐 만 아니라 과용하거나 혹은 생으로 식용하는데 따른 기생충 감염이나 불결한 물질의 오염 증상까지 포괄되어 있다. 果毒에는 果瓜, 銀杏, 桃毒, 杏仁, 瓜毒 등을 다루고 있다. 특히 주목을 끄는 항목은 藥毒인데 각종 독극성 약재의 과도한 복용이나 오용으로 인한 피해시의 대처방법을 수록해 놓았다.(諸藥毒服藥過劑中毒)

한편 4권 본문의 丹毒과 麻疹 항목에는 丹毒神方(蔘朮半夏湯)과 ‘權監牧紅疹方’이 別記文件으로 첨부되어 있다. 이것은 집필을 마친 후에 추가로 수집된 유효방을 별도로 채록하여 해당 부문에 貼付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4권의 권미에 洞房門이 별도로 추록되어 있어 작성자가 초사를 마친 뒤에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수집해 온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도 또한 대부분의 抄寫本 민간경험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 본 연재기사는 필자와의 계약에 의해 무단전재, 변조, 개작, 출판을 금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