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56] 諸神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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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56] 諸神方
  • 승인 2007.11.0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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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活 속의 의약지식

지난 회와 마찬가지로 연세대 소장본 고서해제에 수록된 것 중의 하나로 필자가 쓴 내용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간추려 소개해 보기로 한다.
이 책의 저자에 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목록에는 저자에 대한 정보를 짐작할 수 있는 서문이 들어 있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정작 본문에서는 빠져있기 때문에 편찬 동기나 집필과정을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으나 아마도 본문의 집필 후에 서문을 써서 삽입하려던 의도가 있었으나 미처 완성하지 못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단지 병증이나 용법을 기술할 때 전문용어가 아닌 일상용어를 섞어 쓰거나 한글표기를 병용한 점으로 보아 조선후기 鄕村士族이나 규방에서 여러 가지 전승 경험방을 가려 뽑아 모아놓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각권마다 본문에 앞서 목록이 붙어 있고 版心에는 ‘諸神方’이라는 서제가 적혀있으며, 판심제와 卷次 바로아래 張數가 기재되어 있다. 제1권에는 27장, 제2권에는 43장에 이르는 많은 분량의 목록이 각각 수록되어 있다. 전체적인 책의 성격은 저자 자신이 경험한 의학지식을 병증에 따라 열거하고 毛筆로 초록해 놓은 淨書本이라 말할 수 있다.

병증항목의 표기는 전문용어를 사용한 곳도 있지만 일반적인 호소증이나 민간에서 흔히 지칭하는 俗語를 그대로 기록한 곳도 적지 않다. 예컨대, 舊瘡(오래된 난치성 瘡腫), 中舌症(重舌症), 뇌졈病(학질)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것은 작성자가 전문적인 의학교육을 받거나 세습의원 출신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며, 일반의서 가운데 직접 사용해 보고 徵驗한 치료법을 채록하여 적었거나 생활주변에서 얻은 경험지식을 그때그때 모아두었다가 정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권1의 내용은 총43장 395항목의 병증 용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에 수록된 목록에 의하면 序, 內종(內腫), 大便不通, 鱉腹으로부터 合歡膏, 內托散, 托裏化中湯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병증항목에 대한 경험방이 수록되어 있다. 이에 비해 2권에서는 救荒篇과 救急篇으로 대분할 수 있다. 구황편은 각종 구황식물과 복용법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고 구급편은 부인과 소아의 각종 구급증상에 대한 처치법과 단방약이 수록되어 있다. 加味十全湯, 救荒벽穀方, 斷穀不飢藥, 벽穀絶食方 …… 目色全體如肉연覆之, 咳喘, 腰痛, 全身大종에 이르기까지 총 616항목 64장 분량의 다양한 병증항목과 구급처치법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내용을 기술한 것이 아니라 각종 口傳 경험방들을 채록한 것이어서 내용상 다소 중첩되거나 비슷한 병증항목이 연거푸 반복되기도 한다. 이것은 ‘여러 가지 효과 좋은 처방을 모은 책’이라는 의미의 서명[‘諸神方’]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생활 주변에서 徵驗하고 見聞한 경험지식을 차곡차곡 옮겨 적어 놓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 중에 하나는 본문 가운데 더러 국한문을 혼용한 점이다. 실제 내용 중 상당수가 어려운 한자어나 의학용어의 표기 대신 일상용어로 표기되거나 한글 표기를 혼용하였으며, 소아경풍의 胎毒으로부터 疝症왕불개까지는 아예 한글로 작성되어 있다. 한글 창제 이후 의방서에서의 한글사용은 이미 세조대에 『救急方』이 언해된 바 있고 『瘡疹方』, 『벽瘟方』, 『救急簡易方』 등 주로 방역과 구급의서에 집중하여 언해가 이루어졌다. 이후 허준은 『諺解救急方』, 『諺解胎産集要』, 『新纂벽瘟方』, 『諺解痘瘡集要』 등 이른바 4대 언해의서를 편찬하였다.

그러나 언해 이외에도 『동의보감』의 탕액편에는 각 약재의 이름 위에 唐藥과 鄕藥을 구별하고 약재마다 한글로 우리 말 이름을 병기해 놓음으로써 약초지식을 보급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이 책은 의학지식이 대중화되고 전문지식이 보편화되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례라 평할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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