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한의계, 성장동력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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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한의계, 성장동력을 찾아라
  • 승인 2007.10.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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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기술 개발, 새로운 시장 개척, 문턱 낮추기 등 다양

한의학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져가고 있는 가운데 살 길을 본격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져가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악화될 대로 악화된 한방의료기관을 방치하다간 한방의료기관과 한의사의 존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침은 물론 한의학의 왜곡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한방의료기관의 경영상태는 통계적으로 입증해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비공식적 지표들에서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하나둘 확인되고 있다. 한방의료기관의 환자를 보험과 비급여 환자로 나눠볼 때 보험환자와 비급여환자 모두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의 경우 의료급여제도의 변경과 정률제 전환으로 환자 감소가 예상되며, 비급여 환자도 눈에 띠게 감소하고 있다는 게 일선한의사들의 판단이다.

환자수의 감소로 한의원당 평균 매출액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특히 비급여 수입의 감소가 두드러진다는 게 일선한의사들이 공통적인 목소리다.
전년도에 비해 한약재 수입물량이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견해가 있지만 대기실에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한의원에 한약재를 공급하는 약업사와 다린 약을 배달하는 택배사의 물량도 현저히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30% 이상 감소됐다는 게 일반적인 주장이다. 그런가 하면 그 이상 감소했다는 주장도 한의원 인테리어와 컨설팅을 하는 업체로부터 제기되기도 했다.

모 은행에서는 한의사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대출을 회수하기 시작해 우려가 현실화된 느낌이다.
한방의료기관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들자 일선한의사들 사이에서는 이제 한의계도 미래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본격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한의원의 경영을 한의사 개개인에게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한의사의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고 해답을 찾아보자는 생각에서다.

대표적인 주장이 치료기술을 개선하자는 주장이다. 한의원 내원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치료효과에 대한 불신이기 때문에 환자를 한의원으로 불러들이려면 주요 질환에 대한 진료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시장에서 점유율이 높고 치료율이 높은 질환을 중심으로 경험방을 취합해 보급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그러나 진료정보는 학술논문이나 임상처방집의 발간으로 이미 공개된 상태여서 굳이 이 분야에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약침, 추나의 보급으로 각각 연 수천억의 시장을 형성했다는 성공사례에 비춰 기존의 시장을 지키되 새로운 시장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의료기사지도권 인정이나 2조원대의 건강검진시장 진입도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시장의 확대는 제도의 개선과 맞물려 있어 쉽지 않다는 게 난점으로 지적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면 의료법과 약사법, 의료기사법 등 법률과 제도, 학술과 자료의 축적이 있어야 진입할 수 있는 의료시장의 특성 때문에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새로운 시술법으로 수혜를 보는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의 존재로 정책의 추진이 용이하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앞의 두 가지 방안이 한계를 지님에 따라 이번에는 한의계의 문제를 단편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오히려 본질적 문제부터 접근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2천년간 한의학 기술이 정상적으로 활용되지 못한 것을 고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발상에서다. 그런 방안의 하나가 한의원 문턱을 낮춰 환자수를 늘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주장이다.
이런 발상은 환자의 경제적 여건과 현행 한방의보의 한계를 바꾸자는 고려에서 출발하고 있다. 아무리 치료기술이 좋아도 치료비가 비싸 환자수가 늘지 않으면 경영상태가 호전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전략 중에는 보험에 들어가지 않는 모든 한약(제제)를 보험화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최소한 보험의 구색은 다 갖춰 환자의 접근도를 높여보자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한의계의 논의는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논의가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무엇보다 한의계는 경영통계가 부족하고, 나아가 전체 의료시장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과 그를 통한 전략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의계는 경영문제를 전담할 조직이 없어 오래된 화두임에도 불구하고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한의협 박용신 기획이사는 이에 대해 “한의협이 이익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측면에 치중한 감이 없지 않다”면서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경영문제에도 신경 쓸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이사는 조만간 통계백서를 낼 계획으로 준비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막 경영의 심각성과 미래전략의 필요성에 공감한 한의계가 더 늦기 전에 타개책을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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