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임 6개월 맞이한 유기덕 대한한의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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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취임 6개월 맞이한 유기덕 대한한의사협회장
  • 승인 2007.10.2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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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안목 키워야”

유기덕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취임 6개월을 맞아 지난 23일 본지와 기자회견을 갖고 한의학회무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유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의학이 처한 상황과 위상, 문제점, 과제 등을 가감 없이 털어놓아 한의학회무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임기를 시작한 지 만 6개월이 되었다. 그간의 회무를 자평해 달라.
=한 마디로 아주 바쁜 회무였다. 회장의 일은 사람 만나고, 모임에 참석하고, 지시하고 판단하는 일 등이다. 정신없이 바빴다. 선거과정에서 내걸은 대통합과 동네한의원살리기의 주요 아이템이 건보급여 개선과 안전한 한약재 유통, 언론대책, 불법의료행위 척결 등이었다. 이중 언론의 네거티브 공세가 난제였다. 한 달에 두세 차례씩 언론기관을 방문해 한의사와 한의사단체에 자문을 구해서 프로그램의 질을 높여 달라 요구하기도 하고 일부분은 법적 대응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한의학의 위상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할 수 있나?
=한의학은 동양의 천문, 지리, 미학, 군사 등의 분야와 마찬가지로 합리성과 과학성을 갖춘 분야로서 수천년간 민족의 건강을 책임져 왔다. 그러나 효용성의 측면에서나 국민의 편익 측면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생각하면 자괴감이 든다. 기득권층, 소수특권층으로 보아 한의사에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지만 제도적 실상은 너무 열악하다. 비급여가 태반이며, 만성·난치성 질환에 한의학이 얼마나 사용될지 회의가 든다. 수요가 워낙 떨어져 한의학의 위상은 지하로 기어들어간 상태다. 반면에 정부는 한의학의 가치를 평가하면서도 한의학 자체보다 경제논리로 접근해 한의사의 치료능력을 보장하는 정책이 줄었다.

▲의료비를 통제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대응해 한의계도 미래성장동력을 찾아야 하지 않나?
=정부의 의료비 통제가 보건학적 측면에서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너무 양극화된 게 문제다. 입원환자의 식대와 인공수정, 난치·불치성 질환 등을 보험으로 보장해주면서 한의학에 대해서는 감기나 가벼운 소화불량, 근육골격계통 질환조차 보장이 안 된 채 치료비가 양방으로 지나치게 편중됐다. 한방의 점유율이 4.38% 밖에 안 되는 게 그 증거다.

▲정부는 한의계의 요구에 대해 늘 자료를 내놔라, 데이터를 내놔라 하면서 보장이 안 되는 이유를 한의계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는데…
=한의사는 치료하기 바쁜데 어떻게 자료를 만드나? 한국한의학연구원이나 국립 부산대한의학전문대학원이 생긴 지도 얼마 안됐다. 영리를 추구하는 사립대에 의존해온 탓에 자료가 별로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있는 자료도 정부는 진심으로 요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한의학 발전 전략은 뭔가?
=정부와 자치단체가 한방산업이나 병원산업에 초점을 맞춰 미래성장동력을 내걸고 있지만 한의사에게 도움이 안 되고 거품만 잔뜩 끼었다. 치료역량의 보장 없는 정책은 허구다. 그러므로 나는 치료의학의 가치를 살리고 다양한 치료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정책의 우선순위를 교정하는데 매진할 생각이다.

▲대선과 총선이라는 국가정책의 전환기를 앞두고 한의협의 역할이 중요할 텐데…
=세미나에서 빠지지 않는 게 한방산업이다. 우리시대의 키워드다. 국가가 한방산업을 끌어가는데 한의학적 마인드를 지렛대로 삼아 후보의 공약에 반영토록 할 생각이다. 지금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제도의 발전과 치료능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는 중이다.

▲신상대가치로 침의 가치가 하향 조정돼 진료왜곡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 한해 동안 건강보험에서 의료급여제도 변경, 정률제 도입, 유형별 수가계약 등 3대 변화가 일어났다. 보궐집행부로서 한의학의 발전이라는 명분과 회원의 실리를 모두 담보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얼결에 잘 해치웠다는 생각도 든다. 정책기준의 상향조정이 안된 상태에서 정률제는 소신진료와 소신청구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유형별 수가협상에서는 회원들의 비판과 명분을 지켜달라는 지부장들의 요구에 힘입어 비록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의료단체 중 최고의 인상률로 보상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항간에서 우려하듯 구와 부항의 수가가 늘어났다고 불필요한 치료행위를 하는, 소위 진료왜곡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다만 상대가치는 재평가돼야 한다. 구·부항과 침의 높낮이 조절이 과제다. 당연히 이번 신상대가치평가의 근거가 됐던 관련 연구보고서를 재검토할 것이다.

▲IMS 상고는 잘 되고 있는지?
=1, 2심에서 형식적 변론으로 일관했던 보건복지부가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내면서 진전된 내용으로 침술행위를 규정한 것으로 미루어 항소심 패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드시 승소해 양의사의 침시술행위를 불법으로 인정받고 나아가 IMS도 한방침술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인정받겠다.

▲임기가 5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하루만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5개월이면 만리장성을 150개 쌓을 수 있는 시간이다. 지난 6개월은 비상상황에서 비상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면 남은 5개월은 내년 한해를 설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예산의 타당성 여부를 광범위하게 헤아려볼 생각이다.

▲일선한의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한의학적 가치가 도전받고 있다. 한의학의 위기는 여기에서 왔다. 지금의 위기를 본질적으로 성찰해서 치료의학의 위상으로 재정립한다면 국민도 한의학을 재평가할 것이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 ‘5년내 위기’가 아닌 ‘5년내 한의학의 르네상스’를 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아울러 지도자는 부지런하게 생각하고 뛰어다니고, 전문성을 가지며, 단합된 힘을 가질 때 리더십과 권력을 갖게 된다는 점안해 회원과 이사 모두 앞을 내다볼 줄 아는 힘과 사고를 키워야 할 것이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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