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55] 經驗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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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55] 經驗方
  • 승인 2007.10.1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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鄕藥과 運氣가 어우러진 經驗錄

작년에 기획하여 올 한해 내내 집필과 교정을 거듭하던 연세대 소장본의 고서해제(Ⅲ, Ⅳ)가 이제야 배송되어 왔다. 필자도 많은 대상자료 가운데 몇 종의 경험방서에 대한 해제를 의뢰받아 집필에 참여하였다.
예전에 흔히 보아왔던 것처럼 단순히 서지정보를 수록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상세한 내용 소개와 전문적으로 분석한 내용이 들어있기에 새로운 체제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자세한 것은 직접 찾아보아야 될 일이지만 소식도 전할 겸 필자가 담당한 책 가운데 한 가지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이 책 『經驗方』은 고유 서명이라 하기에도 애매할 정도로 흔한 이름인데다가 개인들의 의약경험을 말할 때 흔히 경험방이라 부르기에 책이름만 보아서는 다른 책과 달리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서문과 목차는 남아 있지 않으며, 저자 또한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수록내용 가운데 첫 권(경험방편)에 실린 藥物名(향약명 수록)과 둘째 권에 『草窓訣』의 내용이 인용된 것으로 보아 대략 1800년대 무렵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본문 내용 가운데 전반부를 이루는 『(四醫)經驗方』은 17세기 후반에 활약했던 李纘, 蔡得己, 朴濂, 許任 4사람의 경험방을 한데 모아 병증항목별로 분류하여 펴낸 책으로 조선 후기 민간에서 가장 널리 애용되었던 경험방서 중의 하나이다.
위 4사람의 명의들은 각기 활동시기와 영역이 서로 달라 그들이 경험방을 직접 공편했다기보다는 세상을 떠난 이후에 그들의 제자나 민간에서 의학에 조예가 있던 사람이 이들의 경험방을 취합하여 효종~현종 연간에 간행한 것으로 보이는 책이다.

특히 刊本에서 권두에 수록해 있던 藥物名이 여기서는 卷尾에 옮겨져 있는데, 316종에 달하는 향약명이 한글표기와 함께 수록되어 있어 한눈에 보아도 우리 의약경험이 담겨져 있다는 상징처럼 여겨진다.
두 번째 권의 運氣衍論편은 조선 후기에 유행한 『초창결』의 異書名으로 ‘五運六氣論’, 혹은 ‘草廬道士運氣論’, ‘草窓遺訣’, ‘圓機活法’, ‘三里訣’ 등 다양한 이름으로 전해지는데, 원서명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저자로 알려진 尹東里(1705~1784)의 호를 붙인 ‘초창결’이란 이름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傳本의 내용 역시 寫本마다 조금씩 달라 한 가지 母本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시간 차이를 두고 증보하거나 첨삭을 거듭하여 여러 가지 서로 다른 異種本이 존재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본편은 이미 알려진 『초창결』에 비해 次序가 뒤바뀐 부분이 있고 몇 가지 빠진 부분이 있으며, 대체로 본문이 소략한 편이다. 또 雜錄에는 새로 추가된 경험방이 있고 용법도 다소 바뀌어 있어 기존에 알려진 『초창결』통행본의 대조 판본으로 가치가 있어 보인다.

개괄해 보자면 이 책은 실용적 가치가 높아 인쇄본보다는 대부분 필사본으로 더 많이 유포되었던 『(사의)경험방』과 『초창결』을 合編해 놓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두 가지 모두 傳本이 다양하고 작성자의 의도에 따라 내용 중 일부를 덧붙이거나 덜어내고 자기만의 경험을 담아 새롭게 편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세대 소장 경험방도 그 대표적 실례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특히 여말선초에 풍미했던 향약의학의 조류는 사변적이고 체계적인 의학이론으로 무장된 金元代의 이른바 後世醫學이 수입됨에 따라 점차 조선의학의 전면에서 쇠퇴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향약경험은 의료체계가 부실하여 의약의 혜택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여전히 유용했다. 지방의 목민관에게는 촌민들을 구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편이었으며, 鄕村의 사대부들에게는 지식인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할 필수의약지식으로 대접받았다.
따라서 이 책에 수록된 약물은 민가 주변에서 손쉽게 구해 쓸 수 있거나 오랜 기간 익숙하게 사용해 왔기 때문에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대표적인 향약방으로 간주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책은 전승된 향약경험이 운기론이라는 정형화된 이론체계로 무장되었음을 보여주는 실례라 할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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