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8주년 기념 특집기획] 한약의 가치, 다시 보자(5·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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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8주년 기념 특집기획] 한약의 가치, 다시 보자(5·끝)
  • 승인 2007.10.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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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강세분야 바탕으로 주류의학 공략해야

한약은 침, 뜸, 부항과 함께 한의학의 주 치료수단이다. 주 치료수단 정도가 아니라 한방의료기관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그러므로 한방의료기관의 경영을 개선하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은 한약의 사용량을 늘리는 데 있다 하겠다.
한약의 비중이 이렇게 크다보니 한약은 한의원의 경영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위상을 누린다. 반면에 한약의 위상이 큰 만큼 반작용도 크다.

한약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는 한의원 경영에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한약이 한의원 경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한의사의 기대만큼 한의원 경영에 순기능으로만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내준다. 이런 측면에서 한약이 명실상부하게 환자 치료와 한의원 경영의 보루가 되기 위해서는 한약의 장단점을 냉철하게 분석하여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극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순기능 많은 한방의료

보건복지부 용역으로 지난 2000년 연구된 ‘한·양방 상호보완 및 발전방안 연구’에 따르면, 한의학의 장점은 △자연순응의학 △전체적 유기체적 의학 △조화·조절·균형의학 △원인이 복잡한 질병(허증, 노인성 질환) 치료에 적합한 의학 △내과적 치료의학(면역강화, 방어적 의학) △예방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의학 △비약물적 예방/치료수단 중시 △자연면역기능 강화의학 등 20여 가지가 언급됐다.

단점으로는 △과학적 접근과 객관성 결여 △병리현상의 평가와 검증방법이 미세하지 못함 △응급의료의 한계 △치료작용(기전)의 불명함과 유효성분의 파악이 안됨 △치료반응이 대체로 늦음 △치료자간의 치료율 및 실력 차이가 큼 등이 지적됐다.

이런 분석을 한약에 적용하면 한약은 난치성 질환 등 원인이 복잡한 질환에 높은 치료율을 보이는 반면에 치료기전이 뚜렷하지 않은 경향을 갖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01년 실시한 미래보건산업기술예측에 따르면, 최고 선진국대비 한방의료 기술수준이 평균 53%인데 비해 골관절질환은 80%, 내분비·대사성 질환은 80%, 뇌질환은 55%여서 이들 질환의 경쟁력이 뛰어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했다.

■ 내분비·대사성 질환 한방경쟁력 높다

실제로 한의약 연구개발에 대한 SWOT분석[연구개발의 가능성을 강점요인(Strength), 약점요인(Weakness), 기회요인(Opportunity), 위협요인(Threat) 등 4가지로 나누어 분석하는 연구기법]에서도 한방의료는 풍부한 임상경험의 존재, 난치성 질환에 대한 경이적인 치료실적 등이 강점요인으로 분류됐다.

기회요인도 많아 경제성장과 생활수준의 향상, 고령화 사회로의 변화에 따라 급성질환 중심에서 만성퇴행성질환 중심으로 상병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한방의료 수요의 증가가 예상되고, 한방의료 이용 연령층인 25 ~60세 인구비율이 증가할 전망인 데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구성비율도 2000년 7.4%에서 2010년 10.8%로 증가되고, 국민 생활 수준과 의식수준이 높아짐에 따른 한방의료서비스 이용자의 증가로 전문적인 한방의료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특히 한방의료에서는 치료보다 예방을 중시하고 있어 한방건강요법의 보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건강요법의 보급 차원을 넘어 한방건강검진사업을 통해 초기단계부터 환자가 한방의료기관을 방문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건강검진은 환자를 치료의 영역으로 끌어당기는 1차적 관문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한방건강검진사업을 시스템화하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 환자 끌어당기는 관문 한방건강검진사업

한약의 사용을 통한 한의원 경영의 호전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한의학의 강세분야이면서 동시에 국민의료비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질환에 대한 관심의 환기가 필요하다. 자양강장, 성기능, 보약, 감기, 부인, 소아 질환 시장의 주도권을 양방에 뺏긴 데 이어 암, 당뇨병, 갑상선, 고혈압 등 메이저 질환마저 양방에 밀리고 한방은 겨우 보완대체의학분야와 같은 비주류, 변방질환의 치료에 고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방의료기관이 주류의학의 영역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현대의료장비의 사용권이 바로 그것이다. 의학은 진단을 바탕으로 치료하는 진료시스템상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의료기사지도권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전통적인 진단법으로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자칫 의료사고와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많은 한의사들이 한약을 사용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치료에 있어서도 정부를 중심으로 특화와 전문화를 통해 다발 질환의 치료 효율을 높이자는 주장도 있다. 전문의의 배출을 통한 의료기관의 전문화 방안도 오래 전부터 거론됐다. 그러나 특화와 전문화 방안은 한방병원과 한의원 간에 진료의 차별성이 없는 상태에서 한방병원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정책이라 간주돼 반대에 부딪혀 있다.

한방의료기관에 대한 홍보방안도 유력한 방안으로 종종 거론된다. 홍보의 필요성을 한방의료기관의 치료능력이 이미 확보됐다는 전제아래 효과적으로 알리기에 성공하면 환자도 늘 것이라는 가정에 입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도 근거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2005년 감기홍보로 양방과 극렬하게 대립한 전례도 단순한 홍보의 어려움을 설명해준다.

■ 한의협은 전략을, 학계는 치료근거 제공해야

따라서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한의계 스스로 치료능력을 기르는 게 일차적이라는 게 다수의 바람이다. 일이 있을 때마다 한의학계에 ‘치료근거 확립’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근거중심의학이 정착하지 않은 현실에서 무조건적인 근거만을 요구하는 것도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근거가 있으면 좋지만 시간이 걸리는 일이므로 당장에 필요한 것은 임상치험례의 공유라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미 있는 임상경험을 정리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의협은 주류의학 중심으로 전략을 다시 짜고, 학계는 근거를 마련하며, 개원한의사는 치료사례를 축적해 나간다면 한약에 대한 환자의 신뢰는 높아지고, 그에 따라 한방의료기관의 경영은 호전될 것이다. <끝>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 고침 : 지난 9월 17일자 629호 11면 ‘한약의 가치, 다시 보자(4)의 내용 중 ’중국은 22대 질환을 매뉴얼화 했다’는 기사내용과 관련, ‘치료경험을 취합해 소책자로 만들어냈다’로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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