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SO₂와 한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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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SO₂와 한약재
  • 승인 2007.10.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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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탄 건조 오징어 TV프로를 보고 -

최근 모 TV 농어촌 프로그램에서 뜻밖의 장면을 목격했다. 일반인들이야 “저렇게 하는구나”라고 지나갈 일이지만 한약재 오염 문제에 민감해 있는 사람에게는 그냥 보아 넘기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오징어 자랑을 하며 잠시 보여주고 지나간 내용이다.

비닐하우스로 보이는 곳에 손질한 오징어가 봉위에 죽 걸려 있었다. 아래 한편에서는 여러 개의 연탄난로가 나란히 놓여 뻘겋게 타고 있었다. ‘반건 오징어’를 만드는 모습이다. 아주 맛있다는 내용의 멘트가 이어졌다. 그리고 연탄불에 돼지고기를 굽는 모습도 보였다.

과연 저 오징어와 돼지고기를 검사하면 이산화황(SO₂)이 얼마나 나올까? 최소한 30ppm은 넘을 것이 분명하고, 어쩌면 몇 천 ppm까지 나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꺼번에 많이 먹으니 섭취되는 양은 대단할 것이다.
오징어는 저렇게 말려도 되는 데 한약재는 왜 안 될까? 최근 266개 품목 한약재의 잔류 SO₂ 기준을 30ppm으로 강화한다는 규정안이 입안예고 됐는데 한의계는 왜 이렇게 조용할까?

SO₂를 다량 섭취할 경우 인후염·위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음으로 의료인으로 당연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WHO에서도 정상인의 일일 섭취허용량을 체중 1kg당 0.7mg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합리적인 규정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WHO의 기준은 권고사항이며, EU 등 선진국에서는 함유량 표기를 의무화 하거나 섭취량을 권고하고 있을 뿐이다. 곶감이나 건포도는 말할 필요도 없고, 감·사과·살구·복숭아·파인애플도 이산화황 처리를 하고 있다. 표백이 돼 상품성이 높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미생물의 번식을 막아줌으로 적절한 저장방법의 하나로 평가된다.

건강을 위해 찾는 온천에서도 다량의 SO₂가 나오며, 올해 초 국립환경과학원은 우리나라 대기 중 이산화황 농도는 2.0~2.3ppb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왜 한약재에서만 이토록 SO₂에 대해 예민하고, 강제규정을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마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 나라 안에서 한의사와 경쟁하고 있는 세력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함유량을 표기하고 있는 EU의 방식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 의료인의 지시에 따라 심폐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SO₂가 들어있는 식품을 가려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의사는 자신들이 의료인이면서도 환자들에게 지시 또는 권고해 줄 수 있는 역할이 줄어든 것은 고사하고, 스스로 사용하는 약까지도 무리한 통제에 놓이는 처지에 몰렸다.

농민들은 SO₂를 너무 많이 사용할 경우 상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아 양을 조절한다. 그러나 한의사들의 무관심으로 그동안 한약재에 SO₂가 과도하게 살포됐던 것은 사실이다.
무리하다고 할 수 있는 규정을 따르기 위해서는 그만큼 비용이 필요하다. 과연 한의계가 그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지불 능력은 없지만 수요가 있으면 저가의 불량품(?)은 유통되기 마련이다. 그럼 TV는 언제라도 곰팡이와 함께 SO₂ 문제를 손쉽게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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