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54] 經濟要訣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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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54] 經濟要訣②
  • 승인 2007.10.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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舍巖鍼法 활용한 東國 鍼灸醫案

지난 회에 설명한 대로 이 책 『經濟要訣』은 舍岩五行鍼法과 許任의 鍼灸經驗方의 원문이 실려 있고 사암오행침법을 사용한 침구전문의안이 실려 있어 가장 한국적인 침법을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芝山醫案으로 알려진 부분인데, 오롯하게 사암침법만을 사용한 침구경험례가 많이 실려 있어 우리의 전통적인 침법을 응용한 생생한 치병경험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학술적인 가치가 높다.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는 사암침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芝山혹은 智妙病夫로만 표기되어 있을 뿐 저자의 성명이나 인적사항이 나타나있지 않다. 아마도 사암오행침법을 준용하여 임상의안을 남긴 것으로 보아 사암의 제자이거나 그를 私淑한 은둔자일 것으로만 추정할 뿐이다. 다만 서문에는 저자 자신을 ‘禍家餘生’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아 滅門의 禍厄을 입어 신분을 숨긴 채 살아야만 했던 곡절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한편 『舍岩五行鍼法秘訣』에서는 ‘智妙崔氏’의 경험방이라 하여 그의 성이 최씨였을 것으로만 추정된다.

한편 서문의 글속에는 穴法에는 『東醫寶鑑』을 사용하고 補瀉에는 『醫學入門』을, 方文은 『舍岩正五行』, 察症에는 『靈樞經』과 여러 방서를 참조했다고 밝히고 있어 저자가 침구치법과 관련한 여러 가지 중요 서적을 두루 섭렵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經學之士가 천하를 경영하고 백성을 구제할 뜻(志期天下之經濟)을 품는다 하더라도 한 고을의 훌륭한 선비가 되기 어렵다는 표현이 있고, 이 방법을 사용함에 있어 名利만을 구하거나 혼자만 알고 몰래 쓰면서 남에게 전해주지 않는 것은 聖人이 세상을 구제하고자 하는 본래의 뜻이 아니다(非先聖經濟之本意也)라고 기술하고 있어 이 책의 실질적인 편저자가 바로 이 지산이라는 호를 사용한 사람임을 암시해 주고 있다.

아울러 서문 다음에는 16조문의 범례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것 역시 저자가 치료원칙과 주의사항을 약기해 놓은 것으로 사암침법의 요령과 기본적인 치법을 요약한 내용이다. 원론적인 내용도 있지만 병증별로 제법 구체적인 지침을 수록해 놓았다. 예컨대 大風麻木에 한 경락을 犯越했거든 치료하지 말라든가 錢風이 비록 全身에 퍼졌어도 치료할 수 있다든가 혹은 勞채麻木에 房色을 금하지 못했으면 치료할 수 없으니 45일간은 금해야만 한다는 말은 매우 실천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적으로 보인다.

목록에는 앞서 본편의 세 가지 목록이 함께 실려 있는데, 사암목록에 이어 지산목록과 하양목록이라고 약기되어 있다. 목록은 전제 4단으로 나뉘어져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다른 편과 마찬가지로 매 병증항목 아래에는 『千字文』字順의 차례에 맞춰 해당 면의 장차가 표기되어 있어 찾아보기 편리하게 되어 있다.

본문은 ‘用針論’이라는 별도의 제목이 붙여져 있는데, 제1장 中風, 傷寒, 運氣, 中暑, 濕症 등으로부터 시작하여 …… 제46장 痔漏에 이르기까지 중간에 학疾, 草학, 婦학 3장이 삽입된 것을 제외하곤 사암오행침의 본문 구성을 그대로 준용하여 편제되어 있다.
각 장마다 적게는 1~2조목의 치험례로부터 많게는 10여 조목에 이르는 각종 다양한 病案이 수록되어 있으며, 전체 약 120여 조목에 달한다.
또 본문 말미에는 所屬病靈樞雜論과 雜病用針法이 수재되어있는데, 제반 잡병의 소속경락과 병증을 논하고 種玉方을 위시해 난치증과 괴증의 보사치법을 추록해 놓았다.

경험안에는 병증과 치방이 기록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자가 판단한 병인병기 및 치료 후의 경과와 원인분석이 뒤따르고 있으며, 상세한 논구가 이어져 독자로 하여금 높은 학습효과를 나타나게 해준다. 또 의안이 없는 항목에도 침법 운용상의 주의점과 요점을 간략하게 기술해 놓아 참고할 가치가 크다.
서문에 보이는 “正格은 禮樂刑政과 같고 勝格은 良將用兵과 같다.”고 천명한 글 가운데 지산의 사암침법 운용방식이 단적으로 함축되어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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