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53] 經濟要訣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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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53] 經濟要訣①
  • 승인 2007.09.2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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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行의 門庭에서 노니는 補瀉鍼法

여러 해 동안 연재를 해 오면서 침구 전문서를 적지 않게 소개해 왔지만 가장 한국적인 침법으로 손꼽히는 사암침구법에 대해서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언급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까닭은 물론 필자의 이해도가 부족한 탓에 기인하기도 하거니와 애초에 많지 않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비전되어오던 것인지라 워낙이 이 침법의 원류와 전승내력이 잘 밝혀져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正本이 어떤 것인지 확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수의 사본만이 전래되어온 터라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애로점이 있었다.

근세 사암침법이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아마도 광복 이후 행림서원에서 나온 『사암침구결』의 보급에 기인한 결과일 것이다. 그 이후 조세형, 김달호와 같은 여러 한의학자들이 이 침법의 숨겨진 奧義를 밝히고자 노력하였다. 필자의 소견에는 여전히 이 침법의 오묘한 이치가 밝혀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수반되어야만 하는 진행형이라고 판단된다.
지난 연초 이 코너의 애독자 가운데 한 사람인 원광대 김성철 교수로부터 자신의 연구과정 중에 습득하게 된 김달호 소장본 사암침결의 사본을 제공받은 적이 있다. 오늘은 바로 異本 사암침구결이자 사암침법 연구서라 할 수 있는 『經濟要訣』을 소재로 얘기를 풀어나가기로 하자.

먼저 이 책은 단순히 사암침구결을 수록한 필사본이 아니라 기존의 사암침구결 본문은 물론 사암침법을 응용해 본 자신의 임상경험을 함께 수록한 후대 재편본이다.
더 풀어서 말하자면 舍巖五行鍼法과 芝山醫案 그리고 河陽要訣이라 이름붙인 허임 침구경험방의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소 번잡하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사암침결을 소개한 적이 없으므로 차례대로 간략한 설명을 덧붙여보기로 하자.

사암침구결은 흔히 ‘舍巖正五行’이라 이름붙인 내용으로 우리만의 독자적인 오행침법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의 서문이 붙어있지만 집필내력이나 저자 정보는 상세하지 않으며, 오행침법의 개설에 해당하는 논설을 담고 있을 뿐이다.
곧바로 이어지는 본문에서는 中風治方補瀉迎隨別方五行正理通諸病 第一章으로부터 시작하여 傷寒, 運氣, 中暑, 濕症, …… 痔漏第四十三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병증항목으로 나뉘어져 치료편이 기술되어 있다.
이후로 五運主病, 六氣主病, 化氣五行으로부터 시작하여 流注歌, 流注圖에 이르기까지 32항목에 걸쳐 침법이론과 침구가부 등 총론편이 뒷부분에 배치되어 있다.
이것만 보아도 이 책이 얼마나 임상진료 실제에 치중하여 실용적인 내용으로 엮어진 것인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면수 표기 방식에 있다. 목록을 보면 매 항목이름 아래 작은 글씨로 天, 地, 玄, 黃, 宇, 宙, 洪, 荒과 같은 천자문 字號가 달려있는데 이것은 해당 항목이 실려 있는 내용 중의 張次이다. 실제 본문을 찾아가 보면 두 겹으로 접힌 면지의 상단 좌측에 한 글자씩 적혀 있어 숫자 대신 천자문의 차례대로 약호를 적어 해당 원문을 재빨리 찾아볼 수 있도록 배열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목록에서는 한 장안에 여러 항목이 기술된 경우에는 같은 자호가 연속 반복되며, 한 항목이 여러 장에 걸쳐 기술된 경우 항목 아래 두어 가지 字號가 함께 기록되어 있다.

‘舍巖著’로 표기된 ‘五行序’는 이른바 사암오행침법의 導論이자 사암침법만의 독특한 침구보사법의 원리를 천명한 序說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서문 중에는 “의술이란 생각하기에 달려있는 것이니 마음속에 반드시 應驗이 있어야 하고 병이란 허한 것이니 오직 손끝에서 깨달아야만 한다.”고 말한 글이 있어 침을 시술할 때 의사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천명하였다.
또 “孔穴은 五行의 기운이 드나드는 門庭이라.”고 했으니 오장의 經氣를 한 치 針芒으로 조절하여 만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침법을 선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芝山醫案과 河陽要訣에 대해서는 다음 회를 기약하기로 하자.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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