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 중국 간쑤(甘肅)성 한약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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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 중국 간쑤(甘肅)성 한약재(1)
  • 승인 2007.09.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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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한약재 밭이 펼쳐져 있는 寶庫

한약재는 안전성과 유효성 두 가지를 다 만족시켜야만 하는 어려운 숙제다. 공정서 기준에서부터 실제 유통까지, 한약재 품종 문제는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황, 당귀 등의 주산지인 중국 간쑤성의 한약재 실태를 살펴보는 것은 품종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약제조업소인 H-MAX(대표 이찬호)의 주선으로 김인락(동의대)·이제현(동국대)·최호영(경희대) 교수가 기원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한약재 실태 조사(8. 29~9. 3)에 동행 취재했다. <편집자 주>

인천 공항에서 베이징(北京)까지 1시간 30분, 다시 간쑤성(甘肅)의 성도 란저우(蘭州)까지 2시간. 항공 수속과 환승 시간을 더하면 거의 한나절이 더 걸리는 꽤 먼 곳이다.

■ 대황·당귀·반하를 찾아

간쑤는 황허(黃河)강 상류와 닝샤(寧夏)·산시(陝西)성·쓰촨(四川)성·칭하이(靑海)성·진지양(新疆)·네이멍구(內蒙古), 몽골공화국과 접하는 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품목만 끝없이 펼쳐져 있는 다른 지역과 달리 다양한 종류의 한약재가 재배되고 있다.
그 유명한 영하 구기자를 비롯해 대황, 당귀, 황기, 홍기, 감초, 당삼, 마황, 반하, 진교, 강활, 원지, 시호 등.

간쑤는 또 H-MAX와 계약을 맺고 중국 내 생산 약재를 우리나라에 공급하고 있는 치쩡장약(寄正藏藥)이 있는 곳이었고, 이 회사가 중국 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3곳의 GAP 단지 중 한 곳이 있어 차별화된 재배 실태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조사단은 주요 조사 대상 품목을 지표물질관계로 속 앓이를 하고 있는 대황과 농민 눈치 보며 무관심하게 넘어가고 있는 당귀, 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고민인 승마 그리고 형태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반하로 정했다.

■ 웅대함이 느껴지는 대황

베이징에서 1박을 하고 아침 일찍 란저우로 향한 일행은 도착하자마자 가장 큰 관심사인 대황을 보러 출발했다.
란저우 숙소에서 차로 5시간, 칭하이(靑海)성 시닝(西寧)시에서 동북쪽으로 1시간을 달리자 목표하는 곳이 나타났다. 비는 별로 온 것 같지 않았는데 계곡 물살은 보통이 아니었다. 다행인 것은 보행에 큰 무리가 없었다는 것이었고, 이것은 행운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한다.

해발 3000m 고지, 하늘은 맑았고 큰 나무라야 허벅지까지 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시야를 가리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눈앞에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맑고 탁 트인 자연의 장관이 들어왔다.
그곳에 당고특대황이 있었다. 인공재배가 아니라 군락을 이루고 자생을 하고 있었다. 조그만 잎사귀를 내 놓고 열악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는 옆의 풀과 나무들 사이로, 잎 하나 길이가 족히 1m가 넘는 대황이 팔을 사방으로 벌리고 있는 모습은 웅대하기까지 했다.

차로 이곳까지 올라오며 기압의 변화를 몸으로 느꼈고, 걸어서 3~40분 가량을 더올라가 대황 한 뿌리를 캔 일행은 금방 지쳐버렸다. 그런데 치쩡장약에서 채취하고 있는 대황은 여기에서 산 하나를 넘고 한참을 더 올라가야 한다는 말에 일행은 아연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여기와 비교도 할 수 없는 군락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김인락 교수는 “한약을 처방할 때 한의사들은 이 사람들(농민)에게 정말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 120km 북쪽으로 올라간 당귀 밭

대황 군락지를 내려오며 H-MAX 이찬호 대표는 5년째 매년 이맘 때 이곳을 찾지만 비를 만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멀리 있는 산들을 가리키며 늘 회색 흙만 보이 던 곳에 풀이 자라나 녹색으로 변했다며 의아해 했다. 개간할 수 있는 땅이 넓어져 가난한 간쑤성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혹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숙소에서 6시간 떨어진 민현의 GAP 당귀 재배지를 가기 위해 일행들은 아침부터 서둘렀다. 그런데 출발한지 1~2시간 뒤 좋지 못한 소식이 들어왔다. 그곳 당귀는 추대가 서 못 쓰게 됐고, 재배지가 120km 북쪽으로 올라갔다는 것이었다. 지구 온난화가 이곳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듯하다.
일정관계로 GAP 당귀 밭을 가는 대신 중국 당귀가 재배되고 있는 곳을 찾기로 했다.

간쑤성 웨이얀(渭源) 지역, 말로만 들었던 중국 당귀를 보며 넋을 잃고 있는 사이 “와”하는 감탄사와 함께 “전혀 기대도 하지도 않았는데 너를 볼 줄이야”라며 이제현 교수는 연신 흥분을 가라 안치지 못하고 있었다. 기원 문제로 우리나라에 수입돼 들어오지 못하는 중국 독활(중치모당귀)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밖에도 보라색 꽃을 피우고 있는 황금에, 당삼, 승마, 몽고황기, 홍기 등 각종 한약재 밭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교수들은 이 밭, 저 밭을 옮겨가며 약재를 관찰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 약재는 현실과 괴리돼 있는 규정 혹은 한의사들의 관심부족으로 우리나라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는 현실에 왠지 서글픈 느낌마저 든다. <계속>

중국 간쑤성 =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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