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52] 農圃問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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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52] 農圃問答
  • 승인 2007.09.1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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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政의 폐단에 일침을 가한 실학자

호를 農圃子라 불렀던 鄭尙冀(1678 ~1752)는 조선 영조 때의 학자로 한글 창제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인 정인지의 후손이자 대표적 실학자인 이익의 문인이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논밭이나 일구는 사람 즉, 농사꾼으로 여기도록 자신을 낮추어 일신을 숨기고자 하였으나 책속에 담겨진 사상은 세상을 일구고자 하는 넓은 포부를 지닌 학자라고 할 수 있다.

7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자라났던 그는 커서는 다른 선비들처럼 과거에 뜻을 두고 여러 차례 응시했으나 번번이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게다가 건강이 좋지 않아 일찌감치 과거공부를 단념하고 많은 서적을 탐독하며, 학문에 몰두하였다.
중년 이후로는 “선비가 비록 벼슬하지 못하고 집에 있을지라도 백성을 구제하는데 뜻을 두지 않을 수 없다”하여 집밖에 나가지 않은 채 저술에만 전념하였다.

星湖 李瀷과는 인척간으로 매우 친근한 처지였으며, 학문경향이 같아 經世致用을 주장하였다. 그의 학문적 관심사는 실로 지대하여 治民, 治病에 필요한 정치, 경제, 재정, 국방을 비롯하여 의약이나 기계, 산업, 지리 등의 각 방면과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실용적인 측면을 추구하였다.

그는 또 조선 시대 대표적인 지리학자로 손꼽히는데, 일찍이 동국지도가 정확하지 않다 하여 여러 해 동안 전국 각지를 탐방한 끝에 우리나라 최초로 축척지도를 제작하였다.
지도제작에 있어서 100리를 1자로, 10리를 1치로 기준하여 계산한 百里尺을 이용한 것은 지도의 정확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古山子 金正浩가 大東輿地圖를 제작하는데 응용할 정도로 과학적인 축척법을 사용한 점은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다.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그가 제작한 東國地圖에 대해 “정상기가 처음으로 百里尺을 축척으로 써서 지도를 그렸고 또한 가장 정확하다”고 찬탄하였다.
또한 그의 지리학은 아들과 손자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이어졌는데, 담園 鄭寅普의 서문에는 “茶山의 글에서도 ‘鄭氏輿圖’라고 표현한 곳이 있어 家學이 대물림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그는 이 외에도 『人子備鑑』, 『深衣說』, 『韜鈴篇』, 『鄕居要覽』, 『治郡要覽』 등의 실학서를 남겼다.

이 책은 田制 개혁을 기본으로 治民, 성곽, 의약, 서적, 아악 등에 이르기까지 총 30항목으로 분류하고 이론적으로 설명하면서 農者와 圃者의 문답 형식을 빌어 자신의 견해를 밝혀 놓았다.
여러 가지 治政과 전장제도는 관심영역이 아니거니와 좀 더 실용학에 관한 관심영역을 돌아보면, 예컨대 담배의 경우를 들 수 있다. 특별히 그는 담배의 해독에 대해 누누이 설명하고 심지어는 담배를 경작하는 사람과 판매하는 사람을 극형에 처해서라도 금단시켜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였다.

가장 관심의 초점인 의약설을 살펴보자. 먼저 內醫院 운영의 폐단과 대를 이어 의관직을 독직하는 中人들을 가차 없이 비판한 다음, 그에 대한 대책으로 8도 안의 의술이 고명한 자를 모두 태의원에 뽑아 들이고 그 중 가장 학식이 훌륭한 자에게 1품 작록을 주고 그 부귀를 공경과 같이 대우하라고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이어 형식상의 관리자인 提調직에는 모두 의약을 아는 자로 임명하고 郎廳으로 하여금 원내 사무를 관장케 하되 이 역시 의약을 아는 사대부로 낭청을 삼고 首醫에 임용치 말라고 하였다.

또한 活人署 고지기들이 병자들을 돌본다는 핑계로 돈과 곡식만을 요구하고 백에 하나도 살아 돌아가기 어려우니 매달 보름마다 집계를 내어 만약 1달에 1사람도 죽지 않고 30명을 구했으면 通政(정3품) 帖子를 내리고 50명을 살려냈으면 嘉善大夫(종2품)를 준다.
반대로 1달에 3인을 죽게 하면 태형 30장, 5명이 죽으면 태 50장, 10사람 이상이면 곤장 100대에 徒刑 3년을 부가하는 다소 과격한 정책을 건의하였다. 그의 醫政案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당대 의료정책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라 하겠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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