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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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
  • 승인 2007.09.1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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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락 밴드 프로젝트!

최근 인기 있는 오락 프로그램 중에 <무한도전>이라는 것이 있다. 연예인 6명이 매시간 새로운 미션을 속칭 ‘무데뽀’ 정신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짜여진 대본에 식상했던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주고 있다. 또한 그들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평소에 보던 연예인이라는 선입견을 불식시키면서 왠지 내가 알고 있는 사람 같다는 친근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하튼 이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우리도 짜여진 틀 속에서 계속 반복해야만 되는 일상을 벗어나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된다. 그것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어도 좋고, 정말 무모한 도전이 되어도 말이다.

20년 전. 3년 연속 대학가요제 탈락을 끝으로 해체된 락밴드 활화산의 멤버들은 현재 명퇴 한 백수 기영(정진영),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성욱(김윤석), 기러기 아빠 혁수(김상호)로 변모해서 나름대로 고달픈 인생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활화산’의 리더였던 상우의 장례식에 갔다 온 후 락밴드 ‘활화산’을 재결성하기로 다짐한다. 그러나 가족들의 반대와 20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밴드의 수준은 그들을 벽에 부딪히게 한다. 이 때 기영은 상우의 아들 현준(장근석)도 음악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같이 밴드를 해보자고 부탁하게 된다.

작년 추석 때 <라디오 스타>를 내놓으며 많은 사람들을 아려한 추억 속으로 빠지게 했던 이준익 감독의 또 다른 음악 영화로 제목 그대로 즐거운 인생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의 구조는 매우 평이하다. 그래서 누군가는 영화를 보면서 뭔가를 기대하는 요소가 없기 때문에 맥 빠졌다고 할 수도 있지만 즐겁자고 보는 영화에서 더 이상의 것을 원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마 이준익 감독도 그것을 생각한 듯 모든 세대들이 편안하게 영화를 보면서 즐거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이야기의 다른 가지들을 쳐 내고 한 가지의 에피소드로 쭉 진행시키고 있다. 또한 실제 연주와 노래를 감행한 배우들의 열정과 노련한 연기력은 높이살만하며 여기에 장근석이라는 젊은 패기가 어울리면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즐거운 인생>은 현재 한국 사회의 중년 남성들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해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거의 대다수 자신의 꿈은 저버린채 오로지 자식만을 위해 힘들게 지내야만 하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한참 꿈 많았던 그 때를 찾아간다는 내용은 우리 대중문화계에 ‘7080’ 바람이 부는 것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최대한 형식과 기교보다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이야기로 잊어버렸던 꿈을 찾아가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다가 어느 순간 찾아오는 왠지 모를 감정을 통해 관객 모두의 마음을 치유하기도 한다.

물론 무모한 도전인 듯한 락밴드를 결성하는 영화는 한 주 앞서 개봉한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비롯하여 이전 영화 속에서도 무궁무진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할 때 모든 문제는 풀릴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며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추석 연휴동안 진정으로 나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그것을 위해 작은 실천이라도 해본다면 우리 모두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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