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한약재 탈출구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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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한약재 탈출구는 어디인가?
  • 승인 2007.08.2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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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확인 시스템부터 갖춰라
유통체계 정비 없이 ‘안전’은 구호에 불과

한약제조업을 하고 있는 A씨는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최근 서울 제기동의 두 군데 한약재 관련업소가 부도를 내고 도산했다며, 남의 일 같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의원에서 결재를 미루면, 업체는 불만은 많지만 불안해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돈을 떼이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결재를 미루다가 문을 닫고 그냥 사라져버리는 일이 종종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도 올해 들어 이와 유사한 경우를 몇 차례 당해 어찌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의원 경영이 이토록 나빠진 이유는 한약재에 대한 불안에 따른 약 환자의 감소 때문이다.

■ 수매단계에서 섞여버린 한약재

한약재를 수입하는 업체 중 산지를 확인해 가며 물품을 구입하는 곳이 몇이나 될까? 한약재 구매만을 전담하는 직원을 두 명 이상 보유한 회사가 몇 곳이나 될까?
대답은 부정적이다. 그러다보니 한약재 수입은 안국, 박주, 옹님, 성도, 광주 청평 등 중국의 한약재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산지에 대한 정보도 부족할뿐더러 비용도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산지에서 100원하는 한약재는 약재 시장에서도 100원한다. 원하면 더 싼 값에 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원인은 중간에 위품이 섞이는 등 부정한 행위가 벌어져 원가 비중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산도 별 차이는 없다. 일부 한약제조업소에서 지역과 결연을 맺고 GAP 농법에 따라 재배·수매하거나, 자체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지만 전체 물량을 놓고 볼 때는 소량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든 상태다.

대부분 산지 매집상이 농가에서 수매하고, 한약도매업체에 판매를 하는 형식이다.
한약재를 제조하기 이전 단계인 수매에서부터 이미 뒤섞여 버린 것이다. 여기서 샘플을 채취해 검사를 하고 합격, 불합격을 나누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지적이다.

■ “검사기준 강화가 능사 아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있는데 검사 기준을 새로 만들고, 높이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며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유통제도가 잘 돼 있으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서에 수재된 모든 한약재를 제조업소에서만 제조하게 한다고 해도, 국산 한약재의 도매업소 자가 포장이 가능한 한 의미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식품과 한약재로 쓰이는 품종의 경우 검사 기준이 상이하다.

대다수의 식품은 한약재에서 요구하는 검사를 거치지 않고 통관이 가능하며, 도매상을 통해 국산 원료의약품으로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식품·한약재 공용 품목의 경우 동일한 검사를 받도록 하면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농림부와 식품관련 업체의 반발이 예상되므로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평가다. 따라서 국산한약재도 제조업소에서만 제조하도록 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몇 시간을 달려도 작약 밭이 계속 될 정도로 집산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가 산지에서 약재를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만 구축되면 현재 지적되고 있는 문제는 90% 이상 없어질 것입니다. 산지에서는 한약재의 안전성에 영향을 줄 행위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산화황, 회분 등은 부패 방지와 사람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그리고 무게를 늘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라며 생산지를 통한 거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산도 마찬가지다.

다만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는 중금속 부분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삼과 같이 깊은 산골에서 자연적으로 자란 백출도 대부분 중금속-카드뮴이 기준치인 0.3ppm을 넘게 검출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통관검사만으론 안전성 확보 불가능

요식행위로 통관 때 한 번 하거나, 검사서류를 비치해 놓는 것으로는 한약재의 안전성 확보는커녕 한약재 파동만을 반복할 것이라는 지적을 부정하는 관계자는 그리 많지 않다.
상시관리가 필요하며 이는 현실적으로 제조업소에서만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제조업소의 시설 기준 등을 높이고, 안정적으로 한약제조업에 종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공동된 의견이다.

반면 업계의 책임을 강화해 현재와 같이 벌금과 일정기간 품목취급정지 처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품목’ 또는 ‘허가’ 취소 등 강력한 행정조치가 뒤따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많은 비용을 들여 시설을 갖춘 업체는 쉽게 편법을 동원할 수 없고, 위험과 검사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한약재 수매를 산지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료의약품인 이상 재배 단계부터 관리돼야 한다는 당위성은 존재하지만 최소한 어디서 나온 것인지 산지부터 확인하는 시스템 구축이 한약재 안전성 확보의 첫걸음이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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