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48] 三方撮要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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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48] 三方撮要②
  • 승인 2007.08.1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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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권회복의 餘望을 담아

그간 잃어버린 책으로 기록되어 있던 이 책이 수백 년 만에 빛을 보게 된 것은 여느 문화재의 발굴 못지않게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이 소중한 책이 어떻게 전해지게 되었는지, 그 내력을 살펴보기로 하자.

국왕이 친히 나서서 편찬을 명하고 당대 최고실권자였던 尤庵 宋時烈(1607~1689)이 주관하여 八道의 名醫들을 소집해서 거둬들인 경험 치료법을 모은 책이건만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역사문헌에 관련 기록이 단 한 줄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당시 상황에서 淸國의 견제와 의심을 받을 수 있기에 의도적으로 편찬 사실을 숨겼을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孝宗 사후 北伐論이 수포로 돌아간 뒤에도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단 한 줄의 기록도 보이지 않은 것 또한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부분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편찬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일제시기 조선에서 거주하며 조선의학사를 연구한 三木榮은 그의 대표작인 『朝鮮醫書誌』에서 자신이 소장한 『讀三新編』의 서문에 효종의 왕명을 받아 송시열이 이 책을 편찬한 사실이 언급되어 있음을 남겨놓았다.

그렇다면 이 『독삼신편』이란 책은 어떤 책일까?
전하는 말에 따르면 우암의 제자인 丈巖 鄭澔(1648~1736)는 스승의 부름을 받아 『三方』의 내용을 간추려 11권의 『삼방촬요』를 간행하기 위해 준비했었다고 한다.
그는 1729년 耆老所에 들 정도로 장수하면서 우암의 입장을 극력 주장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정작 26권에 달하는 그의 문집(『丈巖集』) 어디에도 이와 관련된 기술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한국의약인명사전』에 따르면 이 또한 인출하지 못한 채 1949년까지 그의 집안에 전해지고 있었다고 한다.

한편 장암의 후손인 鄭尙源은 스스로 『삼방촬요』의 내용 가운데 요긴한 것만을 3권으로 간추린 초사본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독삼신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서문에 따르면, 궁중에 비장된 책을 볼 수 없어 애만 태우다가 요행이 崔念齋란 이가 베껴둔 것이 있어 이것을 빌려다가 침구를 제외하고 약방만을 간추렸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 역시 현재 국내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와 달리 이번에 발견된 『삼방촬요』는 전래과정이 사뭇 다르다. 왜냐하면 일제강점기 말기에 발행된 것으로 보이는 행림서원 의서목록을 보면 당시 이 『삼방촬요』를 출판하기 위해 준비를 거의 마쳤던 것으로 보인다.
편집인이 직접 작성한 醫籍小考에 소개된 내용을 살펴보면 『향약집성방』과 『침구경험방』 다음으로 『삼방촬요』를 秘藏古版醫書叢刊의 제3집으로 印行豫定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소개 글의 하단에는 지난 호에 밝힌 바와 같이 다음과 같은 내력이 밝혀져 있다.
“…… 30여 년 전에 궁중 某 要人의 손을 거쳐 九重深處를 나와 某 藏書家의 厚誼로 본원에서 圖得케 된 것이니 千古의 秘籍이오 海內의 孤本이라하겠다.”

그런데 목록의 말미에 수재된 내용 가운데, 행림서원 편집부에서 광고 삼아 밝힌 짤막한 글이 실려 있다.
여기에는 앞서 “예고한 秘藏古版醫書叢刊 5종은 心農 洪宅柱 선생의 厚誼로 此際刊布케 되었습니다. (云云)”한 내용이 보인다. 따라서 현전 행림서원에 전해진 필사본의 저본이 된 책은 궁중에서 비장되었던 것이 한일합병 이후 궁인의 손에 들려 밖으로 빠져나와 어떤 사연으로 장서가였던 홍택주에게 소장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서 언급된 장암집안의 가전본과는 다른 경로를 거쳐 전해진 것이 분명하며, 만일 이 전본이 궁중에 내장되었던 定草本이라면 수록된 내용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훨씬 정확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다른 한편 외세의 침략에 대항하여 국권을 회복하고자 애쓴 흔적들이 담겨져 있는 이 책이 광복을 목전에 둔 일제치하 말기에 다시 나타나 간행을 기획했다는 사실도 역시 그저 우연의 일치로만 여길 일이 아닌 것 같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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